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질염은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경험할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중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세균이나 곰팡이가 아닌 원충(기생충의 일종)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성매개감염병(STI) 중 하나이다.
초기에는 단순 질염으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증상이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재감염될 수 있으며, 파트너와 함께 치료하지 않으면 완치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원인과 증상, 치료 및 예방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이란? 원인은 무엇일까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트리코모나스 바지날리스(Trichomonas vaginalis)라는 원충이 질 내부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된 감염 경로는 성관계이며, 감염된 사람과의 성접촉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남성은 감염되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본인도 모르는 사이 파트너에게 감염을 전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드물게는 젖은 수건이나 속옷, 목욕용품 등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실제 감염은 대부분 성접촉과 관련되어 발생한다.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거나 질 내 정상 세균총의 균형이 깨진 경우에는 감염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 악취와 거품 분비물이 특징
트리코모나스 질염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악취를 동반한 황록색 또는 황색의 거품성 질 분비물이다. 분비물의 양이 평소보다 증가하며 비린내와 같은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외음부 가려움, 화끈거림, 따가움, 질 내부 자극감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배뇨 시 통증이나 성관계 중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증상이 심하면 외음부가 붉게 붓거나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
다만 감염자의 약 절반 정도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으로 알려져 있어 증상이 없더라도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전파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성관계 후 이상 증상이 발생하거나 파트너가 감염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어떻게 진단할까? 정확한 검사가 중요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증상만으로 다른 질염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세균성 질염이나 칸디다 질염과 증상이 일부 비슷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에서는 질 분비물을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원충을 확인하거나 배양검사, 항원검사, 유전자 증폭검사(PCR) 등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민감도가 높은 PCR 검사가 많이 활용되며 비교적 정확하게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므로 자가진단만으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치료의 핵심은 파트너와 함께 치료하는 것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항생제가 아닌 항원충제를 복용하여 치료한다. 대표적으로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이나 티니다졸(Tinidazole) 계열 약물이 사용되며 대부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증상이 없어도 성 파트너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만 치료하면 치료를 마친 뒤 다시 감염되는 '핑퐁 감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원칙이며, 약물 복용 중에는 음주를 삼가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료진의 안내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치료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재발하는 경우에는 재검사를 통해 치료 효과와 재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은 안전한 성생활과 개인위생 관리부터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성매개감염병인 만큼 올바른 예방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불특정 다수와의 성접촉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감염이 확인되면 파트너와 함께 치료를 받고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성관계를 자제해야 한다.
평소에는 통풍이 잘되는 면 속옷을 착용하고, 젖은 수영복이나 운동복은 오래 입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질 세정제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질 내부를 자주 세척하는 습관은 정상 세균총을 무너뜨려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질 분비물의 색이 평소와 다르게 변하거나 악취가 심해지고 외음부 가려움, 배뇨통, 성관계 통증이 지속된다면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증상이 반복되거나 치료 후에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성 파트너가 성매개감염병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행하면 대부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부끄럽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거나 증상이 사라졌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재감염과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질 건강은 여성 건강의 중요한 지표인 만큼 이상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