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 진단 가능해진다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 진단 가능해진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15 15:00
  • 최종수정 2020.01.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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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연구팀, 혈액으로 알츠하이머 진단하는 센서 개발. 정확도는 약 88%에 달해…
박찬범 교수(좌)와 스티브 박(우) 교수. 사진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헬스컨슈머] 피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여부를 알 수 있는 시대가 온다. 1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박찬범 교수와 스티브 박 교수 공동 연구팀이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되는 쾌거를 낳았다.

 

[알츠하이머, 왜 진단이 어려운 질병인가?]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매우 서서히 발병하면서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특징적인데,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점차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이상을 동반하게 되며 결국에는 모든 일상 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 중 10% 이상이 현재 알츠하이머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알츠하이머의 진단 방법은 고가의 양전자 단층촬영(PET) 또는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장비를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를 진단하기 위한 저렴하고 정확한 진단 기술 개발이 절실한 현실이었다.

고밀도로 정렬된 카본 나노튜브 기반 저항 센서의 모식도.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혈액 속 바이오마커 농도로 알츠하이머 진단한다]

박찬범 교수와 스티브 박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진단 센서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혈액 속 4종의 바이오마커 농도를 측정/비교하여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구별해 낼 수 있다.

연구팀은 랑뮤어 블라젯(Langmuir-blodgett)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고밀도로 정렬한 탄소 나노튜브를 기반으로 한 고민감성의 저항 센서를 개발했는데, 이는 분석물질을 더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어 기존의 개발된 탄소 나노튜브 기반의 바이오센서들 대비 100배 이상의 높은 민감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 속에 포함된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는 베타-아밀로이드 42(β-amyloid42,), 베타-아밀로이드 40(β-amyloid40), 총-타우 단백질(Total tau proteins) 및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Phosphorylated tau proteins)인데, 이 바이오마커의 양은 알츠하이머병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구별해 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연구팀은 이 4종류의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저항 센서 칩 역시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 센서 성능.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확도는 88.6%, 측정방식도 간편하고 저렴해]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 칩을 이용해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와 정상인의 혈액 샘플 내에 존재하는 4종의 바이오마커 농도를 측정 하고 비교한 결과, 민감도와 선택성이 각각 90%, 진단 정확도는 무려 88.6%로 나타나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상당히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연구팀의 고밀도 정렬 탄소 나노튜브 센서는 측정방식이 간편할 뿐 아니라 제작비용 역시도 저렴하다.

박찬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이미 확정된 중증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향후 실제 진료 환경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진단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경도인지장애 코호트, 치매 코호트 등의 범국가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국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연구 네트워크 구축 및 지원의 장기성 보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