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성격유형검사, 정말 믿어도 될까?
MBTI 성격유형검사, 정말 믿어도 될까?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13 13:00
  • 최종수정 2020.01.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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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https://www.myersbriggs.org 

[헬스컨슈머] INFP인 남자친구는 별로인가요? ESTJ는 사업하기에 좋다던데 맞나요? 최근 온라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질문 유형이다. 여기서 INFP, ESTJ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아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는 사람의 성격 유형을 알아볼 수 있는 ‘MBTI 검사’ 결과를 뜻하는 네 자리 알파벳으로, 젊은 층 사이에 ‘핫’한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온라인에는 MBTI 관련 자료도 대거 생산되고 있는데, 본인의 MBTI 유형과 비슷한 영화 속 등장인물이나 각 유형에 알맞은 직업과 해당 소득을 소개하는 자료 등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MBTI 검사란 정확히 무엇인가?]

MBTI 검사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검사(Myers-Briggs Type Indicator, MBTI)의 약어로 1921~1975년에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Myers)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 모녀에 의해 개발된 심리 검사다. 스위스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제작되었으며, 임상과 통계 자료들을 근거로 사람의 성격을 크게 16가지 유형으로 표준화시켜 놓은 자기 보고식 검사라 할 수 있다.

검사 결과는 4개의 알파벳으로 나오는데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의 4가지 지표에 따라 성격유형이 나타난다. 즉, MBTI 검사 결과로 본인의 성향이 외향적인지 혹은 내향적인지, 선택을 내릴 때 현실주의적인지 직관적인지 등의 유형을 판단할 수 있다.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을 알 수 있는 검사]

MBTI 검사는 인간행동이 매우 다양한 것 같아 보여도 사실 일관된 경향이 있다는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내가 아는 나 이외에도 ‘남이 보는 나’와 무의식의 영역에 ‘내가 모르는 ‘나’가 있는데,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검사 중 하나인 MBTI 검사를 통해 몰랐던 나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며, “성격은 어떤 결정과정에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검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MBTI는 검사 방법이 비교적 쉽고 간편해서 학교, 직장, 군대 등 많은 기관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성격 유형을 파악해 진로, 진학, 직업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자기 보고식 검사로 왜곡될 수 있어…]

하지만 MBTI 검사 결과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위험할 수 있다. MBTI 검사는 자기 보고식 검사이기 때문에 검사를 진행할 당시의 상황이나 기분 변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경우엔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진료실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검사이기도 하다. 백종우 교수는 "MBTI가 나름대로 잘 구성되어 있는 검사이긴 하지만 정상-비정상 개념이 포함되지 않아 최근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며, “검사결과를 맹신하기보다는 참고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심리학계에서도 모든 사람이 단 16개 유형으로 나뉘는 MBTI의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는 “MBTI 검사는 선호도에 대한 문항이 많아서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쉬우므로, MBTI 유형에 따라 섣불리 자신의 성격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