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햇빛과 피부암의 진실
[목요칼럼] 햇빛과 피부암의 진실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3.06.22 16:03
  • 최종수정 2023.06.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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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와 피부암

[헬스컨슈머] 어제(6월 21일)는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인 하지(夏至)였다. 일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북반구의 지표면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상승하여 몹시 더워진다.

엊그제 비로 날씨가 다소 수그러들긴 하였지만,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며 이미 지난 18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내륙 곳곳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었다. 햇볕이 강해지는 여름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서 각종 피부 손상 및 피부 암에 대한 경고가 늘면서 자외선 차단제(선크림, 선블락)의 사용 또한 강조되고 있다.
 

(출처: GrassRootsHealth)

 

■ 햇빛과 피부암과의 관계
자외선은 피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햇빛이 강한 여름에는 잠깐 외출은 물론 평상시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국룰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햇빛과 피부암과의 관계에 대해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간헐적으로 또는 갑작스럽게 고강도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일광화상을 일으켜) 피부암 위험이 증가한다. 하지만 정기적이고 중간 정도의 화상을 입지 않는 정도의 햇빛 노출(합리적이고 현명한 햇빛 노출)은 오히려 피부암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 3대 피부암
피부암에는 기저 세포 암종(BCC), 편평 세포 암종(SCC) 및 흑색종(Melanoma)의 세 가지 기본 유형이 있다. 대부분의 피부암은 비흑색종 피부암이며 기저 세포 암이 약 80%, 편평 세포 암이 약 20%를 차지한다. 이러한 비흑색종 피부암은 일반적으로 천천히 자라며 신체의 다른 부위로 거의 퍼지지 않으며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피부암의 약 1%를 차지하는 흑색종은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신체의 다른 부위로 퍼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 피부암 예방 및 발생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 세포 내에서 DNA 손상이 유발된다. 적당히 타지 않은 정도의 햇빛에 노출되면 손상 축적을 방지하는 작용을 하는 DNA 복구 효소 및 국소 비타민D 생성을 포함하여 동일한 피부 세포 내에서 특정 복구 메커니즘이 시작된다. 

피부에서 합성된 비타민D는 세포 분화, 세포 사멸, 세포 부착 및 산화 스트레스를 포함한 여러 가지 항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모든 특성은 암 발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적당히 규칙적으로 타지 않게 햇빛에 노출(합리적이고 현명한 햇빛 노출) 하면 피부암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하지만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자외선(급성 일광 화상을 유발하는 종류) 노출은 피부 세포 DNA 손상의 지속적인 축적, 염증 및 광노화를 일으켜 결국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1996년 6월 스페인 안달루시아 공중보건학교 연구팀은 20세 이전의 심한 일광화상은 모든 유형의 피부암의 강력한 예측 인자인 반면, 만성 또는 평생 적당한 일광 노출은 편평 세포 암종(SCC)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지만, 기저 세포 암종(BCC) 및 흑색종(Melanoma) 위험에는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영국 암 저널 (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발표하였다.

■ 정기적이고 합리적인 햇빛 노출은 흑색종 위험 감소
2005년 1월 유럽 종양학 연구소(European Institute of Oncology) 연구팀은 태양 노출 및 흑색종 위험에 대한 57개 연구의 메타 분석 결과를 유럽 암 치료 연구협회 학술지 《유럽 암 저널 (European Journal of Cancer)》에 발표하였다. 간헐적인 고강도 햇빛 노출은 흑색종 위험을 증가시키지만, 직업적 또는 규칙적이며 합리적인 햇빛 노출과 흑색종의 위험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직업상의 태양 노출이 흑색종의 위험을 감소시켰음을 의미한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태양 노출과 흑색종에 대한 연구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통해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태양 노출이 흑색종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광화상이 흑색종을 두 배로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헐적인 고강도 태양 노출은 흑색종 발병 위험을 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의대 연구팀은 자외선 노출로 인한 흑색종의 유병률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학협회저널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하였다. 

