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중간에 자주 깨는 것도 ‘수면장애’
자는 중간에 자주 깨는 것도 ‘수면장애’
  • 조동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7.17 16:09
  • 최종수정 2023.07.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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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불안-램수면장애-무호흡 등 여러 장애 동반

[헬스컨슈머] 인간은 대부분 하루의 1/3은 잠을 자면서 보낸다. 

에너지의 측면에서 보면 낮 동안 활동하며 에너지를 쓰고, 소모된 에너지를 밤에 다시 충전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충분한 활동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생각하고 걱정하는 가운데 또는 정신적 압박이나 여러 가지 신체적 이유로 잠을 잘 못 자며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여름은 열대야 등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처럼 달콤한 꿈은 현실의 여름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이 불면증의 세월을 이겨내기 위한 지혜를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사진)의 도움말씀을 빌어 알아본다.

불면증은 잠을 잘 못 자거나(입면장애) 중간에 자주 깨는(유지장애) 현상을 말하는데, 불면증을 유발하는 수면과 관련된 여러 질환을 통칭해 수면장애라 부른다. 

‘잠을 못 잔다’라는 것 보다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거나 ‘중간에 자주 깬다’는 형태로 불면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이 잘 오지 않거나 자주 깨요” 불면장애

불면장애의 가장 흔한 형태는 정신생리적 불면증으로 1) 잠을 잘 못 자는 것을 과도하게 걱정하고, 2) 잠을 자려고 너무 애쓰며, 3) 자려고 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생각이 너무 많고 4) 자려고 하면 긴장하거나 불안해지고 5) 자려 하지 않는 상황에선 오히려 잠이 오지만,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첫 번째로 지켜야 할 것은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추는 것이다. 아침에 눈은 떴는데도 누워있거나, 낮 동안 누워있는 것은 17시간의 활동을 채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규칙적인 습관을 저해한다. 

이를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경우에는 수면전문가의 도움 하에 적합한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잠이 잘 안 오고 아침에 일찍 깨요” 수면위상증후군

불면증 증상을 평가할 때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수면패턴을 평가하는 것이다. 

수면위상증후군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일찍 깨게 되는 전진형 증후군과, 늦게 잠자리에 들어 늦게 일어나는 지연형 증후군, 그리고 여행시차와 야간 교대근무가 포함된다. 

수면제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수면의 패턴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만약 잠자리에 누웠는데도 잠이 잘 들지 않는다면, 아침에 기상한 후 17시간의 활동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해 잠이 쉽게 들지 않는 것일 수 있으니 내 수면패턴이 어느 형태에 속하는지, 그리고 17시간을 충분하게 활동했는지를 평가해야 불필요한 수면제 복용을 줄일 수 있다.

■“다리가 근질거려서 잠들기가 어려워요” 하지불안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은 자려고 누웠을 때 다리에 뭔가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어서 다리를 계속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동반되는 질환으로 주기성 사지운동증이 있는데, 잠을 자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다리가 움찔거리면서 발을 차는 바람에 깊은 잠을 못 자고 자주 깨게 된다. 

두 경우 모두 나이가 들수록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출혈이나 임신, 위 절제술 등과 같이 철분 결핍이 유발되는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철분검사를 한 후 결핍이라면 철분을 보충하고, 정상이라면 도파민 효현제를 투여하면 증상 경감을 기대할 수 있다.

■“잠꼬대와 몸부림을 심하게 해요” 렘수면행동장애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꿈을 더 자주 꾸게 되고 잠꼬대와 몸부림을 하는 경향이 있다. 

심한 잠꼬대가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얘기가 많이 회자되면서 많이들 걱정하는 증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증상은 알츠하이머 형태의 치매보다 오히려 파킨슨병과 연관성이 높다. 

다만 파킨슨병이 발생한 후 파킨슨 치매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결과적으로 치매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일종의 노화현상이기 때문에 몸부림을 치다가 자주 다치는 경우에는 약물을 복용하지만,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경과관찰을 하며 보행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손을 떨지는 않는지 등을 평가하여 파킨슨병으로의 이행을 모니터링하게 된다.

■“머리만 대면 잠드는데 낮에 졸려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불면증보다는 낮에 피곤하고 졸린다는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잠을 자는 동안 기도가 막히면서 뇌에 산소공급이 잘 되지 않아 중간에 깨고, 낮에 졸린다.
 
그러다 보니 잠자리에 누우면 머리만 대면 자게 된다. 

야간의 저산소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인지기능 저하나 심혈관계 및 뇌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체중 증가, 고령화로 발생하므로 체중을 줄이거나 잠을 잘 때 옆으로 누워서 자면 무호흡과 코골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나, 심한 경우에는 양압기를 착용해야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또한 구강 내 장치나 수술적 요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낮에 너무 심하게 졸려요” 기면병

기면병은 낮에 극심하게 졸리는 증상을 특징으로 하며, 웃거나 울다가 전신에 힘이 빠지는 증상인 탈력발작, 잠들 무렵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운 수면 마비와 환각(가위눌림)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낮에 심하게 졸리기 때문에 수업이나 근무 중에 심하게 졸려 문제가 발생하거나, 운전 중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야간에는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진단에는 야간의 수면다원검사와 함께 주간에 수면잠복기반복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낮 졸림증에는 잘 수 있을 때 미리 잠을 자두는 행동요법과 각성제를 사용하기도 하며, 탈력발작이 심한 경우에는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내 수면패턴을 먼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잠을 못 잔다’가 아니라 내 불면증의 양상이 어떠한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수면다원검사는 일반적인 불면증에는 추천되지 않으며,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이나 렘수면행동장애, 그리고 기면병을 진단할 때 실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불면증과 수면장애에 대한 판단은 임상 면담만으로도 상당부분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면전문가와 함께 증상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진행하고 각 상황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좋겠다.

 [도움말씀자료=서울 아산병원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