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보건의료! ‘재활의학’
우리 세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보건의료! ‘재활의학’
  • 조동환 기자
  • 기사입력 2023.11.29 15:54
  • 최종수정 2023.11.29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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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을 위해 기업과 병원이 머리를 맞댄 현장을 찾다

 

재활의학이 뜨고 있다. 고령사회에 이어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면서 우리 사회와 국민이 가장 중시해야 할 보건의료의 핵심테마가 바로 재활의학이 아닐까 싶다. 이에 본지는 마침 지난 10월 인천에서 열린 ‘2023년 재활의학과 추계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눈으로 이 재활의학의 현 추이와 동향을 살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출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기업과 병원이 머리를 맞대다 <재활의학과 추계학술대회와 함께 한 비즈니스 파트너링>|작성자 K바이오헬스전략센터] ※ 편집자 주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유병장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병을 앓는 채로 오래 살라고 비꼬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실은 그 반대입니다.

나이가 들면 어딘가 아프고 몸이 조금씩 고장나기 마련입니다.

아직까지는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무병장수’라는 오랜 이상은 점점 허황되고 먼 꿈이 되는 셈이지요.

자연히 완벽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병이나 불편한 곳이 있더라도 일상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의학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가장 유망한 진료과목 중 하나가 바로 재활의학과입니다.

재활의학이란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재활의학을 치료, 예방에 이은 제 3의 의학이라고도 하지요.

​과거에는 재활의학이라고 하면 통증관리나 물리치료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재활의학은 질병보다 사람을 중심에 둡니다.

예컨대 신경계 문제로 다리가 불편한 사람에게 신경치료와 통증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종래의 의학이었다면, 현대적인 재활의학은 환자의 사회적, 심리적 상황까지 고려하여 일상으로 복귀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기업들의 참여가 유독 두드러진다는 점이 재활의학과 학술대회의 특징입니다. 기술요소의 비중이 높은 재활의학의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재활의학은 유독 융합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한 사람을 재활 치료하려면 재활의학과 의사와 함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는 물론이고 언어치료, 보조장비 기업,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팀을 이뤄 움직여야 합니다.

치료 상황에 대한 평가도 의학적인 소견에 더해 장애 수준에 대한 평가, 사회 심리적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융합적인 특성, 팀 단위로 움직인다는 특성상 재활의학은 최신 기술을 가장 활발하게 받아들이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특히 뇌과학과 관련 공학적 지식이 축적되면서 신경계 질환에 대한 재활치료에서 매우 큰 진전이 이루어져서, 로봇, 가상현실, 경두개자기자극술 등 다양한 기술이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지요. 재활의학이 적용되는 범위도 점점 넓어지면서 재활의학은 신기술에 가장 열린 분야 중 하나로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7일부터 이틀간 열린 2023년 재활의학과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국제 재활 의학, 세계를 연결하다’라는 슬로건대로 이번 학술대회는 9개국 15명의 연사가 참여하여 대규모로 진행됐는데요, 재활의학과 관련된 기술뿐 아니라 사회 제도, 정책, 지역공동체에 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행사가 열린 인천그랜드하얏트 호텔 건물 두 동의 로비를 꽉 채울 만큼 성황을 이룬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기업의 참여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융합분야인 재활의학의 특성을 보여주듯 의료기기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의약품, 의약외품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기업들이 부스를 차리고 제품을 선보였지요.

보건의료인프라연계 지원기업 전시공간에는 여러 의료 및 기업관계자들이 모여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학회에 참석한 의사들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K-바이오헬스 전략센터도 비즈니스 파트너링 행사를 열어 학회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했는데요, 특히 이번 학회에서는 K-바이오헬스 지역센터와 개방형실험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하여 기업 간 네트워킹의 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빈 일정을 찾기 어려울 만큼 알차게 진행된 비즈니스 파트너링을 통해 임상의와 기업이 새로운 협력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공현호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이터쿡 관계자. 이번 상담을 통해 그간 간과한 점을 짚을 수 있었다며 큰 만족을 표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데이터쿡’입니다.

