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미세먼지, 어떻게 버티나?
다시 돌아온 미세먼지, 어떻게 버티나?
  • 김준영(헬스컨슈머 편집장, 마음편한유외과 원장)
  • 기사입력 2019.10.22 09:00
  • 최종수정 2019.10.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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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지난 주말의 뿌연 하늘을 보며, 다들 잠시 잊고 있었던 그 단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미세먼지'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다.

 

[한국의 대기오염? 이미 30년이 넘었다]

스모그의 기원은 영국 런던의 5일간 지속된 대형 스모그 사건이라고 하지만, 서울에서도 공기 오염의 역대급 기록이 될 만한 사건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 최고층의 거대한 롯데월드타워(555m, 123층) 빌딩이 사라져버린 지난 3월 5일 역시도 역사적 기록 중의 하나가 될법 하고, 4~5일간 지속되는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도 그리 희귀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의 심각한 공기오염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1985년에 이미 대기오염이 심각해져서 버스의 배기가스 단속을 하기도 했고,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에는 외국에서 참가한 선수들이 공기가 너무 나빠 한국에서 연습할 수가 없으니, 가까운 일본에 가서 체력관리를 한 후에 경기 당일에만 한국에 머무르겠다고 했던 웃픈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2010~2016년 도시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측정하였는데, 유럽과 미주 지역은 70~74% 정도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 반면, 동남아와 동북아에서는 47% 증가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물론 정부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도심지역의 대기오염을 측정하여 저감 정책을 시행하거나 국민에게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서울 도심에만 56개소의 측정소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7가지 대응요령’을 발표하여 국민의 건강이 나빠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빠져 가고 있는 공기가 매년 최악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현실에서 우리가 정부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고, 본인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국가는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지 않는다]

국내 연구기관에서 자료를 보면, 2015년에 초미세먼지로 조기 사망자가 11,924명에 달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상식처럼 알고 있다. 폐점막의 손상은 천식과 만성 폐쇄성 폐 질환으로, 코점막의 문제는 알레르기성 비염의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호흡기의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 뇌, 눈, 피부, 심장의 문제도 발생시킨다.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조기 사망은 초미세먼지에 의한 뇌졸중이 5,600명(47%)으로 가장 높다. 더욱 염려스러운 부분은 여성의 자궁 손상도 유발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임신 중의 태아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쳐 허벅지나 머리통의 성장 저하와 뇌 발달 저하를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급속도로 노화되어가는 대한민국에서 임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훈장감인데, 임신을 어렵게 했어도 미세먼지로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미세먼지가 햇빛만 어둡게 만드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민국 정부도 국민 스스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미세먼지의 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집안에만 있을 수도 없고, 미세먼지 마스크, 공기정화기 등을 배치하지만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어렵기만 하다. 집에서 고등어를 구워 먹기도 불안하고, 마스크를 써도 빈틈으로 먼지가 들어오고, 공기정화기는 상술 가득한 광고를 믿어야 할지 불안하다. 더욱 불안한 점은 국가에서 알려주는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국제기준보다 높은 상한치는 이미 알려져 있는 바이지만, 더 황당한 사실은 대기오염측정망의 설치 기준이다. 환경부가 발행한 ‘대기오염측정망 설치 운영지침’을 보면 ‘시료채취구는 사람이 생활하고 호흡하는 높이인 지상 1.5m~10m 사이에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의 PM2.5 측정소 중 대다수가 10m가 넘는 곳에서 대기 측정을 하고 있다. 환경부 지침에 부득이한 경우에는 30m 이내의 높이에 시료채취구를 설치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10m 높이에 설치해도 불법은 아니지만 미세먼지 주의/경보의 기준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탁상행정이 씁쓸하다. 국가는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지 않는다, 적어도 미세먼지의 측면에서는 그렇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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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천적은 물!]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바로 물이다. 먼지의 천적은 물이다, 미세먼지도 다를 바 없다. 환경부 지침에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라', '외출 후 귀가 시 샤워를 하고 손을 깨끗이 씻어라', '물을 많이 마셔라', '실내 물걸레질 등 물청소를 실시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현재 널리 알려져 있는 공기청정기도 건식 필터형에서 습식 집진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의해 가장 손상을 많이 받는 점막은 항상 촉촉이 젖어있어야만 먼지도 막아낼 수 있고 왕성한 면역 활동을 보장할 수 있다. 각각의 세포도 백혈구나 면역항체가 지켜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고, 세포 하나하나가 물을 보유함으로써 면역 활동을 하며 스스로 지키고 있다.

 

[우리는 그저 병들어가는가?]

그러나 이 방법들은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해 어떠한 방법을 취하더라도 완전히 바깥 공기(가 포함하고 있는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워질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세먼지라는 독극물을 흡입하고 병들어 죽어야만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 질문의 대답은 바로 ‘면역’이다.

일반적으로 면역이라고 하면 ‘백혈구(White blood cells)’을 가장 먼저 떠 올리게 된다. 백혈구 중에서 60%정도를 차지하는 과립구(neutrophil)를 중심으로 한 면역세포와 35%정도를 차지하는 림프구(lymphocyte)에 속한 B 림프구와 B 림프구가 분화한 형질세포(plasma cell)가 생산한 항체에 의해 면역계의 면역 역할담당은 나뉘어진다.

