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못 버티는 ‘미분화 갑상선암’ 잡는 새 치료전략 찾았다
1년 못 버티는 ‘미분화 갑상선암’ 잡는 새 치료전략 찾았다
  • 박채은 기자
  • 기사입력 2024.01.12 16:29
  • 최종수정 2024.01.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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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 황성순, 김석모 교수 연구팀, 항암제 효율 높이는 방법 발견
➤왼쪽부터 연세대 의생명과학부 황성순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김석모, 윤혁준 교수.

 

[헬스컨슈머]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으로 알려진 ‘미분화 갑상선암’의 항암제 저항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연세의대 의생명과학부 황성순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김석모, 윤혁준 교수 연구팀은 기존 항암제에 높은 저항성을 보이는 미분화 갑상선암의 항암제 저항 매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월 11일 발표했다. 

연세의대측은 이번 연구가 그동안 항암제 효율이 낮아 치료가 어려웠던 미분화 갑상선암 분야에 새로운 치료전략이 나올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미분화 갑상선암은 현존하는 암 중 가장 치료가 어려운 암 중 하나로 알려졌는데 전체 갑상선암 환자의 1% 미만으로 흔치 않은 암이지만, 주변 장기로 전이가 빨라 예후가 나쁘다는 것. 

치료하지 않으면 보통 3개월 이내 사망할 수 있으며, 치료한 환자 역시 1년 이상 생존율이 약 20% 밖에 되지 않으며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갑상선 유두암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고 연세의대측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분화 갑상선암이 항암제에 저항하는 원리를 찾기 위해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갑상선 유두암에 비해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글루타민분해효소(GLS) 발현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암세포는 생존하기 위해 글루타민을 주요 영양분으로 사용하는데 글루타민은 포도당 다음가는 세포 에너지원으로 꼽히며, 글루타민분해효소(GLS)를 이용해 글루타치온(GSH)을 합성시켜 종양 세포에 각종 영양분과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암종에서 글루타민분해효소가 높게 나타난다고 하는 데 연구진은 글루타민분해효소(GLS)를 억제해 암세포의 영양공급을 막으면 항암제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측과 달리, 글루타민 분해 경로를 억제해도 미분화 갑상선암세포는 여전히 살아남았다고.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미분화 갑상선암이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활용해 생존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 이를 바탕으로 글루타민분해효소 저해제와 단일탄소 대사기전의 핵심 효소를 억제하는 저해제를 동시에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실시했고 그 결과, 암세포를 유지하는 활성산소종의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 사멸을 촉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존 단일 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항암 효과가 약 50% 가량 향상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는 것. 

 

(그림) 글루타민 분해 대사만 억제했을 경우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활성화하여 암세포가 생존했으나(A), 글루타민분해효소와 단일탄소 대사를 동시에 억제했더니 활성산소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가 사멸하고 항암제 치료 효율이 증가했다(B).

 


연구진은 추가로 유전체 검사를 실시해 갑상선 유두암에서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진행될수록 단일탄소 대사의 기전이 강화된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의 황성순 교수는 “글루타민 분해 및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억제하는 신약개발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단일탄소 대사기전은 항암제 저항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므로 이를 제어하는 신약개발 후속 연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석모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난치성 미분화 갑상선암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치료하고 있다. 글루타민 분해효소와 PHGDH를 동시에 억제하는 병용투여하는 새 치료전략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세의대측은 이번 연구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네이처출판그룹에 ‘글루타민 분해와 단일탄소 대사기전의 공동 억제를 통해 생성된 활성산소를 이용하는 미분화 갑상선암에서의 화학요법 효능 증가’ 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