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 간단한 혈액검사로 예측 가능해져
노인 우울증, 간단한 혈액검사로 예측 가능해져
  • 박신안 기자
  • 기사입력 2020.08.19 14:45
  • 최종수정 2020.08.19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 우울증, 혈액 속 적혈구 모양 통해 발병 위험 분석 가능
60세 이상 4,451명 4년 추적관찰 결과…여성이 남성보다 발병위험 높아
"정기적 검진과 함께 영양 섭취 및 운동으로 질환 관리 해야"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노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노인 우울증을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우울증은 노인의 삶의 질과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신체질환 악화와 사망률 증가까지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하고 위험한 병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과는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분명하지 않고 양상도 달라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 표지자(바이오마커)를 발견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

노인 우울증과 노인의 혈액 및 적혈구 등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팀은 "혈액 속 적혈구의 모양과 크기 변화로 노인 우울증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혈액 속 적혈구는 뇌를 비롯한 다양한 장기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세포다. 적혈구는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특유의 모양과 적절한 크기, 탄력성이 유지될 때 뇌의 모세혈관 깊숙한 곳까지 이동해 원활한 산소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적혈구 지표가 증가하면 적혈구가 특유의 모양을 잃어 둥그렇게 변하고 크기도 커지며, 탄력성이 떨어져 작은 자극에도 쉽게 손상된다. 이러한 적혈구 변화는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뇌 기능 저하, 우울증 발병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노인의 혈액 속 적혈구 변화를 통해 우울증을 예측하고자, 60세 이상 한국인 4,451명을 대상으로 일반혈액검사를 실시해 적혈구 지표를 측정하고, 노인 우울증의 발병 위험과 연관성이 있는지 약 4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이 이용한 적혈구 지표는 평균 적혈구 용적 평균 혈구혈색소량 평균 혈구혈색소 농도였고 수치에 따라 상위, 중위, 하위 그룹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남성은 평균 혈구혈색소 농도가 가장 높은 상위 그룹이 가장 낮은 하위 그룹에 비해 우울증 진단 위험이 1.95배 높았고, 여성은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은 평균 혈구혈색소량이 가장 높은 상위 그룹에서 4년 이내 우울증이 새롭게 발병할 확률이 하위 그룹 대비 1.8배 높았다. 특히 여성은 위험도가 2.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평균 혈구혈색소량이 상위 그룹 수준까지 증가하거나 유지되는 경우 남성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2.3, 여성은 3배까지 높아졌다. 평균 적혈구 용적이 상위 그룹 수준까지 증가하거나 유지됐을 때에는 남성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4.5, 여성은 무려 6.3배까지 뛰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기존에 노인 우울증의 발병기전으로 알려진 염증반응과 혈관기능 손상이 인체가 적혈구를 만드는 과정에 영향을 주어 결과적으로 뇌의 산소공급을 방해하고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다만 적혈구처럼 피를 구성하는 세포 변화가 어떤 기전을 통해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하며, 일반혈액검사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우울증 진단 및 예측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년기에 겪게 되는 여러 만성 질환이 혈액의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특히 여성은 이러한 혈액 이상이 수년간 축적되면서 뇌 기능 저하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노인들은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운동 등으로 만성 질환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초고령사회의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