■ 비타민D 수치가 낮으면 흑색종 발병 위험 및 사망률 증가
2023년 4월 핀란드 이스턴 핀란드 대학과 쿠오피오 대학병원 연구팀은 성인 498명을 대상으로 비타민D 보충제 복용과 피부암 발병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흑색종 연구(Melanoma Research)≫에 발표하였다. 정기적으로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한 사람들은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모든 유형의 피부암 발병율이 훨씬 적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는 정기적으로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과거 또는 현재의 흑색종 위험이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5월에는 미국 트리니티 헬스 앤아버 병원 연구팀이 흑색종 발생 및 비타민D 결핍과 수치와의 관계에 대핸 메타 분석 연구 결과를 ≪흑색종 연구(Melanoma Research)≫에 발표하였다. 저자들은 비타민D 수치가 20ng/ml 미만이면 흑색종의 위험이 증가함을 발견했으며, 이는 흑색종 발병에 대한 비타민D 및 자외선 노출의 흑색종 보호 효과를 보여준다고 언급하였다.

2019년 5월 이탈리아 사피엔자 대학교 공중보건감염증학과 연구팀은 아래 차트에 설명된 것처럼 비타민D 수치가 증가함에 따라 흑색종 위험이 확실히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유럽 암 예방 저널(European Journal of Cancer Prevention)≫에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흑색종 환자의 평균 비타민D 수치가 건강한 대조군의 평균 수치보다 10ng/ml 낮았고, 대다수 흑색종 환자의 비타민D 수치가 20ng/ml 이하임을 발견했다. 또한 비타민D 수치가 30ng/ml 이상인 자는 20ng/ml 이하인 자에 비해 흑색종 위험이 96% 낮았다. 

2020년 2월 대만 타이페이 의과대학 연구팀은 비타민D 수치가 낮은 흑색종 환자가 비타민D 수치가 높은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56% 더 높다는 메타 분석 결과를 ≪유럽 피부과 학회지(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에 발표하였다. (아래 차트 참조).


연구팀은 총 11,166명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25건의 연구를 조사한 결과 비타민D 결핍이 대조군에 비해 흑색종 환자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흑색종 환자는 비타민D 수치가 높을 때보다 비타민D 수치가 낮을 때 사망률이 유의하게 더 높았다.

2023년 4월 폴란드 포즈난 의과대학 연구팀은 비타민D 수치가 흑색종 치료의 성공률 향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암 학회 저널 ≪암(Cancer)≫에 발표하였다. 

암 면역 요법 치료를 받고 있는 진행성 흑색종 환자 200명을 추적하여 비타민D 수치와 비타민D 보충이 질병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결과, 비타민D 수치가 30ng/ml 이상인 사람들이 치료에 대한 반응률(56% vs 35%)이 훨씬 더 좋고 무진행 생존 기간(질병이 악화하지 않은 채 환자가 생존해 있는 기간)도 비타민D 수치가 30ng/ml 미만인 사람들에 비해 증가한다(11.25개월 vs 7.9개월)는 것을 발견했다. 

■ 피부암 예방을 위해 필요한 햇빛과 비타민D
피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일광욕과 정상 비타민D 수치(30~100ng/ml)가 필요하다. 피부 노화 및 미용 등의 여러 이유로 햇빛 노출을 포기한다면 비타민D 수치만이라도 정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결핍 상태인 16.1ng/ml에 불과하다. 정상인 30ng/ml 이상인 국민은 전체의 3%에도 못 미친다.

비타민D가 뼈 건강은 물론 피부암 및 각종 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정신질환 등 거의 100여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건강 정보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비타민D 수치에는 무지한 실정이다. 하루빨리 자신의 비타민D 수치를 검사해보고 정상 수치를 회복하는 게 만병 예방 및 질환 치료를 촉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