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을 때는 땀을 내고, 따뜻한 술을 마셔라… 정말일까?’
‘감기에 걸렸을 때는 땀을 내고, 따뜻한 술을 마셔라… 정말일까?’
  • 김준수 청년기자
  • 기사입력 2025.11.24 12:01
  • 최종수정 2025.11.24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컨슈머] 감기에 걸리면 사람들은 약국이나 병원에 가기 전에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따뜻한 술을 마시거나,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억지로 땀을 빼거나, 비타민을 한 움큼씩 먹는 식의 민간요법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오히려 회복을 늦추고 몸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신력 있는 의료기관과 의학 자료가 무엇을 “좋은 민간요법”이라고 인정하고, 무엇을 “피해야 할 민간요법”이라고 못 박는지 정리해 본다. 
먼저 가장 위험한 오해는 감기에 항생제가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다. 감기의 대부분은 바이러스 감염인데, 항생제는 세균에만 효과가 있다. 일반적인 감기나 많은 급성 기관지염에는 항생제가 효과가 없으며, 이때 항생제를 쓰면 설사·발진 같은 부작용과 더불어 항생제 내성만 키운다. 따라서 “감기에 항생제 한 번 맞고 빨리 낫자”는 식의 민간요법은 잘못된 상식이다.
두 번째로 널리 퍼진 요법은 고용량 비타민 C나 각종 영양제를 많이 먹으면 감기가 낫거나 아예 안 걸린다는 주장이다. 비타민 C를 평소에 꾸준히 복용하더라도 감기 자체를 예방한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고, 일부 연구에서 증상 시작 이전에 복용했을 때 병의 기간을 아주 조금 줄인 정도의 효과만 보고됐다. 아연 보충제 역시 증상 초기에 적절히 사용할 경우 기간을 조금 단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지만, 구역·구토·미각 장애 같은 부작용과 후각 소실 사례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결국 비타민 C나 아연을 “감기를 꼭 낫게 하는 특효약”으로 믿고 고용량을 장기간 먹는 것은 현재 과학적 근거와 거리가 있으며, 균형 잡힌 식사를 대신할 수 없다.
세 번째로 자주 들리는 말은 “땀을 쫙 빼면 감기가 빠진다”는 식의 요법이다. 뜨거운 사우나나 심한 운동으로 감기를 땀으로 배출한다는 주장인데, 의학적 근거는 없다. 운동이 장기적으로 면역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미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땀을 빼면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으며, 과도한 땀 배출은 오히려 탈수를 악화시키고 체온 조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따뜻한 위스키나 소주에 레몬을 타서 마시는 이른바 “핫토디” 같은 술 요법도 여전히 인기가 있다. 그러나 알코올이 감기를 치료한다는 근거는 없고, 오히려 탈수를 심화시키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며 일부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한데, 술은 이 방향과 정반대의 작용을 하기 때문에 좋은 민간요법으로 보기 어렵다.
소아를 키우는 가정에서 흔한 오해도 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기침·감기 시럽을 마음껏 먹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 시판 기침·감기약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며, 일부 약은 호흡억제, 심장박동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6세 미만 어린이에게 일반적인 시판 기침·감기약을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고,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인정하는 “올바른 민간요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본은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다. 감기에 걸렸을 때 물과 카페인 없는 음료를 자주 마셔 탈수를 막고, 몸이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한 1차 치료다. 수분은 코와 목의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해 콧물과 가래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며, 따뜻한 수프나 차 같은 온음료는 코막힘과 인후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물리적 요법도 효과가 검증돼 있다. 온한 수돗물에 소금을 조금 타서 가글하는 방법은 인후통을 완화하고 점막의 부기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깨끗하게 관리된 가습기나 따뜻한 수증기 샤워는 코와 목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해 코막힘을 줄이고, 잠을 잘 때 머리를 약간 높여 자는 것 역시 기침을 덜 하게 해 수면의 질을 높여준다.
꿀을 이용한 기침 완화 역시 비교적 근거가 있는 민간요법으로 자리 잡았다. 성인과 만 1세 이상 아이에게 꿀을 한 두 작은 술 정도 먹이면 기침 빈도와 수면 방해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된 연구도 있다. 다만 12개월 미만 영아에게는 꿀이 엄격히 금지되는데, 이유는 드물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영아 보툴리눔 중독 위험 때문이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검증된 민간요법은 대부분 몸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기본적인 관리법이다. 반대로 항생제를 요구하거나, 술과 고강도 운동, 극단적인 고온 환경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방법들은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회복을 늦출 위험이 있다. 각종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어떤 민간요법이 과학과 의료기관의 검증을 거쳤는지, 어떤 요법이 오래된 오해에 불과한지를 구분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무엇을 더 할까”를 고민하기보다,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쉬고, 안전성이 입증된 방법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출처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 MedlinePlus, U.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 Mayo Clinic
● Cleveland Clinic
● Medical News Today
● Healthline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