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약 품절 대란이 온다
제2의 약 품절 대란이 온다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2.07.05 13:57
  • 최종수정 2022.07.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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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약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때

-제약사 원료 수급 문제 해결이 시급

-불필요한 의약품 중복처방과 사재기 예방

[헬스컨슈머] 지난 3월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나라 코로나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자가격리를 대비해 상비약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약국들은 약장에 약들이 텅텅 비어가는 유래없는 일을 겪었다. 3월이 지나고부터는 그래도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고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품절 되었던 약들도 조금씩 수급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올해 6월부터 다시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감염병으로 인한 문제라기 보다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수급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이다. 의약품 원료 수급이 어려운 것은 물론, 액상형 캡슐에 들어가는 코팅제나 호일자제 부족으로 인해 약 생산에 차질이 빗어질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다. 만약 이러한 와중에 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한 번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시중에 약국들은 다시 한 번 제 2의 약 품절 대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 해외약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때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안 좋은 국면에 접어들었다. 환율은 높아졌고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모든 물품이 비싸졌다. 이 중에서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약품에 대한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약 소비율이 높은 편이다. 건강보험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국민들이 직접 지불하는 약 값이 적으므로 피부에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약은 사실 매우 비싼 소비재이고 해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비용적인 부담이 커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허권이 풀린 약품의 복제약을 만드는 기술이 잘 발달됐고 해외에 수출까지 하는 나라이지만.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에 대한 가격 차이가 적은 탓에 국민들의 수입약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정부에서 이에 대한 홍보나 교육을 통해 국내약의 소비를 활성시키고 수입약과 국내약의 가격 차이를 두어 소비자가 좀 더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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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사 원료 수급 문제 해결이 시급

3월 의약품 품절 대란을 겪은 이후 대부분의 약이 다시 잘 수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계속 품절 상태인 약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약들에 대해 제약사에 문의해보면 원료 수급이 어렵거나 원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생산을 주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품의 가격, 특히 건강보험혜택을 받는 보험약의 경우에는 원료 상승으로 인한 손해를 바로 가격에 반영할 수 없다보니 제약사가 그 손실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전에도 이런 문제로 약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약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약통, 호일, 플라스틱 등 모든 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제약사에 손실이 더 커지는 만큼 정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손해 보상과 원료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불필요한 의약품 중복처방과 사재기 예방

이처럼 의약품에 대한 수급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약이 골고루 전달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약을 중복으로 처방받거나 필요하지 않은 약을 미리 사는 사재기 현상을 예방해야 한다.

현재 병원에서는 DUR 시스템을 통해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이미 같은 성분의 약을 타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도 다시 처방을 내는데 제한이 없다. 하지만 만약 다음에도 약 품절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미 약을 처방 받은 환자에게는 중복 처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현재 필요하지 않는데 미리 약을 사두려는 사람들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친인척들에게 약을 보내려고 하는 경우에 대한 규제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국민 개개인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양심적이고 모범적으로 약 부족 사태에 대처해줄 것을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물자가 풍부하고 교역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던 시절이 지나가고 유통과 생산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민 모두가 슬기롭게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차근차근 해결 방안을 모색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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