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노인일수록 더 위험하다
마른 노인일수록 더 위험하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30 09:00
  • 최종수정 2019.10.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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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비만은 사망률과 관련 없어… 오히려 저체중일 때 사망 위험이 증가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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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노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마를수록 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화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각종 만성질환과 수명 단축의 주요 원인인 비만을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일 때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과는 다르게 노인의 BMI는 사망률과 연관성이 반대로 나타난다. 국내 비만 기준인 BMI 25 이상인 노인의 경우 사망률이 가장 낮고, 오히려 BMI 수치가 낮을수록 사망률이 높아진 것이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노인은 비만보다 말랐을 때 더 위험하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조정진 교수 연구팀이 노인의 BMI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 약 17만 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여기 있다.

연구팀이 BMI 22.5~24.9를 기준으로 잡고 BMI에 따른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해당 기준보다 BMI가 낮을 때 사망위험이 증가하고, 기준보다 BMI가 높을 때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비만으로 분류되는 BMI 25~27.4일 때 노인의 사망 위험은 남성이 0.86, 여성이 0.84였고, 이보다 좀 더 높은 BMI 27.5~29.9일 때의 사망 위험도 남성이 0.79, 여성이 0.89로 모두 기준보다 낮게 나타났다. 심지어 WHO의 비만 기준인 BMI 30 이상일 때도 사망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을 만큼 높아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BMI가 증가하면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현저히 감소했다. 심혈관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 역시 BMI가 25~27.4가 될 때까지 꾸준히 내려갔다.

사망 위험을 높인 건 오히려 낮은 BMI 수치였다. 비만학회가 정상 체중으로 판단하는 BMI 22.5 이하일 때 사망위험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BMI 17.5~19.9인 노인은 비만 수치인 BMI 25~29.9보다 사망 위험이 2배 이상 높았고, 저체중 기준인 BMI 16~17.4인 경우는 사망 위험이 3배 이상이나 높았다.

윤종률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과체중 및 비만은 사망 위험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저체중에서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높은 BMI에 따른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보다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교수는 “사망률을 고려했을 때 노년기의 적정 BMI는 남성은 30kg/㎡ 이하, 여성은 27.5kg/㎡ 이하이므로 최소한 노년기에는 기존의 국내 기준으로 비만도를 적용하면 곤란하다”고 전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나이 든 사람의 몸무게, 왜 중요한가?]

나이 든 사람의 몸무게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BMI 수치가 노인의 영양 상태와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 이후에도 적절한 수치의 BMI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영양 상태가 필요한데, 이는 면역 기능을 높이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교적 높은 경우에 고령자의 전염병, 암, 심혈관질환이 예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 BMI가 높은 노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였다.

또한 낮은 BMI는 적은 체중과 근력 부족 등 노인의 허약 증상을 더 악화시켜 사망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되는 노인들이 더 오래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BMI 자체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BMI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측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같은 키와 같은 몸무게의 사람이 있어도 각각의 체성분, 지방량과 근육량 등은 다를 수 있는데, BMI에서는 근육량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알 수 없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운 사람들이 BMI 상으로는 대부분 비만으로 측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 몸을 관리할 때에는 자신의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정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젊은이 못지않게 노인들도 비만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지만, 노인은 적절한 영양 상태가 중요하기 때문에 무리한 체중감량보다는 적절한 영양 섭취와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