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식품록(대왕카스테라) 5
유행의 식품록(대왕카스테라) 5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10.17 09:00
  • 최종수정 2019.10.16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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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살리고 미디어가 희생시킨

[헬스컨슈머]바야흐로 유행의 시대다. 굳이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 언저리 어딘가에서 닭강정, 우유빙수, 나가사키 카스테라, 화덕피자, 팥앙금 버터빵, 흑당 버블티 등의 기억이 앞다투어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SNS에서, 번화가에서 한번씩은 마주쳐본 그것들, 하지만 그들에게 쏟아주는 관심만큼 그것을 소비함으로서 우리의 건강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물어볼 때가 되었다, 당신이 어제 사먹은 그 음식, 건강에는 어떨까?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

유행을 타는 것들은 보통 미디어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미디어의 결과물은 돌이킬 수 없다. 한번 내보내면 그걸로 이미 끝인 것이다. 설령 보도의 헛점(과장 또는 오류)가 밝혀져 정정방송이 나가고, 심지어 누군가의 자작극임이 밝혀져도 어쩔 수 없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이미 피해를 입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업계의 경우는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는 만큼, 이런 이슈에 더욱더 취약하다. 사카린이나 MSG의 경우처럼 식품은 실제 안전성과 상관없이 이미지가 한 번 나빠지면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한때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광우병 파동, 폐휴지 만두, 그리고 이전편에 언급이 되었던 벌집 아이스크림 파라핀 논란이 바로 그 실재하는 오류이다.

 

[대왕카스테라, 몰락의 표상]

이번 글의 주제인 대왕카스테라 역시 미디어의 희생양이다. 지난 2017년 3월 12일 채널A에 나온 먹거리엑스파일에서 식용유와 첨가제를 넣는다는 것이 방송되었다. 이 사항이 왜인지, 다른 베이커리 상품들은 어떻게 생산되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한창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상품이 그러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미디어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이 상품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상품은 먹지도 못할 저질 제품이 되었고, 이 제품을 파는 사람들은 누구든 상관없이 ‘양심도 없는 놈’들이 되었다. 이른바 ‘대왕카스테라 사태’의 발생이었다.

사태의 대가는 이 상품과 프랜차이즈,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창업한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눈물이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기형적인 요식업 창업 붐, 그리고 그 몰락의 상징이 되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
'먹거리 X파일', 화면 캡쳐

[대왕카스테라의 식용유, 진짜 나쁜건가?]

엄밀히 말해, 식용유는 제과에서 흔하게 쓰이는 방식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빵을 만들 때 많은 경우 유지(기름)가 들어간다"며 "식용유가 들어가면 풍미는 떨어지지만 반죽의 탄력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제빵 시 식용유를 넣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프레임으로 방송을 만들면 소비자들을 매우 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게다가 빵에 버터(동물성 포화지방)를 듬뿍 넣으면 ‘고급 음식’이라고 하면서, 식용유(식물성 불포화지방)을 많이 넣었으니 ‘건강에 좋지 못한 저질 음식’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말도 안 되는 논리이다. 미디어 스스로가 틈만 나면 떠들던 동물성, 식물성, 포화지방, 불포화지방의 건강논리에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그런 미디어를 보아온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왕카스테라는 길거리 빵, 딱 그 정도의 영양성분과 장단점이 있을 뿐이다. 뭐 엄청나게 몸에 좋고 나쁠 것도 없다. 설사 진짜 일부 나쁜 점주들이 좋지 못한 재료를 썼더라도, 그것은 일부이지 전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먹거리 X파일' 관련 영상들, 먹거리 X파일 홈페이지 캡쳐
'먹거리 X파일' 관련 영상들, 먹거리 X파일 홈페이지 캡쳐

[문제는 마케팅, 그 하나]

물론 카스테라 업체측에도 문제가 있다. 대만 현지에서 카스테라는 고급음식이라기보단 그냥 흔하디 흔한 길거리 빵의 하나이다. 이것을 고급 건강식으로 포지셔닝을 해서 높은 가격을 받으며, 제과 특성상 많은 양의 식용유를 씀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표방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이 제품은 카스테라라기보단, 시폰케이크에 가까운 상품이다. 흔하디 흔한 빵을 고급음식으로 팔면서 그에 따른 품질과 독창성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 업체의 문제다. 하지만 이것은 이들만의 문제라기 보단, 외국의 음식의 ‘한국화’과정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요식업계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들 업체가 과도한 마케팅을 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멀쩡한 음식을 ‘식용유를 사용한 저질 음식’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미디어에는 원초적인 책임이 있다.

이것이 바로 전국의 수많은 신규 창업자들의 눈물을 짓게 했던 창업 아이템 사건, 최근 영화 <기생충>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던 이 '대왕카스테라 사건'의 전말이다.

여행 방송 등의 매스미디어를 비롯해 인터넷과 SNS 등의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던 대왕카스테라. 이를 몰락시킨 것 역시 방송과 SNS 등의 미디어들이었다. 미디어가 띄우고 미디어가 추락시킨 그 현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