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전문가들도 “무해vs유해” 팽팽...국민은 어떡해?
녹조, 전문가들도 “무해vs유해” 팽팽...국민은 어떡해?
  • 박채은 기자
  • 기사입력 2023.05.30 16:03
  • 최종수정 2023.05.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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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에서 격론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여름철 하천·호수 녹조의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해마다 여름이면 강이나 하천 등이 녹색으로 변하는 녹조 현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같은 녹조가 발생하게 되는 환경과 그것이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제10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가 지난 5월 18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하천·호수 녹조의 환경 및 인체 영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크라운지는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함께했다.

▶ 이상협 KIST 부설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 발제

‘녹조’에 관해 발제한 이상협 KIST 부설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은 “녹조는 생물학적으로는 녹조류라고 얘기하는데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 녹색을 띠는 해초를 말한다. 그런데 요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녹조물이다. 물빛이 녹색으로 바뀌어 보이는 현상으로, 이것을 ‘녹조 현상’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내 담수조류는 규조류, 녹조류, 남조류 이렇게 3종류로 이것들을 녹조류라고 통칭해서 부른다며 이들 중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녹조 현상의 주범은 바로 남조류라고 지적했다. 

이상협 소장은 “녹조 문제는 ‘남조류의 과다 증식’이 정확한 과학적 용어”라며 “보통 녹조가 피면 독소가 생긴다라고 하는데, 독소는 남조류가 죽거나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배출 된다”고 설명했다.

남조류는 남세균이라는 세균으로, 영어로는 ‘시아노박테리아’다. 이 중에는 독성물질을 만들어내는 유해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와 아나베나, 오실라토리아, 아파니조메논 등이 있는데 여기서 마이크로시스틴, 아나톡신, 삭시톡신과 같은 독성물질을 발생시킨다는 것. 

이 소장은 “이 독성물질은 모두 간독성이 있어 치명적이다. 유해 남조류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독성물질을 관리하는 쪽으로 녹조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라는 의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 독소 물질은 언제 발생이 될까? 남조류가 피기 시작하면 무조건 독소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 소장은 “남조류가 죽거나,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소를 배출한다. 그래서 녹조가 핀다 해서 독소가 배출된다고 무조건 엮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남조류는 35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존재해 왔고 최근에 갑작스럽게 출현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조류 증식의 주요한 원인은 높은 수온과 정체된 수역, 영양염류의 과다 유입이다. 이 소장은 “25℃ 이상의 수온과 정체된 수역, 인의 농도가 0.035ppm 이상이면 녹조가 무조건 발생한다. 그런데 낙동강에 9개의 보가 설치되면서 물길이 차단됐다. 이로 인해 정체된 수역이 되어서 수온이 올라가고, 녹조를 발생시켰다는 지적이 많은데 녹조 문제가 4대강 사업과 연결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이소장은 녹조가 과다증식 됐을 때 이것에 대한 효율적 대응 방안을 찾는 것이 합리적 접근 방법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소장은 “하천의 오염원은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으로 나뉜다. 점오염원은 일정한 점원 위치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이고 비점오염원은 그 발생 지점을 특정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가정의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에 대폭적인 투자를 해서 점오염원은 확 줄였는데, 그에 비해 농경지에 뿌려지는 농약이나 비료와 같은 비점오염원은 지속적으로 유입이 늘고 있다는 것. 이 비점오염원에는 영양염류인 인이 다량으로 들어있어 녹조가 과다증식될 수 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녹조 현상에 대한 예방과 해결법은 무엇일까? 

이 소장은 “녹조는 살아있는 입자이기 때문에 뜰채로 뜨든지 화학적으로 가라앉히든지, 생물학적으로 죽이든지 물리적, 화학적, 생물적 기술을 모두 동원할 수 있다”며 “하지만 기술을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하천 수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수돗물 상수원 안전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현재 정부는 조류의 예측부터 경보, 처리, 재순환, 법령 제도, 시민과의 소통까지 굉장히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다만 수온이 25℃ 이상이 되고 인의 농도가 0.035ppm이 되면 녹조가 피는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정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4대강 사업을 통해서 하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녹조의 발생 가능성이 올라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가 여러 소통을 통해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중앙일보(환경전문기자) 국장 발제

환경 전문기자인 강찬수 중앙일보 국장은 대담을 통해 녹조 발생 환경 조건을 말했다. 

그는 “남세균이 광합성 생물이기 때문에 빛과 온도, 영양물질이 필요하다”며 “빛은 여름철 강과 호수에서 태양광 조절이 어렵고 온도 역시 여름철 더위 때문에 조절이 어렵다. 영양물질인 질소와 인 등은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해도 완전히 제거가 어렵고 논밭에 쌓여있는 비점오염원의 유입도 막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국장은 게다가 “보나 댐 건설로 유속이 느려지면 체류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이는 남조류가 자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수자원 이용 상황이 중요한데 보나 댐을 쌓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조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녹조의 인체 건강에 대한 영향은 어떨까? 

강 국장은 “남세균 독소는 마이크로시스틴 MC-LR 등 270여 종이 된다. 이것들은 간 독성과 신경 독성, 발암 물질이다. 특히 MC-LR은 청산가리보다 더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녹조가 생긴 곳에서 수영을 하면 피부가 독소에 노출될 수 있다. 오염된 물이 관개용수로 사용되면 쌀에 축적될 수 있고 녹조가 어패류를 오염시키면 100℃로 끓여도 녹조 파괴가 안 된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수돗물도 오염될 수 있다는 것.

