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식품록(수제버거) 8
유행의 식품록(수제버거) 8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12.17 09:00
  • 최종수정 2019.12.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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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바야흐로 유행의 시대다. 굳이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 언저리 어딘가에서 닭강정, 우유빙수, 나가사키 카스테라, 화덕피자, 팥앙금 버터빵, 흑당 버블티 등의 기억이 앞다투어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SNS에서, 번화가에서 한번씩은 마주쳐본 그것들, 하지만 그들에게 쏟아주는 관심만큼 그것을 소비함으로서 우리의 건강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물어볼 때가 되었다, 당신이 어제 사먹은 그 음식, 건강에는 어떨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제버거, 유행의 연착륙]

한때 안그래도 사람 많은 강남바닥을 미어터지게 만든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쉑쉑버거(정식 명칭은 셰이크 셱)다. 물론 다소 시간이 지난 지금, 해당 브랜드의 인기는 처음같지는 않다. 

이러한 수제버거의 환상은 주로 쉑쉑이나 인앤아웃, 파이브 가이즈, 웬디즈, 왓어버거 등 미국의 오리지널 브랜드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쉑쉑을 제외한 브랜드들은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웬디즈는 외환위기 당시 사업 철수).

물론 쉑쉑버거는 한국의 수제버거 열풍의 시작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해당 인기를 끝낸 장본인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이 열풍의 가장 돋보이는 주역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국내 요식업에서 수제버거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크라제버거'의 전성기가 시작된 시기다. 크라제버거는 1998년 자본금 3억으로 시작해 2년 후 '크라제코리아'법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압구정, 청담, 삼성, 대치동, 가로수길 등 임대료가 비싼곳에만 매장을 세우고 재료와 가격을 고급 음식으로 포지셔닝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 전성기에는 연매출 200억원 이상, 총 100여개의 점포가 있었고 미국과 상하이, 마카오 등지에 매장도 운영했다. 이러한 흐름은 최고 매출 366억원을 달성한 2011년까지 계속되었지만, 바로 그 직후부터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몰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급격한 몰락은 브랜드 자체의 실패에 불과하며, 이들이 키워놓은 수제버거 시장이라는 파이는 안정적으로 국내 요식업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좌우지간 이러한 풍토는 한국에서 뜨거운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결과적으로는 다른 여러 음식들만큼, 아니 어쩌면 다른 음식들 보다 훨씬 더 양호한 수준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갖가지 유행 음식들이 판을 치는 국내 요식업계에서, 수제버거만큼 안정적으로 연착륙한 아이템도 드물 정도다.

 

[햄버거란 무엇인가?]

햄버거란 무엇인가? 굳이 답변할 필요조차 없는 질문일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어림잡아도 전 세계를 통틀어 50억명은 가볍게 넘을 테다. 그만큼 음식의 세계화를 논할 때 가장 압도적인 것이 햄버거이다. 음료계에는 코카콜라가 있다면 음식계에는 햄버거가 있다는 것은 거의 상식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햄버거는 간단하게 말해서 번(빵)사이에 쇠고기 패티, 피클, 양파를 포함한 갖가지 재료들을 끼워넣은 것이다. 의외로 순수한 햄버거 레시피 재료는 저것들이 전부이며, 미국에서는 치즈와 양배추 역시 '추가적인' 재료로 취급된다. 또한 여담으로, 우리가 흔히 '치킨버거'라고 부르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햄버거는 오직 쇠고기와 소 부산물로 만든 패티를 사용한 버거를 의미하며, 그 외의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을 사용한 경우는 '샌드위치'로 부른다.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패스트푸드 브랜드 '칙필레이'는 햄버거가 아닌 '치킨 샌드위치'가 주력 상품인 것이다.

햄버거의 기원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좌우지간 미국 어딘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 터이다. 또한 흔히들 햄버거를 패스트푸드로서 재정립한 것이 맥도날드와 그 설립자(창립자는 맥도날드 형제) 레이 크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른데, 실제로 햄버거를 정식 패스트푸드로서의 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화이트캐슬(White Castle)이라는 미국 프랜차이즈다. 맥도날드는 이를 캐치해 미국에서 세계로 확장시킨 것.

