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염색과 펌, 스타일 올리고 암 확률도 올린다
헤어 염색과 펌, 스타일 올리고 암 확률도 올린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2.10 09:00
  • 최종수정 2019.12.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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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보건원 조사 결과, 염색약과 스트레이트 퍼머약, 유방암 발병 위험 증가시켜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아 이번 달도 뿌염해야 되는데!’ 새로 자라난 머리를 기존의 염색 머리 색상과 맞추기 위해 적어도 한달에 한 번은 꼭 뿌염(뿌리염색)을 한다는 여성들이 많다. 주기적으로 받게 되는 헤어 시술은 염색뿐만이 아니다. 곱슬머리로 고민하는 여성들은 구불거리는 머리를 곧게 펴기 위한 스트레이트 퍼머를 주기적으로 받기도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헤어 스타일을 위해 많은 여성들이 염색과 헤어 펌을 받고 있는데, 최근 헤어 염색약과 스트레이트 퍼머약이 여성들의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머리 염색약이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 논쟁은 꾸준하게 있어 왔다. 하지만 지난 4일 미국 국립보건협회(NIH)와 국립 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가 헤어 염색약과 스트레이트 퍼머약 사용이 여성의 유방암 발병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염색약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연구팀이 지난 8년간 미국에 거주하는 35~74세의 여성 약 5만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총 2,794건의 유방암이 진단되어 염색약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 확률이 9%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샴푸로 씻겨 내려가는 저강도의 염색약의 경우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따르면 염색약 속에는 5천개 이상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발암성 물질로 분류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정기적으로 염색약을 사용하는 아프리카계 여성의 경우 염색을 하지 않는 아프리카계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 확률이 최대 60%나 높게 나타난 것인데, 그 이유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염색약이 인종에 따라 다르게 설계됐거나, 모발의 질감에 따라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염료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일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연구 공동 저자인 데일 산드라(Dale Sandler)는 “흑인여성이 백인여성보다 특별히 유방암 사망자가 더 높다는 것은 지금까지 대부분 백인 여성 위주로 염색약과 건강상의 위험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어서, 의사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방광암과 기타 질병의 위험도 있다]

사실 염색약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암은 유방암뿐이 아니다. 미국 사우스 캘리포니아 의대 연구진은 염색약이 방광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1년 이상 염색을 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10년 이상 매일 염색약을 다루는 헤어 디자이너의 경우, 방광암 확률이 무려 5배나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염색약에 들어있는 벤지딘2-나프틸아민(아릴아미드)라는 물질이 방광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스웨덴의 룬드 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연구팀은 염색약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염색제에 포함되어 있는 발암성 방향족 아민에 의해 혈중 발암물질 농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발암성 방향족 아민에 노출될 경우, 호지킨 림프종과 백혈병의 발병 위험 또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이트 퍼머약도 유방암 30%나 높여]

이번 연구에서 스트레이트 퍼머약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여성들은 인종에 상관없이 유방암 발병 위험이 사용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퍼머약의 경우 인종에 따라 발병 위험이 다르지는 않았지만, 아프리카계 여성이 백인 여성보다 스트레이트 퍼머약을 사용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사일런트 스프링 연구소(Silent Spring Institute)'의 연구 과학자 로빈 도슨(Robin Dodson) 박사는 스트레이트 퍼머약에 에스트로겐 호르몬과 유사한 성질의 몇 가지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했는데, 유사 에스트로겐은 특정 유형의 유방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에서 이러한 첨가제 중 일부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도슨 박사는 "오늘날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제품에 대한 안전성과 내분비 교란 여부 테스트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 같은 성분이 호르몬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다”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