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빈혈, 산후 우울증과 관련 있다
산모의 빈혈, 산후 우울증과 관련 있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2.10 09:00
  • 최종수정 2020.02.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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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분 결핍, 신경전달물질에 영향 미쳐 산모 우울증 유발할 수 있어…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출산은 여성에게 많은 신체적/정신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출산 전후로 우울증을 겪는 임산부가 많은데, 전 세계적으로 산전 우울증은 16%, 산후 우울증은 12%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산부의 우울증은 알코올/약물 남용, 영양 부족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조산, 저체중아 출산, 아이와의 불안정한 애착 관계 형성 문제 등 태아와 이미 태어난 아이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빈혈을 가지고 있는 산모에게는 산전/산후 우울증이 생길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최초로 발표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 학술지인 ‘정신의학연구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의 1월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빈혈 있는 산모, 우울증 위험 53% 더 높았다]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김홍배 교수 연구팀과 서울아산병원 강서영 교수, 선우성 교수 연구팀은 빈혈과 산모 우울증과의 관련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는 2010~2019년 사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었던 15편의 관찰 역학 연구에 포함된 산모 약 3,300만여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빈혈이 있는 사람의 경우 없는 사람에 비해 산모 우울증의 위험성이 5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모 우울증을 산전과 산후로 나누어 분석했을 때에도 동일한 결과를 보였는데, 빈혈과 우울증 증가 위험의 관련성은 각각 산전 36%, 산후 53%로 나타났다. 또한, 빈혈의 기준, 산모 우울증 진단 기준, 연구의 질적 수준별 세부 그룹 분석에서도 빈혈은 산모 우울증의 위험성을 일관되게 높이는 것이 확인되었다.

김홍배 교수는 “그 동안 개별 관찰 연구 결과에서는 빈혈과 산모 우울증의 연관성이 일관되지 않게 나타났었는데, 이번 연구는 개별 연구들을 종합한 첫 연구로 빈혈은 산전과 산후 모두에서 산모 우울증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빈혈의 철분 결핍, 신경전달물질과 관련 있어]

이번 연구에서 빈혈과 산모 우울증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빈혈이 산모 우울증 예방에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김홍배 교수는 “생물학적 기전에서 빈혈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분 결핍이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대사를 방해해 산모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가설이 있다”고 말하며, “또한 철분은 감정 반응과 연관 있는 다른 신경 전달 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의 합성에도 보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빈혈이 산모 우울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홍배 교수는 “빈혈 중 어떤 특정 종류에 한해 산모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빈혈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면 발병 위험과 연관이 생기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동시에 빈혈 상태가 개선되었을 때 산모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향후 연구의 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