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기자의 지인 중에는 잠을 자던 중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몇 번이나 호흡을 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고 급히 깨운 일이 있었다. 단순히 코를 심하게 고는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잠든 사이 숨을 멈췄다가 한참 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반복됐던 것이다. 본인은 정작 자신이 밤새 그런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증상은 단순한 코골이로 넘겨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수면무호흡증’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골이가 심하다면 의심해야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거나 약해지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형태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잠을 자면서 목 주변의 근육이 이완되고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발생한다.
이때 공기가 좁아진 기도를 통과하면서 큰 소리가 나는데, 이것이 흔히 말하는 코골이다. 다만 코를 곤다고 모두 수면무호흡증인 것은 아니며, 코골이가 없다고 해서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코골이와 함께 수면 중 숨이 멎는 모습, 갑작스럽게 숨을 몰아쉬거나 컥컥거리는 모습이 관찰된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왜 생길까? 비만부터 기도 구조까지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기도가 반복적으로 좁아지는 것이다. 비만으로 목 주변에 지방이 쌓이거나 목둘레가 굵은 경우 기도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편도나 혀가 크거나 턱이 작고 뒤로 들어간 얼굴 구조처럼 해부학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기도 주변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음주와 일부 진정제·수면제 등은 잠자는 동안 기도 주변 근육을 더 이완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체중, 음주 습관, 코막힘, 턱과 기도의 구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낮에 졸린 것’도 중요한 신호
수면무호흡증이 위험한 이유는 밤에 잠깐씩 숨을 쉬지 않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반복되는 호흡 중단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충분한 시간을 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깊은 수면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그 결과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낮 동안 심한 졸림을 느끼기 쉽다. 업무나 운전 중에도 졸음이 몰려오거나,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쉽게 잠드는 경우도 있다. 아침 두통, 입마름, 피로감 역시 동반될 수 있다.
집중력과 기억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어
밤에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낮 동안의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판단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업무나 학업의 효율도 떨어질 수 있다. 평소보다 쉽게 짜증을 내거나 기분 변화가 커지는 등 정서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낮 동안 졸림이 심한 사람은 운전이나 기계 조작처럼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방치하면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아져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잠을 잘 못 자는 질환으로만 볼 수 없다. 호흡이 반복적으로 중단되면 혈중 산소가 떨어지고, 다시 호흡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과 심박수가 변동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반복되면 고혈압과 심혈관계 질환 등 여러 건강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 특히 고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코골이와 수면 중 호흡 이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정확한 확인 방법은 ‘수면다원검사’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면 증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검사가 수면다원검사다. 수면 중 뇌파, 눈의 움직임, 근육 활동, 심전도, 호흡, 산소포화도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수면의 상태와 호흡 이상을 확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에서 수면 중 호흡과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간이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면 중 호흡이 얼마나 자주 중단되는지 등을 평가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치료의 기본은 ‘기도를 열어주는 것’
수면무호흡증의 치료 방법은 원인과 중증도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양압기 치료다. 양압기는 수면 중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기도로 보내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유지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등도 이상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에서 중요한 치료 방법으로 활용된다. 처음에는 마스크 착용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압력과 마스크를 적절히 조절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체중 감량과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서는 체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수면무호흡증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식습관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고, 잠들기 전 음주를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부 사람에게는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코막힘이나 비염 등 기도 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있다면 함께 관리해야 한다. 다만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치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수술이나 구강 내 장치가 필요한 경우도
모든 환자가 같은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턱이나 편도, 혀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주요 원인이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일부 환자는 잠자는 동안 아래턱을 앞으로 유지해 기도를 넓혀주는 구강 내 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치료 방법은 수면무호흡증의 정도뿐 아니라 기도 구조, 연령, 체중,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그냥 코를 고는 것’이라고 넘기지 말아야
수면 중 코골이가 심하고 숨이 멎는 모습을 주변 사람이 발견했거나, 밤새 숨을 몰아쉬는 일이 반복된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낮 동안 이유 없이 졸리고 피곤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아침 두통까지 반복된다면 단순한 수면 부족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면무호흡증은 본인이 자는 동안 발생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동료가 이상 징후를 먼저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밤마다 반복되는 코골이를 ‘잠버릇’으로만 치부하기보다, 숨이 멎는 순간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