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단] 화를 참지 못하던 남자, 어느 날 영화 앞에서 울었다… 혹시 ‘남성 갱년기’?
[엄마기자단] 화를 참지 못하던 남자, 어느 날 영화 앞에서 울었다… 혹시 ‘남성 갱년기’?
  • 김태희 엄마기자
  • 기사입력 2026.08.20 06:30
  • 최종수정 2026.08.1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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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클립아트코리아
 

[헬스컨슈머] 기자의 지인 중 평소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던 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들과 함께 모여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훌쩍이기 시작했다. 평소 감정 표현이 많지 않았던 사람이어서 모두가 의아하게 바라봤는데, 본인도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최근 부쩍 예민해지고 쉽게 피로해지는 데다 의욕도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단순히 기분이나 성격의 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러 증상을 종합해보면 남성 갱년기와 관련된 변화일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여성에게만 갱년기가 찾아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남성 역시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감소하고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겪을 수 있다.

남성 갱년기, 대체 몇 살부터 시작될까?
남성 갱년기는 여성 갱년기처럼 특정 연령에 일괄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40~50대 이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감소하면서 관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개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에 따라 시기와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이후부터 매년 서서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순히 혈중 호르몬 수치가 낮다고 해서 모두 남성 갱년기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호르몬 감소와 함께 성기능, 신체 기능, 기분 및 인지 기능 등에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단순한 피곤함으로 넘기기 쉬운 증상들
남성 갱년기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성욕 감소와 발기 기능 저하 같은 성기능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전보다 쉽게 피로하고 무기력해지거나 운동 능력과 근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체지방이 증가하거나 복부비만이 심해지는 것도 관련 증상으로 꼽힌다. 여기에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느낌, 의욕 저하, 우울감, 불안감, 감정 기복, 평소보다 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등의 심리적 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거나 밤에 자주 깨는 등 수면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남성 갱년기는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나 가족이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회사 일이 힘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며 방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전과 비교해 신체적·정신적 변화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노화로 치부하기보다 원인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남성 갱년기 테스트, 자가진단만으로 판단하면 안 돼
인터넷에는 남성 갱년기 여부를 확인하는 다양한 자가진단표가 있다. 성욕이 감소했는지, 최근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지, 근력이나 운동 능력이 떨어졌는지, 기분이 가라앉거나 의욕이 줄었는지 등을 묻는 방식이다. 이러한 설문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결과만으로 남성 갱년기를 확정할 수는 없다.

남성 갱년기가 의심된다면 의료진과 상담한 뒤 증상과 병력을 확인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테스토스테론은 하루 중에도 수치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시점과 반복 측정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비만, 수면장애, 당뇨병, 갑상선 질환, 우울증, 복용 약물 등 다른 질환이나 요인이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치료의 핵심은 ‘호르몬 보충’ 하나가 아니다
남성 갱년기 치료는 증상과 검사 결과, 기저질환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우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 적정 체중 유지, 충분한 수면,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줄이는 등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 된다. 특히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적절히 병행하면 근육량과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지속적으로 낮고 관련 증상이 뚜렷한 경우에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치료 전후로 혈액검사와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전립선 질환이나 심혈관계 위험 등을 포함한 개인별 상황을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화가 늘고 눈물이 많아졌다면, 나이 탓만 하지 말아야
남성 갱년기는 단순히 성기능이 떨어지는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호르몬 변화는 신체뿐 아니라 감정과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전보다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갑자기 의욕을 잃고, 때로는 평소보다 감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감정 변화가 남성 갱년기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수면 부족, 우울·불안, 다른 신체질환 등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전과 달리 피로와 무기력이 지속되고 성욕이나 성기능이 떨어졌거나, 감정 기복과 수면장애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남성 갱년기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며, 적절한 평가와 생활습관 관리, 필요한 경우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결국 남성 갱년기는 ‘남자라면 참고 지나가야 하는 나이의 변화’가 아니다. 어느 순간 달라진 몸과 마음을 단순한 노화로 넘기기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불같이 화를 내던 사람이 갑자기 눈물을 보이는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나타났다면, 그저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하기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