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원격의료,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5.18 18:06
  • 최종수정 2020.05.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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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오늘부터 전화 상담 중단하겠습니다’ 의사협회의 입장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은 정부가 ‘원격의료’에 힘을 싣는 모양새를 보이자, 의사협회측이 이토록 강경하게 나온 것이다.

도대체 원격의료에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길래 이렇게 시끄러울까?

의사협회의 '전화 상담 중지 권고 공문', 자료제공: 대한의사협회
의사협회의 '전화 상담 중지 권고 공문', 자료제공: 대한의사협회

[원격의료, 단순히 멀리서 하는 의료행의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4차산업과 결부시켜 생각하기에, 다들 원격의료가 생겨난지 얼마 안 된 개념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생각보다 오래된 개념이다.

1997년 WHO(세계보건기구)는 원격의료를 ‘서로 떨어진 공간에서 모든 의료분야 전문가들이 질병이나 부상의 예방, 진단, 치료, 의료공급자들에 대한 꾸준한 교육 그리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건강 향상을 위한 유용한 정보와 의료서비스를 ICT를 사용하여 교환하고 공급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말은 길지만, 간단하게 말해 ‘원격으로 의료 관련 정보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거칠게 해석하면 정보(다른 의료인)를 제공하냐, 서비스(환자)를 제공하냐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뉘어진다고 볼 수 있다.

 

[원격의료 논쟁의 출발점]

우리나라도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당시의 세계적 흐름을 받아들였고, 2002년 3월 30일 개정 의료법에 원격의료 조항을 신설했다. 의료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30조의2(원격의료)

①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 한한다)은 제30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지의 의료인에 대하여 의료지식 또는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행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원격의료는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 의료인이 의료인에 정보를 제공(의료 협업)하는 경우. 둘째, 의료인이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

위에서 언급된 현행 의료법상(똑 같은 내용으로, 지금은 34조로 법령 번호만 바뀌었다)의 원격진료는 첫째 경우만이 합법이다. 즉,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화상으로 의료적 지원을 진행해 함께 환자를 치료할 수는 있지만, 의사가 현장에 있는 다른 의료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환자에게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소리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원격의료’인 후자는, 그렇게 법의 테두리 바깥에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원격의료 논쟁에 대한 출발점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원격의료에 대한 찬반입장]

이것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가 얽힌 문제기 때문에 누가 어떤 입장인지, 얼마나 대표성이 있는지 명확하게 밝히긴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 찬반입장을 밝힌 단체중 의료보건직능의 전문성이 있으며, 규모와 대표성 역시 담보되는 집단 중 규모가 큰 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추려보았다. 또한 의사협회가 의사들의 집단이라면, 병원협회는 의료법인 경영자들의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이다.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은 단순히 ‘지도부 의견을 인용한 것’이며, 단체의 지도부와 모든 구성원이 서로 동일한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독자분들께서 감안해주시기 바란다).

‘대한의사회’의 반대입장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를 반대하며 밝힌 입장을 정리하면 4가지다:

첫째, 원격의료는 진단과 치료의 과정이 안전하지 않다.

둘째, 원격의료가 제도화되면, 유명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게 되므로, 영세한 병원과 의사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셋째, 이렇게 동네 의원들이 무너지면, 대면 진료 중심의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 체계가 무너진다.

넷째, 우리나라는 도보 5분 거리’에 의료기관이 있으며, 인구밀도가 낮아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힘든 나라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정리하자면 ‘현재 대면진료 제도를 시행하는것에 별 문제가 없는데, 굳이 영세 병의원을 위협하는 원격의료를 강행하느냐’라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병원협회’의 찬성입장

병원협회의 이견에 따르면 기관이나 가정에서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 하지만 이때마다 지역사회의 의료 수요자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일의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의사는 병·의원에서 진료하고, 지역사회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방식은 급성 질환 진료 중심의 낡은 시스템이다. ‘사회와 의료기술의 발전, 그리고 고령화와 함께 도래한 만성 질환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원격 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찬성 의견의 골자이다.

여기까지, 오늘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원격의료’에 대해 알아보았다.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단순하게 판단할 수는 없기에, 소비자들 스스로 판단해보자. 결국 자기의 이익과 주권은 스스로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