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 의심 무료 백신 517만회분, 전량 폐기 안 할수도
손상 의심 무료 백신 517만회분, 전량 폐기 안 할수도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9.24 10:23
  • 최종수정 2020.09.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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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불안감에 유료 백신 찾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제공: 보건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제공: 보건복지부

[헬스컨슈머]이번에 공급단계에서 상온에 노출되어 손상이 의심되는 무료 독감백신이 517만 도즈(접종 1회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선 병원에는 유료 백신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상태다. 독감 유행 시기를 앞둔데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백신 물량 공백에 대해 '문제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이번 중단 사태에 대해 '유례없는 일'이라고 밝힌 것처럼,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백신은 온도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평균 5도(섭씨)의 ‘콜드 체인(생산부터 사용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체계)’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업계 표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를 낸 의약품 유통업체 신성약품의 김진문(75) 대표는 “백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언론에 “현재 질병관리청의 품질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앞서 배송된 517만 도즈 외 남은 742만 도즈는 배송업체를 바꿔 질병청의 지시에 따라 완벽한 배송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남은 백신 공급을 빠르게 정상화한 뒤 앞서 배송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백신 유통 과정, 사진제공: WHO
백신 유통 과정, 자료제공: WHO

올해 무료 독감 접종에서 정부가 신성약품과 계약한 백신 물량은 1259만 접종분이다. 이 중 1차로 517만 접종분이 배송됐는데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 배송 과정에 냉장차를 이용했지만 백신을 종이 상자로 운반한 일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의약품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백신은 이동 중에도 냉장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김 대표는 다음달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질병청을 상대로 진행하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다만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회수된 백신도 일괄적으로 폐기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 안전성과 효과성을 재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품질에 이상이 없으면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을 권장 온도 구간에서 유지해야 하는데, 1도 정도 차이가 난 경우 회수는 하지만 전량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안전성을 평가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폐기, 이상이 없으면 다시 유통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