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진료 시즌2] (26)연세대 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주특기진료 시즌2] (26)연세대 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 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부국장)
  • 기사입력 2023.06.20 13:57
  • 최종수정 2023.06.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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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꿈의 암 치료기’ 가동

-3000억원 투입, 지하 5층 지상 7층 규모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개소식 장면. 연세의료원 제공

 

[헬스컨슈머] “난치암을 대상으로 중입자치료를 통해 암 정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가에 큰 공헌을 한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초청 치료도 시행할 계획입니다.”

윤동섭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6월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료원(연세의료원) 재활병원 뒷편에서 열린 중입자치료센터 개소식에서 암 정복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을 밝히며, 사회공헌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중입자치료센터가 문을 연 것은 이번 연세의료원이 처음이다. 그 동안 3000억 여원을 투입해 연면적 약 3만3000㎡(약 9982평)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7층규모의 외래진료·검사·중입자치료 시설을 갖춘 중입자치료센터를 건립했다.

이날 샌터 개소식 행사에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이영훈 여의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허동수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이사장, 서승환 연세대 총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등이 참석했다. 윤 의료원장의 건립 보고를 시작으로 허동수 이사장의 봉헌사, 서승환 총장의 축사 후 테이프 커팅식이 이어졌다.

연세의료원은 이번 개소를 기념하고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보훈처, 경찰청, 소방청 등에 근무 중이거나 퇴임한 전립선암 환자 초청 치료도 진행 중이다. 각 기관에서 추천한 환자를 대상으로 선정하며 중입자치료 비용은 물론 검사와 진료 비용 모두를 지원한다.

환자에게 치료 과정을 설명하는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 연세의료원 제공

■하루 50명 치료 가능한 시설·장비·인력 갖춰

지난 4월 28일 전립선암 환자를 시작으로 치료에 돌입한 중입자치료센터는 이날 개소식 전까지 전립선암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치료를 시행했다. 이들 환자는 총 3주 간 12회 치료를 받는다.

중입자치료는 전립선암을 비롯해 췌장암, 폐암, 간암 등 고형암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소암의 치료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암 조직에만 강력한 방사선 에너지를 쏟아붓고 빠르게 사라지는 ‘브래그 피크’ 현상을 활용해 기존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

연세의료원이 보유한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照射)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 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준비과정에 시간이 소요돼 치료기 3대에서 하루 동안 약 50명의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연세의료원 회전형 치료기에 사용되는 갠트리(회전형 치료기) 시스템은 기존 치료기에 비해 크기는 작고 무게는 가볍다. 크기가 작은 만큼 빠른 회전이 가능해 치료 시간이 줄어든다.

중입자치료의 원리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중입자는 양성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다. 질량이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다. 또 목표 지점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중입자의 특성으로 암세포가 받는 충격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이런 특성이 기존 양성자치료보다 암 치료효과가 2~3배 높게 평가되는 주요 이유이다.

중입자치료센터 입자가속기. 연세의료원 제공

■회전형 갠트리 2대 보유, 초정밀 타격 가능

X선은 피부에서부터 몸속 암세포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생체 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암세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싶어도 정상세포의 손상을 고려해 에너지를 조정해야 한다. 반면 중입자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목표한 암 조직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발산한다.

이러한 중입자 특성을 ‘브래그 피크’라고 부른다.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우수한 치료 효과 외에 암 환자가 겪어야 하는 투병 생활 전반에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전형 치료기를 2대 선보이는 것은 연세의료원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회전형은 방사선을 암 부위에 매우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만큼 치료 효과는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 X선 치료기나 양성자 치료기가 평균 30회 정도의 치료 횟수를 갖지만, 중입자 치료기는 그 절반도 안 되는 12회 이내에서 치료를 마칠 수 있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피부 등 정상 조직에는 중입자 조사로 인한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통증이나 후유증 또한 거의 안심이다. 이러한 뛰어난 치료 효과로 중입자 치료기는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중입자치료를 전립선암에 먼저 적용하면서 점차 다른 고형암 등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익재 연세암병원장 겸 중입자치료센터장은 “고정빔 치료실 운영을 시작으로 회전형 치료실이 운영되면 본격적인 다양한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중입자치료기 운영을 안정화해 다양한 중입자치료 프로토콜들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센터에 최신 CT 시뮬레이터와 MRI 시뮬레이터를 도입해 사전 모의 치료를 진행해 더욱 정밀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중입자치료센터 조정실에서 중입자 조사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