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바람에도 악! 얼굴이 칼로 찌르듯 아프다면?
스치는 바람에도 악! 얼굴이 칼로 찌르듯 아프다면?
  • 윤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19.11.20 09:00
  • 최종수정 2019.11.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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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통증으로 세수조차 어려워지는 ‘삼차 신경통’, 근본적인 원인 해결해야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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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살이 에는 듯한 한파는 모두에게 고통스럽다. 그런데 겨울철만 되면 심한 통증 때문에 세수는 고사하고 아예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살짝 스치는 바람에도 얼굴이 칼로 찌르는 것처럼 느껴져 두려움과 고통을 느낀다면, 추위 때문이 아닌 ‘삼차 신경통’을 앓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극심한 통증 때문에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심지어 이유를 알지 못해 괴로워하다 치과에서 치아를 뽑는 경우까지 생긴다는데, 도대체 삼차 신경통이란 무엇이길래 이런 통증이 생기는 것일까?

 

[참을 수 없는 고통, ‘삼차 신경통’이란?]

삼차 신경(trigeminal nerve)은 얼굴 부위의 감각기능과 턱의 씹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 신경으로 얼굴의 통증과 온도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삼차신경은 이마, 뺨, 턱으로 가는 세 가닥의 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신경이 뇌 안에서 갈라져 나올 때 주위의 혈관이 압박하게 되면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은 삼차 신경이 뻗어 있는 이마와 눈 주변, 볼과 코 주변, 아래턱과 입 주변에서 주로 생긴다. 삼차 신경통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4.5명꼴로 발생하며, 중년 이후의 여성과 60~70세 이상의 노인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

삼차 신경통은 사람에게 생길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는데, 초기에는 순간적이기 때문에 치통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의 주기가 짧아지고 통증의 정도 또한 심해진다. 특히, 영하의 기온이나 찬바람에 노출되면 통증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삼차 신경통 환자에게 겨울은 두려울 수밖에 없는 계절이다.  

삼차 신경통이 심해지면 이를 닦거나, 식사 중 음식을 씹거나, 대화를 나눌 때 갑자기 얼굴이 칼로 쑤시고 에는 듯한 심한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식사나 양치를 못 하는 경우가 생기며, 흔히 삼차 신경통으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치과에서 이를 뽑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턱과 치아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뺨에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삼차 신경통을 의심해야 한다.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박봉진 교수는 “추위와 통증 간의 인과관계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감각 신경에 분포된 수용체들이 차가운 자극을 감지한 후 과민 반응을 유발해 통증이 악화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시행되지 않으면 통증으로 인해 세수, 양치질, 식사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미세혈관 감압술로 근본적인 원인 해결해야]

삼차 신경통의 치료는 크게 약물 요법과 경피적 시술, 수술로 구분할 수 있다. 보통 초기 치료는 약물로 시작한다. 뇌의 과도한 흥분작용을 억제하는 항경련제인 카바마제핀(carbamazepine)이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지만, 어지러움 등 약의 부작용이 심해 장기복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경피적 시술에는 신경의 흥분도를 낮추는 신경차단술이나 고주파를 활용해 국소마취 하에서 삼차신경을 응고시키는 고주파 응고술이 있다. 이는 통증 감소 및 완화에 주목적을 두지만, 재발 우려가 높고 시술 후 안면 감각 이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삼차 신경통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통증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인 혈관 압박을 제거하는 ‘미세혈관 감압술’이라 할 수 있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귀 뒷부분을 5~6cm 정도 절개한 후 현미경을 이용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확인하고 분리하는 수술로, 성공률이 약 80~90%에 10년 이내 재발률도 20% 내외로 다른 치료법에 월등히 좋은 결과를 보인다. 많은 환자가 전신 마취와 뇌 수술의 부담을 느껴 수술을 초기 치료법으로 선택하지 않지만, 수술 후 만족도가 매우 높고 완치가 가능한 근본적인 치료법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전신마취가 어려운 고령의 환자나 혹은 전신 질환이 있는 환자는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박봉진 교수는 “미세혈관 감압술은 해당 부위의 혈관과 신경을 분리한 후, 그 사이에 테플론이라는 물질을 삽입해서 혈관의 박동이 신경에 전달되지 않도록 감압하는 고난도 수술이다”며, “신경을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 전문성, 그리고 다수의 수술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