데이터쿡은 이비인후과 학회의 파트너링에도 참여한 바 있는데요, 영상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임산부를 위한 운동 분석 시스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임상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특히 데이터쿡의 운동 분석 솔루션은 나날이 숫자가 줄어드는 산부인과의 진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서 재활의학의 핵심 가치인 공공성에도 잘 부합했습니다.

​데이터쿡은 재활의학과 전공의에게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재활의학의 특성상 의료진들이 환자의 운동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환자의 운동 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운동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선보였는데, 이에 대해 동작만으로는 정확한 측정이 어려우니 호흡량, 심박수와 같은 데이터를 1차 지표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파트너링에 참석한 데이터쿡 관계자는 “개발 중 가장 고민하던 부분에 대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지적해주셨다”며 “이번 상담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데이터쿡에 값진 조언을 해준 공현호 충북대학교 재활의학과 교수는 파트너링에 참여한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자신이 학부 시절 공학을 전공했었기에 기술기업이 어떤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했는지, 임상 현장에서는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데이터쿡이 제시한 영상인식 기반 운동분석에 대해서도 분명 기술적으로 멋지고 매끄러운 아이디어지만 실제 임상의가 환자를 보는 방식과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업이 처음부터 방향을 정확하게 잡을 수 있도록 조언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임상의가 해야 할 일”이라며 “기업들의 역량이 높은 만큼 멀리 돌아가는 길을 미리 피할 수 있다면 기업으로서도 사업을 더 빨리 궤도에 올릴 수 있을 테고, 환자들도 일찍부터 유용한 신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재활의학 분야에서는 공 교수처럼 공학적 기반을 갖췄거나 신기술에 관심이 높은 의료진이 많으므로 기업과 더 긴밀한 협력이 기대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바이오 공명’이라는 이름의 기술로 시장에 도전하는 엘에이치생활건강도 큰 기대를 안고 이번 파트너링을 찾았습니다.

바이오공명은 피부에 저주파 자극을 가해 심부 모세혈관에서 파동을 중첩시킴으로써 모세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기술입니다.

엘에이치생활건강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운동량이 적어 순환계 말단에서 혈류가 느린 현대인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자체 시험을 통해 성능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만큼 시장에서 치료기기로 인정받는 데 필요한 각종 인증과 임상시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번 파트너링에서는 상담에 참여한 임상의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본격적인 임상 및 인증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수중 재활용 운동기기를 개발하는 코어무브먼트는 이번 파트너링을 통해 테스트베드를 확대하고자 했습니다.

코어무브먼트가 제작한 EMS 트레이닝은 기계적인 장치 없이도 수중 운동시 부하를 가함으로써 운동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운동용 기기로는 검증을 마친 상태에서 의료 분야로 진출하고자 임상의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코어무브먼트의 장비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도입 중인데, 이를 기반으로 다른 병원에도 확대해 보급함으로써 더 많은 데이터를 얻고 기능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날 비즈니스 파트너링은 상담실의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활기를 띠었습니다.

재활의학과 학술대회와 함께 펼쳐진 이번 비즈니스 파트너링은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고 현장에 밀착한 아이디어로 가득했습니다.

상담 기업도 막연한 가능성을 타진하기보다 분명한 목표를 두고 실질적인 실현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 만큼 재활의학 분야의 기술과 치료법 발전이 얼마나 빠른지 실감할 수 있는 자리기도 했지요.

기술에 열린 의료진과 목적과 용도가 분명한 기술이 만난 덕분일 것입니다.

이번 학술대회의 슬로건처럼, 비즈니스 파트너링 역시 ‘모든 장애를 넘어 더 나은 기능과 삶의 향상을 위해’ 산업과 병원, 그리고 ‘세상을 연결하는’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