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식품록(닭강정) 4
유행의 식품록(닭강정) 4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10.07 09:00
  • 최종수정 2019.10.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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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바야흐로 유행의 시대다. 굳이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 언저리 어딘가에서 닭강정, 우유빙수, 나가사키 카스테라, 화덕피자, 팥앙금 버터빵, 흑당 버블티 등의 기억이 앞다투어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SNS에서, 번화가에서 한번씩은 마주쳐본 그것들, 하지만 그들에게 쏟아주는 관심만큼 그것을 소비함으로서 우리의 건강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물어볼 때가 되었다, 당신이 어제 사먹은 그 음식, 건강에는 어떨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원래 맛과 건강은 반비례한다]

최종적인 결론이 너무 일찍 나온 것 같지만, 대부분의 경우 음식의 맛과 건강은 반비례한다. 애초에 사람의 미각, 아니 모든 감각은 자극적이고 강한 것에 더욱 잘 반응하기 마련이다. 또한 그와 동시에 지방, 탄수화물 등의 고에너지원 성분을 더욱 맛있게 여긴다. 이것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특성인데, 기나긴 인류의 역사동안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더 많이 얻는 것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처럼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애물단지나 다름없는 특성이 되었지만 말이다.

닭강정은 이런 특징을 제대로 자극하는 대표적인 음식 중의 하나이다. 단백질(살코기), 지방(기름), 탄수화물(튀김옷)은 기본으로 깔고, 당류(물엿)와 조미료가 듬뿍들어간 소스는 덤이다. 애초에 몸에 좋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특히 닭강정은 식어도 바삭한 식감을 위해 물엿을 그야말로 ‘아낌없이 들이붓는’ 수준으로 만든다. 이 요리가 닭'강정'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아마도 물엿을 사용해 튀김을 바삭하게 굳히는 조리법을 강정과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해당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뜨거운 유행과 몰락, 그러나 의외의 뒷심]

좌우지간, 저런(먹는 사람의 건강따윈 고려치 않은) 과감한 레시피 덕에 닭강정의 맛은 금세 퍼졌다. 하지만 인기는 빠르게 달아오른 만큼 빠르게 식었는데, 그 결과가 상당히 특이하다.

유행의 템포를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닭강정의 경우는 상당히 특이한 곡선을 보일 것이다. 유행하는 상품의 운명은 대개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한동안 뜨거운 매출을 올리다가 금세 관심이 식어버리는 경우, 또 하나는 유행 상품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결국에는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로 승화되는 경우다. 대부분의 경우는 첫번째 길을 가는데, 토스트나 핫도그처럼 유행이 지나도 골목마다 어렵잖게 만날 수 있는 두번째 경우도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닭강정은 두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닭강정은 가장 대표적인 전문 브랜드가 몰락한 이래로 다른 유사 브랜드들 역시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SNS를 중심으로 다시 닭강정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닭강정 전문 브랜드가 아닌 치킨 브랜드의 닭강정 상품이었다. 현재 점차 이 상품의 매출액이 안정권에 들어서는 특이한 현상이 보이고 있다. 과연 그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해당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닭강정이 전통음식이라고?]

2010년, 서울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식단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닭강정이란 것은 ‘전통’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주기엔 역사가 애매한 편인데, 현대 이전에는 식용 기름 자체가 굉장히 귀해 닭을 튀겨먹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식(깐풍기)이나 양식(후라이드 치킨)의 조리법에 영향을 받아 확립된 한식요리라고 보는 것이 옳은 관점일 것이다.

실제로 닭강정이 등장한 것은 해방 직후인 미군 군정 시대의 신포시장이다. 당시 미 군정은 시장 유통을 관리하기 위해 당시 항구와 가깝던 이 시장을 야채 등 식품 거래 시장으로 바꾸었다. 이 조치 덕에 신포시장은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몰려드는 곳이 되었고, 대량 생산방식의 도입으로 저렴한 양계 상품 공급과 먹거리에 대한 상거래인들의 요구가 결합하여 닭강정이 탄생했다.

시장통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닭강정, 물론 몸에는 좋지 못하다지만 가끔씩 우리의 입이 원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평소와 달리 신체 건강보다는 정신 건강을 더 챙기고 싶은 오늘, 닭강정 한상자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