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반 디지털-바이오 헬스케어를 일으키자”
“플랫폼 기반 디지털-바이오 헬스케어를 일으키자”
  • 박채은 기자
  • 기사입력 2022.10.05 16:11
  • 최종수정 2022.10.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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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총, 30회 포럼서 주장

[헬스컨슈머] 최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내 바이오생산 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등 글로벌 바이오기술 패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길을 가야 할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 이하 과총)는 플랫폼 경제 관점에서 바이오산업을 조망하고 관련 규제 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자 9월 29일 ‘플랫폼 기반 바이오경제: 제조·재료·제도’를 주제로 ‘제30회 과총 바이오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최윤희 과총 바이오경제포럼 위원장과 이우일 과총 회장은 개회사 및 환영사에서 “이번 포럼을 통해 플랫폼 기반의 혁신 기제가 바이오경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다층적으로 검토하고, 플랫폼 기반의 바이오경제 혁신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며 이날 포럼의 의의를 밝혔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AI분석-맞춤형 의료 경험 축적...디지털 트윈 전략 필요 

첫 순서로 유소영 서울아산병원/울산의대 교수는 ‘헬스케어 디지털 트윈: 역할 분석과 정책적 제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사물의 물리적인 특성을 동일하게 반영할 수 있는 ‘트윈(twin)’을 디지털화하여 구현하고, 이를 실제 사물과 실시간 동기화한 시뮬레이션을 관제, 분석, 예측, 최적화 등 해당 사물에 대한 현실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기술을 소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의료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분석이나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의료진들의 경험이 축적됐다는 점에서 디지털 트윈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헬스케어 분야 디지털 트윈 기술은 병원이 보유한 다양한 종류의 의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트윈화하고, 디지털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검사, 진단, 치료, 재활 등에 대한 분석 및 예측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수많은 데이터가 얼마만큼 잘 연계·결합되고 개인 전반에 대한 종단적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지에 따라 예측도가 최적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헬스케어 디지털 트윈 기술에 대한 여러 쟁점을 소개하면서 “디지털 트윈 기술은 환자로부터 생산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디지털 트윈에 반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의 생산 및 수집 과정에서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그 활용에 지속적으로 동의하는 절차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다양한 데이터 연계·결합에 필수적인 데이터 전송의 경우에도 현행 법제상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헬스케어 디지털 트윈 기술이 굉장히 다이나믹한 요소를 갖고 있는 만큼, 이에 수반되는 동의 체계도 다이나믹하게 정비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디지털화된 소통 인터페이스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이 쌍방향 소통을 하고, 환자의 의사결정에 중심을 두고 실시간으로 전자 동의를 획득하는 형태의 디지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이를 통해 더 빠르게 데이터를 수집·처리할 수 있고, 참여자에게도 헬스케어 트윈에 대한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헬스케어 디지털 트윈을 통해 기존의 환자가 참여자의 입장으로 전환된다는 측면에서 새로이 발생하는 책무가 있다”면서 “이러한 책무를 충분히 설명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 새로운 책무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정책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반도체만 파운드리 산업? ‘바이오 파운드리’도 있다

이어 신수안 CJ 부사장은 ‘바이오 파운드리 기반의 합성 생물학이 이끌 미래 바이오산업’을 주제로 발제문을 발표했다. 