그런데, 이런 면역계의 세포와 항체는 평화와 안전을 지켜주는 군인이고 경찰이다. 전쟁이나 위험에서 군인과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잘 지켜주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과연 아무리 충실히 임무를 다 한다고 하더라도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까? 만약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이 그런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하면 가만히 앉아서 어쩌지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아니다. 각자 위험에 대처해야 한다. 구식전쟁이라면 갑옷을 입어야 하고, 총알이 날아다니면 방탄복을 입어야 하고, 살을 에는 추위와 맞닥뜨린다면 가볍지만 체온을 지켜줄 수 있는 방한복을 입어야 한다. 이렇게 몸을 보호하듯이 세포도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

세포가 입고 있는 옷은 당사슬(glycan)이라는 특이한 직물로 짠 당의(glycocalyx, 糖衣)이다. 인체의 맨 살에 해당하는 이중 인지질 세포막(bilayer phospholipid cell membrane)을 둘러싸고 있는 탄수화물층(carbohydrate layer)이다. 세포가 입고 있는 옷의 기능 또한 매우 특이하다. 세포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구별하여 내부로 공급하며, 세포를 복구하고, 수명이 다한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며 세포를 보호하고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세포간 통신(cell-to-cell communication)의 핵심을 담당하는 기능이다. ‘당의’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세포는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세포로 변성된다.

인체에 당의가 없는 세포는 없다.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당의는 세포 입장에서 본다면 최후의 보호막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기에 보호막이 될 수 있을까? 미세먼지의 천적은 물이라고 했었다. 당사슬 당의는 세포 바깥에 물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서 미세먼지의 침투를 원천봉쇄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설명이 피상적으로 들릴 수 있으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면역 시스템, 미세먼지를 어떻게 처리할까?]

미세먼지는 호흡을 하는 과정 중에 폐를 통해서 가장 많은 양이 체내로 유입이 된다. 기관지를 통해 폐로 이물질이 들어오면 안쪽 점액질에 이물질이 붙게 되는데, 이것들이 기관지 섬모세포(ciliated cell)의 섬모(cilium & microvillus)의 움직임에 의해 이물질이 뭉쳐지게 되고, 공기가 흐르는 반대방향으로 밀려가게 된다. 이것이 어느정도 뭉쳐진 것이 바로 가래다.

그러나 섬모세포만으로는 방어막의 역할을 완벽히 할 수 없다. 폐 기관지의 분비세포에서 만들어내는 점액으로 섬모층으로 완벽히 두르려면, 섬모세포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결합된 당단백질(proteoglycan)이 반드시 빠짐없이 있어야 한다. 이 당단백질을 구성하는 성분이 바로 당사슬이며, 이 외에도 또 다른 형태의 당단백질이 있어야만 수분층인 뮤신층(mobile gel)을 구성할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겠지만, 이 ‘글리코’라고 불리는 당사슬은 인체에 상당히 중요한 성분이다. 앞서 언급된 내용 외에도,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가스교환을 하는 혈관 내피세포(endothelial cells)의 혈류 조절과 염증반응을 완화한다. 또한 동물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적혈구의 표면에도 당의의 역할이 크다.

초미세먼지 이물질이 이 모든 방어벽을 뚫었다 해도 내피세포가 워낙 촘촘히 구성된 혈관-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지만, 여기에도 당의는 뇌혈관 내피세포에서 완벽한 방어시스템을 구성하는데 일조를 한다.

만약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당의가 부족하거나 없는 세포들이 존재하는 구역이 있다면 초미세먼지는 신체 내부로 들어올 수 있고 세포를 망가뜨릴 수 있게 된다. 2015년 국내에서 조사된 초미세먼지로 조기사망한 통계를 보면, 뇌졸중이 47%(5,600명)로 1위를 차지하였는데, 과연 어떤 원인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을까? 초미세먼지의 크기가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뇌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까? 혈관까지 들어갔다면 흘러서 전신 어디라도 도달할 수 있겠지만, 끈적끈적한 물성분(점액)인 뮤신층까지도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면 결국은 각각의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의 표면인 당의가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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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슬이 부족하다!]

그런데, 어째서 세포의 당의가 망가지고 부족하게 되었을까? 요즈음은 음식과 영양분이 하도 남아돌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조차 비만이 되는 시대가 아닌가?

이것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 재료인 당사슬이 포함된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못하는데 있다. 자연의 모진 환경에서 강인하게 살아남는 식재료로 식단을 구성하지 않고, 한정된 영양성분만 공급되는 비료를 수십년 사용한 땅에서 길러지고, 품종개량된 식재료로 식생활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한 식재료 자체를 요리한 자연식보다는 인스턴트, 가공식품, 냉동식품 등과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더 자주 먹는것 역시도 큰 원인이다. 식품의 산업화와 음식을 판매하는 상술이 고객의 입맛을 끌기 위해 추가하는 화학적 식품 첨가물이나 더 달고, 더 짜고, 더 매운 음식을 찾는 고객의 만족감을 충족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들 때문이기도 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당질지수(GI, Glucose Index)가 높은 식단을 섭취한 후, 그 사람의 혈관 상피세포의 당의가 단 8시간만에 거의 없어지다시피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당의의 손상과 회복은 신체 세포 내에서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대다수의 상황에서 손상의 속도만큼 회복력은 빠르지 않기 때문에 각종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문제 중의 하나가 장 누수(leaky gut) 현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장 누수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꼽기도 하는데, 이런 문제의 핵심이 장상피 세포에서의 당의 손상과 관련이 있다. 당의가 없다면 신체는 물을 함유하고 있을 수 없고, 미세먼지의 천적인 물이 부족해진다면 당신의 생명까지도 위험하다는 것이 절대로 허구의 시나리오가 아니란 것을 기억하자.

좋은 식품과 적절한 운동을 통한 필수 영양소의 보충이 결국 현실적인 해답인 것이다.

[해당 기사는 지난 4월 11일 국회 강연 내용을 기초로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