강 국장은 “외국에서도 수돗물 조사할 때 효소결합면역흡착 분석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 환경부에서도 과거에 효소결합면역흡착 분석법 개발을 위해 연구비도 지원한 바 있기 때문에 그 방법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 국장은 “보통 고인물은 썩는다. 강물은 흘러야 된다. 그래서 녹조가 심할 때는 보 수문을 열고 흘려 보내야 되는데 현재 보 취수구 구조는 강바닥까지 내려가 있지 않아 수문을 열 수가 없다. 물을 취수하려면 보의 물을 채워야 되니까 보의 물을 가둬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취수구 조정을 해서 필요에 따라서 수문을 열어야 녹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질의응답]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사회자 손미현 교사가 녹조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답변을 주문하자 이상협 소장은 “녹조가 인간에게 유해한 것인지 무해한 것인지에 대한 대답은 모호하지만 중간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며 “4대강 사업을 통해서 유속이 느려지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영양분이 유입으로 녹조가 과대하게 증식될 때는 유해 물질화가 되는 것이다. 다만 35억 년 전부터 내려온 남조로가 하천의 수생태계 하나의 구성원으로 존재할 때는 무해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녹조의 독성물질은 관리를 해야 되는 물질임은 분명하다. 환경부에서도 이를 이미 인지해서 2013년부터 ‘먹는 물 수질 규제 기준’에 포함시켰고, 아직까지 수돗물에서 녹조의 독성물질이 검출된 적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발표”라며 “환경단체가 측정했더니 독성물질이 나왔다는 보도는 녹조 독소 측정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관리하는 정수장의 공식 입장은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찬수 국장은 “녹조 독소가 위험하다는 것은 국내 논문 외에도 외국 논문 사례에도 굉장히 많다. 만약에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나 마시는 물, 먹는 음식에 독소가 있다면 위험한 거다. 국내 4대강 사업 이후 간 질환이 늘었다는 연구가 있다. 실제로 녹조 독소 때문인지 그 인과관계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의심해볼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녹조 독소가 위험하고 우리 강에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발생하는 녹조에 독소가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잘 따져봐야 된다. 그만큼 조사 방법을 잘 사용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수돗물과 관련해서 정부 쪽에서 나온 데이터를 보면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들이 있다. 강은 계속 변하는 곳이기 때문에 수치가 일정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의 수치는 늘 똑같아서 더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미현 교사가 녹조 독소물질 검출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자 이상협 소장은 “환경단체에서 사용했던 효소결합면역흡착 분석법 외에도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라고 해서 용액 중의 유기화합물을 성분별로 분리해 함유량을 측정하는 기기가 있다. 그런데 효소결합면역흡착 분석법으로 측정한 독소가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로 측정했을 때는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간에 불신이 생기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강찬수 국장은 “대표적인 독소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만 해도 아미노산 조합에 따라서 270종 이상이 나온다. HPLC로 분석하면 마이크로시스틴 중에서도 특정 종류만 4~8종 정도 분석할 수 있다. ELISA법은 세포 전체 구조 중에 공통적인 부분에 항체를 붙여서 조사하는 것이라 총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분석한다.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270종 전체를 합쳐서 하는 것기 때문에 부정확한 측면이 있어 수치가 높게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자 손미현 교사가 여름철이 지나서 녹조가 사라지면 독성물질도 사라지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강찬수 국장은 “여름철에 녹조가 발생한 물을 가지고 농사를 지으면 그 농작물에 녹조 독소가 흡수될 수 있다. 실제로 환경단체가 조사를 해보니까 낙동강 인근과 금강 인근에서 재배한 쌀과 배추, 무 등에서 독소가 검출되기도 했었다”며 “녹조는 여름철에만 폈다가 없어진다고 해도 녹조가 핀 물로 농사 지은 쌀은 1년 내내 먹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다. 녹조가 폈던 물에 노출된 물고기에서도 독소가 검출됐다. 녹조 독소는 아무리 팔팔 끓여도 없어지기 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자 손미현 교사가 4대강 사업이 결과적으로 녹조를 심화시키는데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상협 소장은 “낙동강이 4대강 사업 전후로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생태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가 됐다. 물그릇이 작았던 강이 굉장히 큰 물그릇으로 변경되면서 그 주변 수생태계가 확 바뀌어서 녹조가 피기 좋은 조건으로 가게 된 것은 과학적인 상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녹조의 독성 문제로 연결되어야 하느냐 하는 건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대답했다.

강찬수 국장은 “사실 4대강 사업 전에도 낙동강에 녹조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전에는 강 전체에 유량이 많지 않아서 녹조도 많이 피지 않았었다. 녹조 발생에는 체류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낙동강에는 여덟 개의 보가 있고 하구에 둑까지 아홉 개가 있는데 맨 위의 보에서 체류시간이 늘어나면서 녹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통 남조류는 이틀에 한 번씩 정도 분열한다. 그러니 체류시간이 20일 정도 되면 1000배로 늘어날 수 있다. 그게 다시 다음 보로 내려오면 이미 1000배로 늘어난 데서부터 시작하니 계속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장단기적으로 대처 방안이나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일까? 

이상협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녹조가 입자이기 때문에 녹조 수거선과 같은 기계적인 방법은 다 동원될 수 있다. 장기적 방법으로는 하수처리장의 적극적인 개선과 영양염류 유입을 차단하는 것에 힘을 쏟아야 된다”고 답했다. 강찬수 국장은 “영양염류 처리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조류 제거제와 같은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당장은 체류시간을 줄이기 위해 보 수문을 열어서 흘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