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건강에 대한 ‘자가평가’가 한국여성 보다 높다니...
이주여성, 건강에 대한 ‘자가평가’가 한국여성 보다 높다니...
  • 윤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24.01.11 14:37
  • 최종수정 2024.01.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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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도 감소경향...의료는 이용하고 싶은 데 그러지 못하는 비율도 줄어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여성의 건강지표-6‧끝-이주여성 편]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원(이하 보건원)이 2023년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 자료집을 지난 연말인 12월 29일 펴냈다. 이 자료집을 토대로 우리나라 여성건강에 대한 시리즈를 기획기사로 펼쳐본다. <편집자 주>
※ 자료 및 그림 출처는 모두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원 자료집에서 발췌했음.


[헬스컨슈머] 건강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건강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이해하고 판단하고 활용하여 바람직한 건강행동을 취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인 건강 리터러시는 개인의 건강 수준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이며, 이주민은 건강 리터러시가 취약한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건강 리터러시 수준을 파악하고, 관련 요인들을 탐색해 본 바에 의하면 결혼이주여성은 한국 기혼 여성에 비해 건강 리터러시 수준이 낮았다. 

두 집단의 건강 리터러시 분포를 보면, 한국 기혼여성의 대다수(85.4%)가 “병의원 서식 작성 등”에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양호한 건강리터러시 집단이고, 건강 리터러시가 문제가 있는 집단은 14.5%에 불과했다. 

반면, 결혼이주여성 중 문제가 있는 건강리터러시 집단은 약 절반에 달한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출신 국가에 따라 건강리터러시의 수준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베트남이나 필리핀 출신의 여성들이 중국계나 일본계 여성보다 건강리터러시 문제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조사에서, 결혼이주여성의 ‘낮은’ 건강리터러시 분율은 52.2%로, 한국 기혼여성에 비해 약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주여성의 특성별로 ‘낮은’ 건강 리터러시 분율을 살펴본 결과, 출신 국가별로는 베트남과 필리핀 출신 여성의 건강 리터러시 문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여성들의 한국 거주기간을 5년 미만, 5~10년 미만, 10~15년 미만, 15년 이상으로 나누어 분석했을 때, 한국 거주기간이 길어질수록 건강 리터러시가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언어의 습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건강 리터러시가 낮아졌고 학력이 높을수록, 월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건강 리터러시가 높아지는 경향이 발견됐다. 

 

 

 

결혼이주여성의 자가평가 건강수준 추이를 한국 여성의 자가평가 건강수준 추이와 비교한 결과, 이주여성의 주관적 건강은 확인할 수 있는 연도 모두에서 한국 여성에 비해 좋은 것으로 나타나 ‘건강이민자 효과(Healthy Immigrant Effect)’가 관찰되며, 최근 연도에 더 좋아지는 추이를 보였다. 

결혼이주여성의 양호한 자가평가 건강수준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연령을 층화해 분석한 결과 전 연령에서 주관적 건강이 좋아지는 추이를 보였다.

출신 국가별 양호한 자가평가 건강수준에서 베트남 국적의 이주여성이 81.9%로 자가평가 건강수준이 가장 높았고, 일본 국적과 한국계 중국인이 68.4%로 양호한 자가평가 건강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양호한 자가평가 건강수준에 미치는 연령 효과의 영향(일본과 한국계 중국인의 연령은 평균 47세, 베트남 국적 이주여성의 연령은 평균 33세)과 함께, 동아시아 여성들의 긍정적 평가에 보수적인 응답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양호한 자가평가 건강수준을 연령으로 층화해 분석한 결과, 19~39세 젊은 층에서는 출신 국가별 양호한 자가평가 건강수준에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40~64세 중장년층 이주여성에서는 출신 국가별 차이가 유의하게 관찰되어,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80.7%로 양호한 자가평가 건강수준이 가장 높고, 일본이 62.6%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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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들 내부의 자가평가 건강수준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교육 수준, 소득 수준, 유급 노동 여부, 거주기간, 한국어 능력, 거주지별로 분석한 결과,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월 가구소득이 200만 원 미만 그룹에 비해 200~299만 원과 300만 원 이상에서 양호한 자가평가 건강수준이 높았다. 

유급 노동을 하는 그룹이 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유의하게 주관적 건강이 좋았고 한국 거주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가평가 건강수준은 나빠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한국어 능력이 높은 그룹에서 양호한 자가평가 건강수준이 높았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우울증상 경험률은 동일한 측정 도구로 한국인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보다 높은 경향을 보였다. 

결혼이주여성의 우울증상 경험률은 2015년도 조사와 비교해 2018년과 2021년 조사에서 감소했다. 

 

최근 여성들의 우울증상 경험률이 감소하는 경향은 전 연령에서 관찰되고 있다. 

2015년에는 젊은 연령에서 우울증상 경험률이 높고 중년에서 감소하였다가 60세 이후 고령자에서 다시 높아지는 U자형 패턴이 나타났는데, 2021년 조사에서는 연령에 따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 것도 특징적 이었다. 

동일 연령 구간의 결혼이주여성과 한국 여성의 우울증상 경험률을 비교하였을 때도 전 연령에서 이주여성의 우울증상 경험률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이와 함께 출신 국가별로 이주여성들의 우울증상 경험률의 차이가 발견됐다. 

필리핀, 타이, 캄보디아 출신 국적의 이주여성이 일본이나 한국계 중국 여성보다 우울증상 경험률이 높았다.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우울증상 경험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발견되었고, 월 가구소득이 낮은 그룹, 특히 월 가구소득 200만 원 미만 그룹에서 우울증상을 경험한 비율이 현저히 높았다.
 
유급 노동을 하지 않는 경우와 한국어 능력이 낮은 그룹에서 우울증상 경험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미충족 의료 경험에 있어 다문화실태조사와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 모두에서, 병원을 이용하고 싶을 때 이용하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실태조사의 경우 2015년 조사에서는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2021년 조사에서는 연령별 특징이 관찰되지 않았다.

출신 국가별 비교 분석에서는 일본이나 필리핀 이주여성들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높았다.
 
한국어 능력이 낮은 그룹과 교육 수준이 초졸 이하인 경우, 월 가구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이주여성에서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