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단] 설사인 줄 알았는데 장이 무너졌다… 젊은층도 피할 수 없는 크론병
[엄마기자단] 설사인 줄 알았는데 장이 무너졌다… 젊은층도 피할 수 없는 크론병
  • 김태희 엄마기자
  • 기사입력 2026.08.24 10:25
  • 최종수정 2026.08.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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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클립아트코리아

[헬스컨슈머] 기자의 지인은 어느 순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최근 먹은 음식이 잘못됐거나 장이 예민해진 탓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 여겼지만 복통과 설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체중까지 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컨디션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증상이 반복되면서 결국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단순한 장염이 아니라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이었다.

크론병, 단순한 ‘배탈’과 다르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의 어느 부위에서든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염증이 장의 일부에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부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염증이 장 점막에만 머무르지 않고 장벽 깊숙한 곳까지 침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왜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크론병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에게 면역체계의 이상과 장내 미생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족 중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흡연 역시 크론병의 발생과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신호는 ‘반복되는 설사와 복통’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와 복통이다. 단순히 며칠간 배가 아픈 수준을 넘어 증상이 반복되거나 장기간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피로감, 발열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장에 출혈이 발생하면 혈변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계속 줄면서 만성적인 설사와 복통이 함께 나타난다면 장에 염증성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장만 아픈 게 아니다
크론병은 장에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증상이 소화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관절에 통증이나 염증이 발생하거나 피부질환, 눈의 염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항문 주변에 염증이나 농양, 누공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염증이 반복되면서 장이 좁아지는 협착이 발생하면 음식물이나 장 내용물이 통과하기 어려워져 복부 팽만과 심한 복통,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여러 검사를 종합해 이뤄진다
크론병은 증상만으로 확진하기 어렵다.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병력, 가족력 등을 확인하고 혈액검사와 대변검사 등을 시행한다. 이후 대장내시경을 비롯한 내시경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장 점막의 염증과 궤양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를 활용해 소장 등 내시경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위까지 살펴본다. 다른 장 질환과 감염성 질환 등을 배제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치료 목표는 ‘염증을 잠재우는 것’
크론병은 현재 완치가 가능한 질환은 아니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염증을 억제하면서 관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염증의 범위와 중증도, 합병증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약물치료로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및 소분자 약제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증상이 심한 시기에 염증을 빠르게 줄이는 데 활용되지만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부작용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약으로 부족하면 수술까지 고려한다
약물치료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거나 장폐색, 심한 협착, 누공, 농양, 심한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크론병은 수술로 문제가 된 장을 제거한다고 해서 질환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술 이후에도 다른 부위에서 염증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음식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별 관리’
크론병이라고 해서 모든 환자가 같은 음식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음식 하나가 크론병을 직접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다만 환자에 따라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증상과 음식 섭취를 기록하면서 어떤 음식이 불편함을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설사가 심하거나 장에 염증이 심한 시기에는 탈수와 영양결핍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과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증상이 괜찮아졌다고 약을 끊으면 안 된다
크론병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질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겉으로는 복통이나 설사가 없어도 장 안에서는 염증이 지속될 수 있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다시 염증이 악화되거나 장 손상과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약물치료와 정기적인 검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좀 있으면 낫겠지’가 진단을 늦출 수 있다
크론병은 처음에는 흔한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설사와 복통이 반복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서 체중 감소나 혈변, 발열, 심한 피로감 등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배탈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젊은 나이부터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면 소화기내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크론병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염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를 ‘장이 예민해서 그렇다’고만 넘기지 않는 것, 그것이 크론병을 놓치지 않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