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중년’ 씨 “피곤하다”고요? 우울증일 수 있어요
‘나 중년’ 씨 “피곤하다”고요? 우울증일 수 있어요
  • 박채은 기자
  • 기사입력 2023.09.22 12:12
  • 최종수정 2023.09.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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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비율 다른 정신 질환보다 놓아...솔직한 자신 바라봐야

[헬스컨슈머] 우울증은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신병리 중 하나. 

자살에 이르는 비율도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훨씬 높으며, 자주 재발하는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우울증은 정신질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요즘 많은 중장년층들이 인생이 허무하다는 등 안타까움이 섞인 말을 자주 한다. 

젊음을 불사르며 열심히 살았던 사람도 중장년이 되면 사무치는 허무함을 느낀다고 한다. 

“온갖 고생을 했어도 아무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인생 헛살았다” “이 나이에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다”라며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중장년이 되면 여러 시련들이 찾아온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기도 하고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음을 절실히 느낀다. 

죽음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아 섬뜩할 때도 있다. 잠시라도 긴장을 놓치면 큰 일 날 것 같이 불안하기 쉬운 연령대가 바로 중년이다.

 그래서 본지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형근 교수의 말씀을 빌어 우울증에 대한 도움자료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 증상

우울증이라는 용어가 ‘우울한 기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우울증 환자는 우울한 기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우울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가 많다.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우울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가 더 많을 수 있다. 

중장년쯤 되면 우울해도 우울하다고 말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보니 우울한 감정을 속으로만 꾹 눌러놓는다. 

마음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나이 사십, 오십이 되어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겪어 봤는데 내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할까’ 싶은 생각에 마음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우울한 감정을 속으로만 숨기고 억누르다 보면 다른 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저는 우울해요”라고 하기보다는 “피곤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예민해진다, 불안하다,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라며 우울함이 아니 다른 신체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다. 

이런 경우 우울증이라고 진단하면 “나는 우울하기보다는 피곤해요. 그냥 좀 지쳐 있을 뿐이에요”라며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우울한 기분이 아닌, 다른 양상으로 우울증이 표현되는 경우는 이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 일에 지나치게 빠져 든다
□ 멍 하니 tv만 본다
□ 조급해하고 기다리지 못한다
□ 쓸데없는 걱정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 고집스러워지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 자꾸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 의심이 많아지고 사소한 일에 집착한다.
 
이러한 모습 뒤에 우울증이 숨겨져 있는 경우는 흔한 일인데 우울한 기분을 은폐하기 위한 가면인 경우가 많다. 

결국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우울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생긴다. 

숨겨진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지 못하면 “나이가 들어 성격이 더 고약해졌다” “술을 자제하지 못하고 의지가 너무 약해졌다”며 그 사람을 비난하는 일도 생긴다. 

그러면 중장년층의 우울증 환자는 속으로 더 숨어 들어가게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 치료

우울한 감정을 숨기려 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우울한 감정을 술로 해결하려 들거나 혼자만의 동굴 속으로 빠져 들어가서도 안 된다. 

우울한 감정이 찾아왔을 때는 그것을 똑바로 보고 ‘왜 내게 우울한 기분이 찾아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울해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된 이유와 상황을 이해하면 우울한 기분도 사라진다.
 
그런 기분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면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 

그렇게 할 때 스스로 기분을 통제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

우울증이 찾아왔다면 왜 하필 지금 우울증이 생겼고, 그것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 하는지, 나의 마음 습관 중에서 어떤 부분이 우울증을 불러왔는지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또한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고 당당히 위로받아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우울증은 우리 곁을 떠나는 법이다.

 

■ 자가 극복법 및 예방법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통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건강식을 하며 정기적으로 밝은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근거도 많은 방법은 바로 운동이다. 

운동을 할 때는 심박수와 호흡수가 빨라지고 덥다고 느낄 정도의 강도로, 매주 3번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을, 9주 이상 꾸준히 했을 때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실제로 운동은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술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으나 우울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기감정을 털어놓고 지지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기 스스로 우울증 극복하기]

- 가벼운 활동이나 운동을 시도해본다. 명화를 보고, 게임도 하고 예전에 좋아했던 활동을 조금씩 해본다. 종교모임, 사교모임 등에 참여해본다.

- 자신에게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본다.

-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신뢰관계가 있는 친구를 믿는다. 자신을 소외시키지 말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들인다.

- 기분이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울증에서 갑자기 벗어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식욕이나 수면이 점차 좋아진 후에야 우울한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

- 결혼, 이혼, 직업결정 등 중요한 결정을 우울증 호전 때까지 미룬다.

- 치료를 받으면서 긍정적인 사고가 부정적인 사고를 대체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자료출처=서울아산병원 뉴스레터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