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맛, 가난한 자들의 산물?
매운 맛, 가난한 자들의 산물?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9.04 12:18
  • 최종수정 2020.09.0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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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매운 맛,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아시아나 중남미 등지에서만 선호하던 맛이다. 심지어 중국이나 인도 같이 인구가 많고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지역에 따라 매운 맛에 대한 선호가 극과 극인 경우도 많다.

또한 일부 매운맛을 선호하는 서구 문화권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에 속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매운 맛 라면’이 전세계적인 히트를 치며, ‘글로벌 스파이스’ 시대가 열렸다.

그렇다면 왜 역사에서 매운 맛은 맛의 주류에 속하지 못했으며, 이제 와서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일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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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맛, 가난한 자들의 산물?]

이에 대해 중국에서 재미있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것은 경제적 조건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선 사천, 호남 지역이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일부 학자들은 ‘덥고 습한 지역에선 음식물의 부패를 막기 위해 향신료를 많이 썼고, 이것이 매운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굳어졌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틀린 설명이다. 이 지역보다 더 덥고 습한 광동과 절강 지역은 매운 맛을 즐겨먹지 않는다.

이에 대한 설명이 바로 당시 지역별 소득 격차와 소금 유통가격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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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비싸니 고추를 쓰자]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매운 맛을 선호하는 사천과 호남 등지는 내륙지방이라 소금이 귀했다. 물론 광산에서 채취하는 암염(돌소금)은 나왔지만, 이건 오히려 바닷소금보다 더 비싼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요리에 필수적인 소금이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비싼 것으로 맛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내륙 지역의 사람들은 바다가 아닌 땅에서 나는 것들로 그 필요를 채웠다. 소금은 직접 만들어낼 수 없었지만, 식물성 향신료들은 내륙지방에서도 길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으로, 가난한 내륙지방에서는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고추도 거리낌없이 사용했다. 중국의 고대 지역서인 <사주부지(泗州府志)>에는 고추를 길러 소금을 대신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것이 바로 고추에 대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공식 기록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현대인은 맥락이 달라]

이 맥락에서 보면,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일찍 고추가 들어온 중국의 해안 교역도시에서는 왜 고추가 자리잡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교역도시라 부유했고, 바닷가라 소금이 흔했으며, 그래서 생소했던 고추를 먹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산초나 후추같은 식물성 향신료들이 왜 내륙지방에서 더 사랑받았는지에 대한 해석이 된다.

물론 오늘날 사람들이 매운 맛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현대 중국에서는 생활수준이 나아질수록 매운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의 입맛이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지는 것 때문인데, 현대인의 식습관이 더욱 기름지고, 짜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