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안 좋은 것도 서러운데, 신장까지 망가진다고?
심장 안 좋은 것도 서러운데, 신장까지 망가진다고?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23 10:00
  • 최종수정 2019.10.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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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기능 이상할 경우, 급성 신장 손상 및 말기 신부전증 등 신장질환 위험 증가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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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심장은 우리 몸의 생명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장기이다. 이 때문에 심장 건강과 심혈관질환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아주 많다. 하지만 심장 건강이 신장의 건강과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많이 없다. 즉,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신장도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인데, 대체 왜 이런 연관성이 생기는 것인지 한번 알아보자.

 

[심장과 신장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

몸속 혈액을 순환시키는 심장은 우심방과 우심실로 이루어진 오른쪽 부분과 좌심방과 좌심실로 이뤄진 왼쪽으로 나뉘어 각각의 역할을 한다. 심장의 왼쪽은 산소와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는 혈액이 우리 몸 곳곳으로 퍼질 수 있도록 뿜어내는 역할을 하며, 오른쪽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 후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싣고 온 혈액을 다시 받아들인다.

심장은 몸속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 장기인 신장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두 장기는 혈압, 전해질 등을 함께 조절하면서 상호 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쪽 장기에 이상이 생겼다면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두고 ‘심장-신장 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심지어 심장마비가 발생하더라도 신부전과 같은 ‘급성 신장 손상’을 잘 회복할 경우 생존율이 8배나 오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장 박동 빠르면 신장 질환 확률이 2배]

심장 박동으로 신장 질환 여부를 알 수도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빠르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신장 질환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 45~64세 사이의 미국인 약 13,000명을 대상으로 심장 박동을 측정한 결과, 심장 박동이 빠른 사람은 심장 박동이 일정하고 평균 속도인 사람에 비해 신장 질환 위험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강한 사람의 경우 심장 박동 사이 간격의 변동이 불규칙하고 복잡한데, 심장 박동 간격 사이의 변화가 적은 사람들의 경우 신장 질환 위험이 1.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와 관련이 있는데, 심장 박동, 혈압, 체온, 스트레스 조절 등의 신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자율신경계이다. 만약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만성 신부전과 같은 만성 신장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심장 기능이 떨어질수록, 신장 망가질 위험은 증가]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한승석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심장 좌심실의 수축 기능과 이완 기능이 떨어질수록 급성 신장 손상의 위험이 증가했다.

이 연구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신장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생기는지 확인하고자 심장 초음파를 이용했다. 심장 초음파로 좌심실이 혈액을 얼마나 잘 내보내는지 나타내는 ‘수축기 심장 박출률’과 좌심실이 혈액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이완기능’을 각각 측정해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던 1,327명의 환자 중 약 16%인 210명에서 급성 신장 손상이 발생했고, 좌심실 수축기 심장 박출률이 가장 낮은 그룹은 가장 우수했던 그룹과 비교했을 때 급성 신장 손상 발생위험이 1.6배 증가했다. 또한, 좌심실 이완 기능이 가장 저조했던 그룹은 급성 신장 손상 발생위험이 1.9배 증가했다. 수축과 이완 기능 둘 다 떨어졌던 그룹은 급성 신장 손상 발생위험이 무려 2.27배나 증가했다. 이 밖에도 좌심실 이완 기능이 가장 낮은 그룹에서는 말기 신부전증 발생위험도 4.1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심장의 수축, 이완 기능이 약해지면, 급성 신장 손상과 더불어 말기 신부전증의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김세중 교수는 “심장 초음파에서 심장의 수축/이완 기능이 저하됐거나 이상이 생긴 환자들은 신장 손상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심장 초음파 결과를 바탕으로 신장 건강에 대해 더욱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