게임으로 병을 치료한다? '디지털치료제' 시대 열리나
게임으로 병을 치료한다? '디지털치료제' 시대 열리나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1.15 16:00
  • 최종수정 2019.11.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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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치료제 현황 및 국내 도입을 위한 접근 방안. 사진제공:  헬스컨슈머
디지털치료제 현황 및 국내 도입을 위한 접근 방안. 사진제공: 헬스컨슈머

[헬스컨슈머]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은 주사나 수술 등의 치료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라는 새로운 개념의 신약도 존재한다.

디지털치료제는 마치 의약품처럼 임상시험을 거친 디지털 기술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개발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제품을 허가/심사하기 위한 체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산업기획단 이승민 연구원은 15일 개최된 2019 (사)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 추계학술대회 <혁신형 경계제품의 법제도 수립과 개선> 심포지엄에서 ‘디지털치료제 현황 및 국내 도입을 위한 접근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디지털치료제란?]

디지털치료제란 ‘소프트웨어’ 형식의 새로운 종류의 약으로, 질병의 예방과 관리 혹은 치료까지 목적으로 한다. 지난 2017년 9월 피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사의 '리셋(reSET)'이라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FDA에 치료제로 최초 허가된 뒤, 국제적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리셋은 12주에 걸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알콜, 코카인, 대마 등의 약물중독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이다. 이는 질병 관리의 보조적 수단이 아닌 구체적 적응증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허가를 받아낸 최초의 사례다. 2018년 12월에는 노바티스(산도스)와 손잡고 오피오이드(Opioid) 중독을 포함한 리셋-오(reSET-O)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승민 연구원은 “FDA에서는 reSET에 대해 적응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있고 임상시험과 논문 등 근거문헌으로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입증했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의사의 처방을 통해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로 합성신약이나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제 3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셋 외에도 게임이나 가상현실(VR) 등을 이용한 디지털치료제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디지털치료제로 식품의약안전처에 허가되거나 심사 중인 사례는 없지만, 뉴냅스, 웰트, 라이프시맨틱스 등은 올해부터 제품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뉴냅스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강동화 교수가 개발한 뇌 손상 후유장애 디지털치료제로, 뇌졸중 후유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가상현실에 기반한 뇌 손상 시야장애 치료 프로그램과 뉴냅 비전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 승인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산업기획단 이승민 연구원. 사진제공: 헬스컨슈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산업기획단 이승민 연구원. 사진제공: 헬스컨슈머

[디지털치료제, 당면한 과제는?]

디지털치료제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만성질환 증가 및 관리 필요성 증대 등의 이유로 향후 2025년까지 약 10조원의 규모로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차세대 제약분야로 시장에 나타나면서 노바티스(산도스), 머크, 사노피 등 다국적 제약사 역시 스타트업 투자에 참여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의료 부문에서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다. 파킨슨, 알츠하이머, 다발성경화증 등의 뇌신경계 질환과 더불어 식습관, 운동, 수면 등의 행동 변화가 중요한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의 치료 및 신경정신과 질환인 ADHD, 우을증, 불면증 등에도 높은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아직 디지털치료제의 정의와 범주 등 개념 정립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새로운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임상에서 효용을 어떻게 증명할 지, 어떤 규제 통로로 인허가를 받아야 할지, 보험 수가는 받을 수 있는지, 의사가 기존에 처방하던 약을 대신할 정도로 강점이 있는지, 진단 및 치료 관리 기준은 어떻게 잡을지, 처방을 환자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등의 여러 문제가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이승민 연구원은 “국내에서 개발되는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많은 규제절차로 인해 시장 출시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 의료기기 인허가 규제 체계가 신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직 안정적인 시장 형성에 주력해야 하는 초창기 디지털치료제 시장 특성상 미국의 Pre-Certification 파일럿 프로그램과 같이 제조사 위주의 인증 및 허가심사 간소화 절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민 연구원은 "디지털치료제 산업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며 "디지털치료제가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근거에 기반한 치료 효과를 가진 제3의 치료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계별 그레이존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