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이집트 연구팀이 184명을 지켜본 결과, 비타민D가 부족한 사람은 수술 후 통증도, 진통제 사용량도 더 많았다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고만 알려진 비타민D가 사실 통증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방을 전부 제거하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지켜본 결과, 비타민D가 부족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술 후 통증을 더 심하게 느꼈고, 마약성 진통제도 더 많이 사용했다.
비타민D와 통증, 무슨 관계일까
비타민D는 흔히 뼈 건강과 관련된 영양소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몸속 염증과 면역 반응에도 관여하는데, 이 두 가지는 통증을 느끼는 정도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몸에 염증이 심하면 작은 상처도 더 쓰라리게 느껴지는 것처럼, 비타민D가 부족하면 통증을 느끼는 몸의 반응 자체가 예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방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비타민D 결핍이 특히 흔하게 나타나는데,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해 실제로 수술 후 통증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184명을 지켜본 실험
연구팀은 2024년 9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이집트 파이윰대병원에서 유방을 전부 제거하는 수술을 앞둔 환자 184명을 관찰했다. 이런 방식을 '전향적 관찰연구'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환자에게 특정한 치료를 억지로 시키지 않고 원래 상태 그대로 지켜보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기록하는 연구다.
연구팀은 환자를 혈중 비타민D 수치에 따라 절반씩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비타민D가 부족한 '결핍군'(30nmol/L = 12ng/ml 미만), 다른 그룹은 수치가 충분한 '충분군'(12ng/ml 이상)이었다. 두 그룹의 평균 나이는 44세와 42세로 비슷했고,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도 환자가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모른 채 똑같은 방식으로 수술과 통증 관리를 진행했다. 결과에 선입견이 끼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술 중에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이 쓰였고, 수술 후에는 8시간마다 해열진통제 성분인 파라세타몰을 정맥으로 맞았다. 그리고 환자들은 버튼을 누르면 정해진 만큼 진통제(트라마돌)가 들어가는 장치를 사용했다. 목마를 때 버튼을 누르면 물이 나오는 정수기처럼, 아플 때 버튼을 누르면 진통제가 나오는 셈이다. 이 장치 덕분에 연구팀은 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진통제를 스스로 요청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통증도, 진통제 사용량도 결핍군이 더 많았다
수술 직후부터 24시간 동안 6시간 간격으로 통증 정도를 물어본 결과, 비타민D가 부족한 그룹은 충분한 그룹보다 중간 정도 이상의 통증을 느낄 위험이 3배나 높았다. 다만 참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환자는 어느 쪽에도 없었고, 차이는 '어느 정도 아프다' 수준에서 갈렸다.
진통제 사용량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수술 중에 쓴 펜타닐 양은 결핍군이 약간(8마이크로그램) 더 많았을 뿐이지만, 수술 후 직접 눌러서 맞은 트라마돌은 결핍군이 무려 112mg이나 더 많이 썼다. 진통제를 더 많이 쓴다는 건 그만큼 메스꺼움, 구토, 졸림 같은 부작용을 겪을 위험도 커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결핍군에서 구역질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구토는 결핍군에서만 나타났다. 다만 구토 차이는 통계적으로 확실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 연구가 증명하지 못한 것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흥미롭지만, 이것만으로 "비타민D가 부족해서 통증이 심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 병원에서만 진행된 관찰 연구이다 보니, 불안감이나 우울감, 암의 진행 정도, 수술 전 수면 상태처럼 통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은 따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비타민D 수치가 12ng/ml 보다 낮은 유방암 환자라면, 수술 전에 비타민D를 보충하는 것이 수술 후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결 론
이번 연구는 비타민D가 뼈뿐 아니라 통증처럼 예상 밖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최근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이 결과 하나로 비타민D를 통증을 없애주는 만능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관찰 연구인 만큼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남아 있고,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전제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 몸이 비타민D 부족 상태인지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막연히 챙겨 먹기보다, 혈액검사로 자신의 수치를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 채워두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