신 부사장은 “헬스케어, 환경 문제 해결 등 새로운 영역에서 산업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면서 “바이오 파운드리와 합성 생물학은 각각 이러한 혁신 기술을 이끌어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합성 생물학이란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하여 DNA, 단백질 등 부품을 모듈화하고 그것들을 논리에 기반하여 설계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생물학적 기능을 구현하거나 기능을 개량하는 기술을 말한다. 한편 바이오 파운드리란 로봇 기술, 인공지능 기술이 바이오 기술과 결합되면서 DNA 조립, 세포 계량 등에 이르기까지 효소 합성 등 세포의 기능을 나타내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무인화하여 빠른 순환 공정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신 부사장은 또 “본래 바이오산업의 취약점은 생명현상의 복잡성으로 인해 재현성이 낮고 예측 효율이 떨어지며 실험 방법이 굉장히 복잡한 것”이라 짚은 그는 “합성 생물학과 바이오 파운드리 기술을 통해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고성능 시스템이 구축 가능해졌고 바이오 혁신을 앞당길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바이오 파운드리 및 합성 생물학의 적용 분야를 소개하면서 컴퓨터 소자와 같이 세포 내 작용들을 설계함으로써 결과물을 새롭게 구현하는 유전자 회로, CAR-T 세포 항암 치료제 개발, 최소 유전체(Minimal Genome) 설계·합성을 통한 인공 세균 및 효모 생산 등이 그 예시임을 전했다.

그는 “바이오 파운드리 분야 또한 DNA 모듈을 합성하는 영역과 실제 형질을 구현하는 세포 배양 워크스테이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하고 “미생물 배양, 합성을 자동화·무인화하고 분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한 후자의 영역이 비교적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신 부사장은 “바이오 파운드리와 합성 생물학 기술을 통해 화학, 환경, 의학까지 새로운 영역의 연구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면서 “생분해 플라스틱 등 이제까지 산업화되지 못했던 바이오 기술들을 사업화함으로써 미래의 혁신 바이오산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 데이터 디지털화 된 우리나라 인프라 ‘굿!’

또 황대희 서울대 교수는 ‘의료 빅데이터 활용 관련 정책 개선’을 제목으로 한 발제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건강 관련 데이터의 활용 방안과 이와 관련한 정책적 문제를 설명했다.

황 교수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의 검사 데이터, 혈압, 키, 몸무게, 가족력, 운동 여부, 식습관 등 다양한 데이터가 디지털화 되어 있다”며 “뿐만 아니라 사망 데이터, 의약품 투약 정보 등이 병원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축적되면서 활용법에 의해 여러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8만 명의 당뇨 환자 데이터에 기반하여 환자군을 클러스터링 하고 각 유형별 환자에 최적의 약물을 처방하는 치료 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하며 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러한 유용성 때문에 의료 데이터를 국가적으로 중앙화하려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병원에 존재하는 데이터가 디지털화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그러나 해외에 비해 연구자들이 관련 데이터를 자유롭게 제공 받고 활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 그는 “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복잡한 관계에 의해, 각자 환자 데이터가 자신의 데이터라고 여기고 각 병원이 의료 데이터 공개에 개방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환자 개인의 정보 제공 동의가 매우 빈번하기 때문에 87%에 이르는 환자들이 자신의 의료 데이터 공유에 동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측면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데이터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데이터 활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혁신 의료기기에 공보험 수가 책정, 산업발전 도모를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단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R&D 특성 및 규제 이슈’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 단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는 지능화, 자동화, 개인화, 정밀화, 초연결이 있다”면서 “이러한 특성에 가장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의료기기라고 할 수 있으며,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통신 등 기술과 의료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센서,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하드웨어가 모두 접목되어 질병 예측, 예방, 정밀 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MRI, CT, 초음파 영상 기기 등이 AI 분석 소프트웨어에 결합하여 더 정밀하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의료기기 R&D의 경우 그간 제품 개발 과정에만 초점을 맞춰왔는데, 의료기기의 특성상 실제로는 제품 개발 이후의 프로세스가 훨씬 더 험난하다”며 “제품 개발 이후의 지원을 더 공고히 하는 국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의료기기가 개발 이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허가라는 큰 허들을 먼저 넘어야 하며, 그 이후에도 수년이 소요되는 보험 등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 단장은 “의료기기의 경우 실제 현장에서 사용이 되어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기술이 유용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인데, 시장에 진출하기 이전에 그러한 점에 대한 증빙을 요구하기 때문에 모순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혁신 의료기기에 대해 공보험 수가를 책정해 주어야 시장에서 혁신 의료기기 활용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혁신 기업들이 수익을 내고 또 다른 혁신을 창출하는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