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선별검사 의료기기 국산화, 안보·주권의 문제”…정책토론회 성황리 개최
“혈액선별검사 의료기기 국산화, 안보·주권의 문제”…정책토론회 성황리 개최
  • 박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8.31 17:07
  • 최종수정 2021.08.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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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혈액제제 공급을 위한 혈액 주권 강화 방안 토론

-코로나19 국산 키트, 수출 흑자 4조 기록…국산화 중요성 다시 한 번 확인

-전혜숙 의원 "전문 의료기기 국산화 입법 지원"

[헬스컨슈머] 제3차 K-바이오헬스포럼이 어제(30일) 성황리에 개최된 가운데, 의료기기 국산화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뜻깊은 의의를 마련했다.

이번 제3차 K-바이오헬스포럼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강당에서 이뤄졌으며, 안전한 혈액제제 공급을 통한 혈액 주권 강화 방안을 다루며 그 방식 중 하나인 혈액선별검사 의료기기의 국산화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헌혈 시 쓰이는 혈액선별검사를 외국산 의료기기에 의존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혈액은 우리 국민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또한 자주적인 의료주권을 위해서라도 국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간의 지적이다.

(사진설명) : 왼쪽부터 이갑노 명예교수, 황유성 원장, 원희목 회장, 오제세 고문, 강영수 공동대표, 정은주 박사, 선경 좌장, 임헌억 과장, 김병건 박사, 장진성 팀장 등.
(사진설명) : 왼쪽부터 이갑노 명예교수, 황유성 원장, 원희목 회장, 오제세 고문, 강영수 공동대표, 정은주 박사, 선경 좌장, 임헌억 과장, 김병건 박사, 장진성 팀장 등.

 

해당 토론회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으로 혁신조달정책 등의 실효성 있는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황유성 원장(한마음혈액원)은 안전한 혈액제제 공급을 위한 혈액선별 의료기기 국산화 진흥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나섰다. 황 원장은 “국산품이 없는 상황에서는 외국 제조사의 가격인상 요구에 대한 대항력 소실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국민의 항원, 유전자, 변이 빈도를 반영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의료기기의 국산화가 필수”라며 “펜데믹으로 인한 수입 불능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혈액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산의 성능이 외산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것일까? 황 원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황 원장 본인이 1995년 대학적십자사 혈액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때부터 혈액선별검사 시약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성능평가를 실시했는데, 외산과 국산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국산 제품들 사이의 차이도 불과 종이 한두 장 차이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어 김병건 박사(한국조달연구원/혁신조달지원센터장)는 “황유성 원장의 발제 내용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하면서 “공공조달시장에서 자국산 제품 구매 증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산업경쟁력,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적 장치가 구비되더라도 인식의 변화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혁신조달정책’을 통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국산화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규제 완화 및 정책도 마련됐고 기업에서 기기를 개발해도, 활용하는 기관이 없는 것이다. 이에 김 센터장은 공공기관부터 먼저 의무적으로 기기 국산화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출처) : 헬스컨슈머 촬영
(사진출처) : 헬스컨슈머 촬영

 


■ 코로나19 국산 키트, 수출 흑자 4조 기록…국산화 중요성 다시 한 번 확인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 안전성과 국산화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갑노 명예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과거에는 아무리 좋은 병원이더라도 국산 기기는 없었으며 지금까지도 병원내 기기 국산화는 잘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국산 키트가 매우 자랑스러운 역할을 했다”며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술과 생산력은 충분하며 코로나 키트 수출만으로 작년에 4조 억원의 흑자를 달성했기에 이제는 혈액선별의료기기도 기존 외산과 병행하여 안전성과 안정성 논란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는 가운데 국산 제품의 사용 폭을 넓히고 질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일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질병청이 대처를 잘했을뿐더러, 우리나라 기술과 생산력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 분야에 지원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안병철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상무 역시 “2020년 한 해는 엄청나게 힘든 한 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의료기기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던 뜻 깊은 시기”라며 “2019년 초에 우리나라 제도상 감염병 진단 시범 사업이 있었고,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다. 2020년은 체외진단기업이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당시 수출 실적 1위부터 4위가 모두 체외진단업체였고, 괄목할만한 성장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향후 급변하는 감염병이나 혈액수급상황에서 국산 의료기기를 좋은 목적으로 양성하고 보급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은주 박사(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는 헌혈자)는 국민들에게 이런 사항이 제대로 안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총재는 “혈액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는 중요한 자원인 만큼 국가적 책임 하에 엄중하게 이를 관리해야 한다”며 “대한적십자사는 십수년 동안 외국의 혈액선별기와 시약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한 업계의 우려와 민원이 빈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그는 혈액운영의 투명성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하는 가운데 “국가적 차원, 안보적 측면에서 자국 의료기기 및 시약에 대한 의무적 사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하여 장진성 대한적십자사 혈액안전국 품질평가관리팀장은 “대한적십자사는 조달청에 입찰관련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보건복지부 박대도 사무관은 “혈액주권 강화를 위해 국산 장비와 시약을 사용하자는 의견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헌억 조달청 혁신조달과장은 “의료기기 국산화라는 것이 ‘외부 개발’과 ‘구매’를 둘 다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선별검사의 경우, 실무 업무 중에서 여러 가치가 충돌한다는 말씀도 적합하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협의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이은 질의응답 시간에서, 혈액제제 관련 제품의 구매 및 향후 관리 방안에 관한 질의가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형평성을 제고하고 경쟁 등 절차대로 채택하며, 있는 제도를 투명하게 한다고 해도 방향성 자체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 전혜숙 의원 “전문 의료기기 국산화 입법 지원”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 전혜숙 의원의 인삿말을 시작으로 개최장소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원희목 회장과 이범진-강영수 건강소비자연대 공동대표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또한 고영인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위원)과 오제세 미래기술정책연구원 고문(전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의 축사가 있었다. 

전혜숙 의원은 “K-방역을 통해 저가의 의료기기의 국내 우수성은 이미 확인되었으나 혈액선별기와 같은 고부가가치 첨단 의료기기의 발전이 K-바이오헬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혈액선별기의 국산화를 통해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산업의 수준을 다음 단계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전문적인 의료기기 국산화를 도울 수 있는 입법을 통해 단순한 포럼이 아닌 기폭점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