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유전자 유산균을 먹으라고요?
독성 유전자 유산균을 먹으라고요?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11.25 14:00
  • 최종수정 2019.11.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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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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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최근 들어 건강을 위한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유산균 제품들. 이 식품들은 흔히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불리며 새로운 건강기능식품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시장이 커져가며 국내 제품뿐 아니라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해외 직구의 비율도 늘었는데, 이렇게 해외에서 수입되는 제품 중에서 식품의약품 안전처 규정에 따라 안전성 확인이 없이는 수입될 수 없는 제품들이 아무런 확인 없이 통관되고 있다.

도대체 프로바이오틱스란 정확히 무엇이고, 왜 통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그게 다 뭐길래?]

프로바이오틱스는 몸에 유익한 장내 세균, 또는 그런 제품을 일컫는다. 즉, 젖산(락트산)을 분비하는 세균을 총칭하는 유산균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또한 이와 비슷한 제품으로 ‘프리바이오틱스’가 있는데, 이것은 프로바이오틱스 균들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균주(같은 유전자 계열의 세균집단)’와 균주가 포함된 ‘제품’으로 양분되어 있다. 균주와 제품 모두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수입식품의약품안전관리특별법> 제 20조에 따라 식약처장에게 신고해야 수입이 가능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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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이오틱스의 ‘위험성’]

그렇다면 기껏해봐야 유산균 비스무리한게 좀 들어있는 식품에 뭐 그리 호들갑 떠나 싶은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생물들의 일부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와 독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경우에 따라 건강한 성인에게도 설사, 복통 구토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유아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어디서 듣기에 몸에 좋다니 덮어놓고 섭취하는 것 보다는, 충분한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 식약처 역시도 이러한 이유로, 만성질환이 있거나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은 필히 전문의와 상의 후 섭취할 것을 권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위험한 정확한 원인은 무엇일까? 일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엔테로코커스(Enterococcus)라는 균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속 균주가 항생제 내성 유전자 및 독성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국내 모 대학병원과 일본의 대학병원의 백내장 수술후의 엔테로코커스(Enterococcus) 슈퍼박테리아 발생 비율이 각각 30%, 0.5%인 것은 사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중 엔테로코커스에 해당되는 균주는 패슘(E. faecium)과 패칼리스(E. faecalis)다. 식약처의 조치에 따라, 올해 4월 1일부터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사람에게 독성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모 제약회사 연구소가 검증한 결과, 소비자들이 실제로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일부 제품에서 패슘과 패칼리스가 버젓이 포함되어 있다고 제품에 표기된 것이 발견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것들은 모두 ‘독성 인자’ 및 ‘항생제 내성 전달 인자’가 없다고 검증이 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것은 안전을 위한 규제를 만들어 놓고도, 정작 적용은 국내 생산 제품들에만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는?]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만 유난히 까다롭게 구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지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대해 총균수 표시, 균의 종류 및 함량 표시, 일정 기간동안의 임상결과, 유전체분석 및 동물실험을 통한 안전기준(‘항생제 내성 유전자’, ‘독성 유전자’ 등), 임상 1상 자료를 충족하는 경우에만 수입과 판매가 허용되는 등 수입기준이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

또한 적절한 양을 복용해야 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균주도 여러 종류가 아닌 한가지 종류를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많이 먹어서 좋은 것이 없고 여러가지 먹어서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라벨링을 대단히 중요시 여긴다. 사용기한까지의 균수 유지를 해야하고 나아가 균주의 정확한 명칭을 최신의 과학적 분석에 근거해 표시하는 것이 필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기능식품법의 기준이 매우 오래되어서 균주 및 제품에 대해 ‘총 균수’만 표기하면 그대로 수입이 허용되고 있다. 심지어 그것이 어떠한 종류인지는 표기조차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도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미국 및 유럽의 안전기준을 제정하여 한국의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덕분에 우리 소비자들은 유해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전문기관의 검증 없이, ‘건강에 좋을 테니’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해서 먹게 되는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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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마케팅을 경계하자]

프로바이오틱스 판매 업체들은 오로지 균주 종류가 10 가지가 넘는다는지, 100억 마리 이상 함유되었다고 숫자 마케팅에 열을 올릴뿐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유산균 연구는커녕, 박사급이상 미생물 전문가는 한명도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숫자 마케팅은 소비자를 현혹 시킬뿐만 아니라, 충분한 전문 연구진의 오랜기간 연구개발 없이 유산균 원료만 단순배합 하는 형태로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로 하여금 프로바이오틱스의 불신감만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소비자들이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에 관심을 가지며 시장은 커졌다. 하지만 많은 보건의료전문가들이 무분별하게 건기식을 섭취하는 것이 꼭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연우 약학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소비자의 항생제 및 성인병약의 투약여부, 전문 의약품 섭취여부, 질병 상태, 라이프 스타일, 식생활 패턴 등 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고농도의 미생물 제품”이라며 “전문가와 상의 없이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 프로바이오틱스는 약국에서 약사와 충분히 상담을 거쳐서 판매하는 형태”라고 외국과 우리의 차이점을 지적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약사의 프로바이오틱스의 검증 및 환자 맞춤의 처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소비하는 그 건강기능식품, 그게 정말로 미생물의 이론을 전혀 모르는 당신이 숫자 마케팅만 믿고 프로바이오틱스를 선정하는 기준이 되는지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