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단] 언어가 느린 아이들을 위해
[엄마기자단] 언어가 느린 아이들을 위해
  • 이재정 엄마기자
  • 기사입력 2021.12.31 11:54
  • 최종수정 2021.12.31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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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 언어발달종합검사를 받아볼 수 있을까?

-집에서 할 수 있는 언어 확장 놀이 알아보기

-내 아이는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헬스컨슈머] 우리 아이는 또래에 비해 말을 빨리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표현은 더이상 늘지 않았다. 평소 대화가 많은 우리 부부는 아이의 인지에 크게 문제가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세 돌을 기점으로 받은 영유아 검진에서 언어 발달 지연이 의심되니 추적 검사를 요망한다는 답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후 꼭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만 같아 몇 날 며칠 잠을 설쳤다. 결국 빠른 시일 내에 검사를 받아볼 수 있는 발달센터를 예약했다.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받기까지의 전체 과정과 아이의 언어발달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가정 내에서 하고있는 활동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언어발달종합검사 과정

1. 1차 부모 상담

소아과 의사나 어린이집 교사들의 권유를 받고 찾아온 것인지, 그리고 부모가 생각하는 내 아이의 언어 발달 상황을 면담하는 시간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검사 권유를 받았다. 언어가 조금 느린 것 같고 발음이 부정확해 구강구조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것이다. 반면 소아과 의사에게서는 구강구조나 발화 기관의 문제여부는 의학적 영역이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우리는 1차 부모 상담을 하며 소아과 의사에게 들었던 소견을 이야기했고, 가장 문제시 여겨지는 발음의 부정확성과 언어 발달의 지연을 제법 소상히 말했다.

 

2. 아동 대면 검사

언어 발달의 경우 특정 부분만 검사하기보다는 종합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그 이유는 발화가 문제가 되는 것인지 혹은 인지나 이해, 표현과 수용 언어들 중 어떤 부분이 미흡한지 확인하려면 종합적인 관찰과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동 대면 검사 시 처음에는 부모와 동반으로 함께 라포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 아이가 언어재활사와 친해진 다음 본격적으로 아이를 관찰하며 검사를 진행한다. 사물이나 장소 등의 그림카드를 보고 아이가 제대로 발음하는지, 상황을 설명하고 그 상황에 맞는 반응을 아이가 잘 표현하는지, 직접 관찰하고 발음 관련해서는 같은 단어를 다섯 번 정도 아이가 읽는 것을 녹음하는 등의 검사를 진행한다.

아이가 의사 표현이 힘든 경우 아이를 대신하여 부모가 아이가 이해하고 있는 단어와 표현하고 있는 단어에 대해 하나씩 체크를 하며 설문 작성을 하게 된다. 이것 또한 언어적 표현이 느린 아이에게는 필수적인 검사라 한다.

 

3. 아동 대면 검사 후 구두 소견 전달

전반적으로 진행한 검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증상이나 문제점에 대해 짧게 언급해준다. 약 1주일 정도 후 아이와 검사한 내용들을 토대로 더욱 정확한 결과를 받아 볼 수 있다고 한다.

 

4. 2차 부모 상담

구두소견을 받았지만 더욱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상담을 진행한다. 아이의 상황 인식과 단어 인식, 그리고 표현하는 단어와 아이의 발음, 아이에게 있어 소통의 문제가 무엇인지 등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 결과들을 토대로 아이에게 어떠한 개입을 할지 치료를 한다면 어떤 치료를 할지, 아니면 단순 지연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 등 아이의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다양한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5. 치료의 개입

언어 치료는 조금 더 학습의 느낌이 강한 치료라면 놀이 치료는 효과는 놀이를 통한 치료기에 아이의 언어 발달이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놀이를 통해 아이의 치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가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언어 발달 지연이 심각한 아이의 경우 놀이치료가 아닌 언어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강한 학습의 느낌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의 경우 초기 치료에 애를 먹는다 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우리 부부의 고민과 선택

우리 아이의 결과는 절로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어두의 첫 자음을 모두 이응(ㅇ)으로 발음하는 버릇이 고착화돼있다는 소견이었다. 그리고 의미 없이 시선도 주지 않으며, 보호자를 찾는 일방적 소통의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문제라고 한다. 사과를 ‘아과’, 화장실을 ‘아짱실’로, 그리고 쉴 새 없이 엄마와 아빠를 습관적으로 찾는 아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언어재활사에게 직접 듣고, 문서화 된 결과지를 받아보니 마음은 처참하게 무너지고야 말았다.

당장 언어 치료를 받아야겠다며 예약을 하니 대기가 6개월이라고 한다. 거기서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우리 아이가 또래 집단에서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푹 숙였던 모습이 또다시 떠오르며 아이가 겪을 좌절감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렇게 수일이 지났고 언어 치료를 받기 전 우리 부부의 특이하지만 적극적인 노력이 시작되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한 언어 확장

1. 누가 누가 입모양을 크게 잘 하지?

돋보기를 구매했다. ‘발음이 부정확한 것은 입모양과 말을 할 때 혀의 위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하니 제대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가 평소 자주 무너지는 발음으로 표현하는 단어들의 실 사물 가령 사과, 휴지, 복숭아, 물컵, 빨대 등 실제 사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아이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배치하곤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고 그 뒤엔 사물의 명칭을 하나씩 또박또박 발음하며 돋보기로 입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처음 겪는 돋보기 효과에 박장대소하며 관심을 보이며 곧잘 따라했다.

 

2. 의미 없는 부름, 그리고 적당한 무관심

일방적 소통을 하는 아이를 위해 조금 무심한 부모가 되기로 굳은 다짐을 했다. 아이가 부를 때마다 매번 대답을 해주고, 아이에게 관심을 주던 우리 부부는 아이가 정말 필요로 할 때,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부모에게 와서 함께 하기를 요청하기 전까지 모른 체했다.

처음엔 언제 어느 때고 자신이 부르면 반응을 보이던 부모가 자신의 부름에 대답이 없으니 영문을 몰라 갸우뚱했다. 그러나 아이는 어느새 적응한 것인지 필요한 순간에만 부모를 찾기 시작했다. 

 

3. 잘못된 단어나 표현 올바르게 바꾸어주기

발화가 느린 만큼 어눌한 발음이어도 박수치며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아이가 뱉는 말들의 정확한 발음과 표현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미 고착화되어버린 발음이라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교정해주니 조금씩이지만 나아지고 있다. 이제 사과를 제법 사과라고 이야기하고, 포도를 뽀포가 아닌 포도로 잘 이야기한다.

 

4. 어린이집 교사와의 면담과 부탁

아이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 교사에게도 결과를 공유했다. 아이의 언어 발달 지연으로 인해 고민이 많은 부모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선생님들께 아이가 잘못된 발음을 하거나 표현을 할 때 번거롭겠지만 교정해 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본인들도 아이가 정확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자유로이 언어를 구사하길 바랐다며 흔쾌히 요청을 수용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내 아이는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아이와 언어 발달을 위한 놀이를 한지 어느 덧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아이는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제법 늘었다. 물론 아이에게 인지 문제가 없기에 유려한 말솜씨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면서 아이의 입모양을 제대로 볼 수 없기에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언어 발달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가정 내 부모의 노력이다.

언어발달지연으로 인해 또래 집단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아이는 어느 순간 입을 꾹 다문 채 말하기를 그만둘 수 있다. 아이가 더욱 힘들어하지 않도록, 그리고 아이가 즐거운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부모뿐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가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길 바란다. 만일 부모의 노력으로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문 기관으로부터 정확한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