이 음식의 이름은 '치킨 버거'가 아닌 '치킨 샌드위치'가 맞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음식의 이름은 '치킨 버거'가 아닌 '치킨 샌드위치'가 맞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햄버거는 의외로 영양 가치가 우수하다]

피자, 치킨과 함께 패스트 푸드의 3대 대표주자인만큼, 햄버거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않다. 특히 아이의 편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이라면 더할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햄버거의 레시피 자체는 상당히 균형잡힌 영양구성을 보인다.

간단하게 보통 파는 햄버거의 구성품을 살펴보면 빵, 고기, 야채, 치즈이다. 근본적으로 건강에 나쁘다고 판단할 요소가 없는 것이다.

햄버거의 유해성의 대부분은 햄버거 자체보다는 사이드로 딸려나오는 감자튀김과 콜라에 있다. 당분과 나트륨, 기름 범벅인 감자튀김과 콜라는 햄버거의 대표 단짝이 되었고, 덕분에 햄버거에 대한 인식 역시도 추락했다.

그리고 우리가 인식하는 ‘햄버거’라는 이미지의 80%이상은 패스트푸드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는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기보단 싸고 맛있는 것에 초점을 두다 보니 건강의 측면에서 미흡한 것이 있다. 실제로 이러한 햄버거에는 설탕과 소금이 듬뿍 들어간 소스를 엄청나게 뿌리고, 원가 절감 및 부패 방지를 위해 채소가 적게 들어간 편이다. 게다가 패티에는 방부제와 포화지방이 듬뿍 들어가 있어 빈말로도 건강에 좋다고 할 수 없다.

즉 오리지널 햄버거 레시피를 준수하는 수제버거는 건강에 나쁘지 않은 음식이며, 사람들이 경계하는 햄버거의 해악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콜라 등의 사이드 메뉴에서 비롯된 것이다.

 

[햄버거는 하층민의 음식?]

또한 사람들이 많이들 오해하는 것이 미국 하층민들이 햄버거를 많이 먹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햄버거를 먹을 일이 거의 없다. 이들은 국가의 지원으로 식품용 상품권인 푸드스탬프를 지원받는데, 미국 정부도 나름대로 하층민들의 건강을 염려했는지 이 스탬프로는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물론 그래봤자 다른 값싼 음식이 햄버거보다 낫다고 말하긴 힘들다). 말하자면 그들에게도 햄버거는 역시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다.

또한 실제로 패스트푸드의 가격은 낮은 편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맥도날드 세트는 5~9달러에 형성되어 있는데,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쯤 되지 않고서는 이를 주식으로 삼기엔 무리가 따른다.

게다가 일반 패스트푸드가 아닌 수제버거의 영역으로 가면, 햄버거가 값싸다는 것은 다른 세상 이야기에 가깝다. 물론 이 특징은 한국에서 더 두드러지지만, 햄버거의 본토 미국에서도 수제버거(물론 미국엔 ‘수제버거’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모두 햄버거라고 부른다)는 더 비싼 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패스트푸드'로서의 햄버거,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패스트푸드'로서의 햄버거,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자본주의 논리]

최근 햄버거병이 한국에서 시끄러웠다.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은 아동이 일명 ‘햄버거병’에 걸리며 논란이 되었기 때문. 실제로 해당 아동의 부모는 이 이유로 맥도날드를 고소했는데,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는 2~3일의 잠복기가 있는데, 해당 아동의 경우 햄버거를 먹은 직후에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100%라는 것은 없는 만큼, 업체 측의 잘못일 수도 있다. 원래 햄버거병이란 햄버거 위생관리 및 조리 미흡으로 장출혈성대장균에 노출, 식중독 합병증을 얻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일부 몰지각한 언론은 위생관리의 문제를 햄버거 자체의 문제로 오도하면서, 개별 매장 차원의 위생관리 문제를 햄버거를 파는 프렌차이즈 자체에 유죄 프레임을 씌웠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악랄한 대기업’이 파는 햄버거 자체에 대해 꺼림찍함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일부’의 소행이다. 물론 국민과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본사 차원에서의 관리와 서비스 정신 등이 발휘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어쨌든 전반적인 퀄리티 자체는 사람들의 인식만큼 나쁘지는 않다. 또한 일부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는 본사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와 퀄리티를 강조하고, 요청시에는 야채 추가 역시 얼마든지 해주기 때문에 한번쯤 새로운 관점에서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