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연금, 남-녀 불평등 심각하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남-녀 불평등 심각하다
  • 윤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23.07.26 14:18
  • 최종수정 2023.07.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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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연금 수급률 64.4% 대 37.5%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도입 이후 30여 년이 지나 매년 노령연금의 수급자 수와 급여 수준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입 기간과 수급자 규모에서 남녀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 가운데 남성은 239만 5천여 명, 여성은 181만 9천여 명이었고 같은 연령대 전체 인구 대비 국민연금 수급률은 각각 64.4%, 37.5%로 남녀 차이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 원장 이태수)이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제438호 ‘성별 연금 격차의 현황과 시사점’을 발간했다. 

이 연구의 책임을 맡은 빈곤·불평등연구실 연금연구센터 이다미 부연구위원은 “성별 연금 격차는 불평등의 또 다른 차원 중 하나로, 연금제도를 통해 재생산되는 성별 격차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사회정책 지표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도입 이후 30여 년이 지나 매년 노령연금의 수급자 수와 급여 수준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입 기간과 수급자 규모에서 남녀 차이가 크다”면서 “출산, 양육 등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단절이 국민연금 가입 단절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크레딧 확대가 시급하며, 최소 가입 기간 단축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성의 경우 유족연금 등의 파생적 수급권을 통한 급여 확보 비율이 여전히 높고 20년 이상의 연금 장기 가입이 어려워 적절한 수준의 급여를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성별 연금 격차는 1990년대 이후 연속 실시된 각국의 연금개혁이 남녀에게 얼마나 다른 영향을 주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최근 들어 EU를 비롯한 국제기구 차원에서 노인빈곤율과 더불어 꾸준히 관리되고 있는 사회정책의 주요 지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20년 12월 말 기준, 18~59세 연령대의 전체 인구와 경제활동인구 대비 공적연금 가입률(특수직역연금 포함)을 전체 인구, (남성을 제외한) 여성 인구 기준으로 각각 살펴보면 남녀의 가입 격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특정 시점에서의 스냅숏으로 측정되었으며, 적용 제외와 같은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하였다는 점에서 여성의 가입 이력이 안정적임을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2022) 자료를 인용, 이에 따르면 수급 유형별로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노령연금 수급에서 50세 이상 남성은 319만 1,600여 명, 여성은 187만 7,700여 명으로 둘의 격차가 컸고 여성은 유족연금 수급자가 78만 5,200여 명으로 나타나 주로 파생적 수급권에서 급여가 발생하는 점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파생적 수급권이란 가구 단위에서 배우자의 연금급여를 공유하거나, 피부양자 지위에 근거하여 수급권이 발생하는 것을 뜻하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서구 국가들은 사회정책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성별 연금 격차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수급자 수를 비교하면 남성 72만 8,900여 명, 여성 12만 500여 명으로 장기 가입자는 남성이 훨씬 더 많은 반면, 가입 기간이 10~19년인 수급자 수는 남성 117만 7,700여 명, 여성 100만 6천여 명으로 격차가 크지 않음.

해외의 성별 연금 격차 추이

이 연구위원은 해외 13개국의 성별 연금 격차 추이를 살펴본 결과,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점차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2018년 기준, 성별 연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는 영국(40.5%)이며, 성별 연금 격차가 가장 작은 국가는 덴마크로, 매 시기 10% 안팎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성별 연금 격차 감소 정도가 가장 큰 국가는 캐나다로, 1990년대 초반 약 36%에 달하던 것이 2018년에는 21.7%로 14%p 가까이 감소하였고 그리스는 성별 연금 격차가 2007년만 하더라도 35.2%로 높았으나 이후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여성의 공적연금 수급률을 살펴본 결과, 거주 기반 (준)보편적 기초연금 혹은 기여-급여 연계가 약한 정액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국가에서 대체로 여성의 공적연금 수급률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공적연금 수급률이 가장 낮은 국가는 스페인으로 그 비율이 70%대 초반에 그치는데, 스페인을 비롯한 남유럽 국가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70%에 미치지 못하여 근로 이력과 강하게 연계된 소득비례연금의 수급권을 확보하는 비율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소 가입 기간이 5년에 그쳐 여성이 크레디트 적용만으로도 공적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는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거주 기반 기초연금을 통해 거의 모든 여성이 공적연금 수급권을 확보하고 있으나, 시간제 근로를 중심으로 여성의 노동 공급을 늘려 온 결과, 준의무적 기업연금에서 성별 연금 격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주 기반 기초연금이란 기여 이력과는 무관하게, 해당 국가에 거주한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이 지급되는 형태를 말한다.

이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정책적 제언을 통해 첫째, 노후소득 영역에서 발생하는 성별 연금 격차를 사회정책의 주요 지표로 설정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고 둘째, 한국에서는 여전히 파생적 수급권으로 연금급여를 확보하는 여성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성별 연금 격차의 개선은 개별적 수급권 확보 및 가입 기간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