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신생아 RSV 감염 예방을 위하여
[목요칼럼] 신생아 RSV 감염 예방을 위하여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3.03.16 13:33
  • 최종수정 2023.03.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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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헬스컨슈머] 지난주 서울 강남의 최고급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5명이 동시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에 감염되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통상 겨울과 초봄 특히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다.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영유아와 노인에게는 심각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출생 후 2년 이내에 거의 모든 어린이가 첫 감염을 경험할 만큼 흔하지만, 가벼운 질병은 아니다. 감염된 어린이 가운데 20~30%는 세기관지염(폐의 작은 기도의 염증)과 폐렴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한 달 새 RSV 감염증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RSV 감염증은 콧물, 인후통 등 주로 상기도 감염으로 나타나며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이나 호흡기 비말을 통해 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이나 영유아 보육시설 등에서는 특히 감염관리를 철저히 준수하라고 권고하였다.

아직 허가 받은 백신도 없고 뚜렷한 치료제도 없는 RSV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건강한 비타민D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비타민D와 RSV간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연구 논문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이는 비타민D의 면역조절자로서의 강력한 기능 때문이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면역세포에는 비타민D 수용체(VDR)가 존재한다. 충분한 비타민D가 공급되지 않으면 이 수용체와 결합하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온 국민이 부족/결핍해 있는 현 시점에서 비타민D 보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작년 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소아과병원 연구팀은 비타민D 수치가 낮을수록(특히 20ng/ml 미만) RSV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감염학회지(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했다.

2017년 4월 미국 마디간 육군 의료센터 등 협동 소아과 연구팀은 비타민D 결핍이 있는 영유아는 더 심각한 RSV 질환을 앓는다는 연구 결과를 《전염병 및 역학 저널(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and Epidemiology)》에 발표하였다. 영유아의 호흡기 질환 위험과 중증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영유아에게 충분한 수준의 비타민D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임신중 임산부의 비타민D 건강 수치(40~60ng/ml) 유지가 중요하다고 제안하였다.

2011년 6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병원 연구팀은 제대혈 비타민D 결핍과 RSV 감염 관련에 대한 연구 결과를 미국 소아과 학회지《소아과학(Pediatrics)》에 발표하였다.

156명의 신생아의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 내 비타민D 수치를 검사하고, 그런 다음 아기를 1년 동안 추적한 결과, 비타민D 수치가 낮은(20ng/ml 미만) 상태로 태어난 아기가 비타민D가 충분한(30ng/ml 이상) 아기보다 RSV에 감염될 확률이 6배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연구원들은 신생아의 비타민D 결핍은 생후 첫 해에 RSV 감염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으므로 임신 중 비타민D 보충은 유아기 동안 RSV 감염을 예방하는 데 유용한 전략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임신 중 비타민D 섭취는 뼈 건강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유아 질병의 가장 흔한 원인을 예방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비타민D 전문가 단체인 그래스루츠헬스(Grassroots Health) 와 유기농 및 자연건강 협회(Organic & Natural Health Association)는 FDA에 청원서를 제출하였다. 결국 1년 뒤 미국 FDA는 비타민D의 새로운 기능성(structure/function claim)을 인정하여 다음과 같은 기능 표현을 비타민D 제품에 표기할 수 있게 허가하였다.

“비타민D 수치가 높은 임산부는 조산 위험이 감소합니다. 건강한 식단에 비타민D3 보충제를 추가하면 비타민D 수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적정(충분한) 비타민D 수치 달성/유지를 위한 비타민D3 복용량을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Pregnant women who have higher serum vitamin D levels have a decreased risk of preterm birth. Adding a vitamin D3 supplement to a healthy diet can help increase serum vitamin D levels. Your healthcare practitioner can measure serum vitamin D levels and determine appropriate dosage of vitamin D3 for you.”)

하지만 청원서에서 언급했던 임상 연구 결과는 FDA가 허가한 기능보다 더 광범위하였다.

산모가 임신 기간 중 비타민D 수치를 40ng/ml~60ng/ml를 유지하면 다음과 같은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산부는; 1. 미숙아 출산율 59% 감소, 2. 쌍둥이 미숙아 출산율 60% 감소, 3. 미숙아 출산 경험이 있는 경우의 임산부 미숙아 출산율 80% 감소, 4. 임신성 당뇨, 세균성 질증, 산후 우울증 감소, 5. 전자간증 감소,

그리고 신생아는; 1. 감기 70% 감소, 2. 중이염 60% 감소, 3. 폐 팽창(Lung Inflation) 62% 감소, 4. 저체중아 감소, 5. (성장 후) 1형 당뇨병 발병 감소

대한민국 국민의 비타민D 수치는 결핍 수준(16.1ng/ml)이다. 전체 국민의 97%가 정상 수치(30~100ng/ml)에 못 미치고 있다. 건강한 산모와 건강한 아기를 위해서는 비타민D 부족/결핍 해소가 첫번째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한 정부의 여러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가장 비용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임산부에게 비타민D 무료 보급을 제안해본다.

이미 영국정부는 임산부에게 엽산과 함께 비타민D도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년여 전부터 동두천시, 순천시, 여수시, 최근에는 인천시 등 지역 보건소에서 산모에게 비타민D 제품을 무료로 지원해주거나 비타민D 검사를 무료로 실시해 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방 자치단체의 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범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정책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