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단] 영유아 수면 ② - 야제증과 야경증
[엄마기자단] 영유아 수면 ② - 야제증과 야경증
  • 이재정 엄마기자
  • 기사입력 2021.10.25 15:07
  • 최종수정 2021.10.25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아기, 잠 못자는 이유…야제증과 야경증 원인일 수도

-충분히 잠 못자면 수면과 비염, 아토피 등 걸릴 수 있어

-일상 속 치료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헬스컨슈머] 대다수의 부모가 아이를 출산하고 집에 와서 제일 먼저 겪게 되는 일은 아마도 잠과의 사투일 것이다. 아기는 하루 중 길게는 20시간까지도 잔다고 들었었는데, 육아를 해보니 정말 말 그대로 20시간을 통째로 자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주위 육아 선배들에게 들었던 ‘백일의 기적’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백일의 기적’이란, 백일 즈음이 되면 아이가 통잠을 자기 시작한다는 마법 같은 순간을 일컫는다. 하지만 백일이 지나도 기자에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영아산통이 길어지는 것이다’라고 여기며 견디어내기엔 너무나 길고 힘든 싸움이었다. 잘 자고 있던 아기가 새벽이면 경기하듯 몸을 바르르 떨며 소리 지르거나 악쓰듯 울면서 깨는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는 생후부터 만 30개월까지 통잠이라고는 단언컨대 한 번도 없었고, 밤잠을 자려 누워서도 두 시간 가까이 잠들지 못 했다. 기자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수면 장애를 앓아왔기 때문에 혹시나 아이에게 유전된 것은 아닐까 하여 영유아 검진 때나 소아과 방문 때마다 질문했다. 의사들은 하나같이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이유는 아니라 답했다. 그러다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이 계신다는 소아과를 찾아가 수면 관련 상담을 받던 중 야제증, 야경증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야제증과 야경증

한의학 대사전에 의하면, 야제증과 야경증은 소아에게 보이는 수면관련 질환이다. 야제증의 경우는 아이가 낮에는 일없다가 밤이면 불안해하고 계속 우는 병증으로 소소야제(少小夜啼)라고도 한다. 주로 신기(神氣)가 약하거나 심열(心熱)이 있거나 놀라서 생기는 질환이라 한다.

반면 야경증의 경우는 비렘(NREM) 수면 각성장애 중 하나로, 비렘수면기 중 수면 초반 ⅓ 앞쪽에서 가장 흔하며, 주로 소아에서 갑자기 잠에서 깨어 비명을 지르며 공황상태를 보이는 질환이다.

두 질환 모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자다가 깨서 울거나 경기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제증과 야경증은 한의학에서는 체내의 열이 몸의 상부로 몰려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으로 보고 있으며 열의 순환을 도와 아이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를 한다고 한다.

영유아 수면 2 - 야제증 / 야경증
영유아 수면 2 - 야제증 / 야경증

 

 

■ 치료의 필요성과 방법

아이에게 있어 충분하지 못한 수면은 비염, 아토피, 호흡기 질환, 면역저하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성장에도 방해가 되는 것은 물론, 심지어 경련, 뇌전증, 틱, 발달장애, 정서불안, ADHD와 같은 행동과 정서,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야제증, 야경증을 진단받은 뒤로 기자가 매일이 불안했던 가장 큰 이유다. 그와 더불어 기자 역시 푹 잠을 잘 수 없게 되니 신체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단했다.

기자의 경우, 아이의 증세가 심해 여러 소아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았으나 양의학으로는 치료법이 없다고 했다. 야제증과 야경증의 경우 실상 한의학적 소견이며 한 대형병원에서는 ‘아이가 좀 더 나이가 있다면 수면유도제라도 써 볼 텐데’라는 말을 해 기자를 기겁하게 하기도 했다.

야제증, 야경증이 한의학적 병증으로 구분기 때문에 소아 한의원도 알아보았다. 한방으로 직접적인 치료도 가능했으나 그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 있어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들을 위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일상에서의 야제증 / 야경증 완화 방법

1. 선선한 온도와 적정한 습도 유지: 아이가 생활하는 공간의 온도는 조금 더 서늘하게 유지해야 한다. 부모가 서늘하다고 여기는 정도의 온도와 쾌적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의 체열 순환에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2. 잠들기 2시간 전 TV, 휴대폰, 인위적 소리 자제 : 성인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게 있어 휴대폰이나 TV, 그리고 인위적인 소리는 뇌를 편안하게 만들기보다 잔상을 남겨 각성상태로 유지시키는 시간이 더 길어지게 한다. 따라서 영상 시청 등은 잠들기 최소 2시간 전부터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3. 마사지 혹은 스트레칭 : 적당한 운동이 숙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벼운 마사지나 스트레칭은 깨어있는 시간 동안 움직여 긴장된 근육들을 이완시켜 줌으로써 몸을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4. 냉팩 : 앞서 이야기했듯 야제증과 야경증은 체내 열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생기는 수면 질환이다. 이런 경우 차가운 팩 등으로 열의 순환을 촉진시킴으로써 열이 한 곳에 몰리는 상태를 완화시키는 것이 도움 된다. 아이스팩이나 매우 차가운 물, 해열 패치를 직접 피부에 닿게 하기 보다는 상온보다 약간 낮은 온도의 물주머니를 정수리 쪽에 3~5분간 얹어두는 편이 낫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기자는 한의학적 치료와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병행했다. 덕분에 지금은 아이가 통잠을 잔다. 통잠을 제대로 자기 시작한 후 두 달 사이 아이는 3cm에 가까운 키 성장을 보였다. 아이에게 있어 양질의 수면은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그리고 가족의 수면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양방이든 한방이든 치료나 약을 복용시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히 들지만, 정도가 심한 아이라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진단을 받고 치료받는 것을 조심스레 권해본다. 그러나 치료 이전에 가정에서 직접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실천하여 조금이라도 아이가 편안한 잠자리에 들기를, 더불어 부모도 숙면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