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측정, ‘피’ 대신 ‘빛’으로 가능해진다
혈당 측정, ‘피’ 대신 ‘빛’으로 가능해진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30 16:00
  • 최종수정 2020.01.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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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종합기술원/미국 MIT 공동연구팀, 채혈 없이 혈당 측정하는 기술 실마리 풀어…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당뇨병 환자라면 ‘피’를 보는 일이 일상일 것이다. 식이요법 등으로 항상 정상 수치의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혈액으로 혈당 측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일 많은 당뇨병 환자들은 손가락 끝에 피를 내는 침습적 방식으로 인한 고통과 불편함에 시달린다.

그런데 최근 이런 침습적인 방식 없이도 혈당 측정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특히나 의료계의 30년 난제의 실마리를 처음 풀었다는 데 의의가 매우 깊다.

29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공동연구팀은 피를 내지 않고도 레이저 빛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4일자에 실렸다.

국제당뇨연맹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성인 인구 약 9.3%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혈당 측정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가 많다는 얘기다. 이에 학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혈당을 재는 방법을 연구해 왔으나, 피를 내지 않고 혈액 내 혈당 농도를 정확히 재는 방법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레이저 빛을 쏴 물질을 식별하는 '라만 분광법'을 접목해 이 난제를 풀었다. 라만 분광법은 레이저 빛이 물질에 비쳐 산란할 때 물질 분자의 고유 진동에 의해 빛의 파장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해 물질을 식별하는 측정 방식으로, 약물 내 불순물이 들어 있는지, 용액 내 세균이 들어 있는지 등 특정한 물질을 구별해낼 때 많이 사용된다.

연구팀은 혈액 내 당분의 수치를 잴 때도 이 방법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접촉 사축 라만 시스템'을 개발했다. 비접촉 사축 라만 시스템은 비스듬하게 기울인 빛을 피부 아래층에 도달하게 해 혈당에 부딪힌 빛이 산란될 때 발생하는 스펙트럼을 얻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면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은 상관계수 지표를 0.9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 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연구팀은 혈액에서 산란된 스펙트럼에서 혈당 신호만 추출하는 기술도 개발했는데, 이는 혈당을 측정할 때 센서나 사람이 움직이더라도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모바일 헬스케어랩 남성현 마스터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의 틀을 깨고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에 명확한 실험적 증거와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비침습 혈당 센서를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