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와 홈쇼핑의 같은 제품, ‘절묘한 우연’인가. (上)
다큐멘터리와 홈쇼핑의 같은 제품, ‘절묘한 우연’인가. (上)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5.29 11:56
  • 최종수정 2019.06.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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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우연을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 이유: 방송국은 당신의 소비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방송법 73조 1항에서]

신문ㆍ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

[신문법 6조 3항에서]

의료인등은 다음 각 호(신문, 방송, 잡지 등을 이용하여 기사 또는 전문가의 의견 형태로 표현되는 광고)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의료광고를 하지 못한다.

[의료법 56조 2항 10호에서]

의료광고는 방송(방송법 2조 1항)에서 하지 못한다.

[의료법 56조 3항 1호에서]

[미디어는 우리의 신뢰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가?]

오늘날 우리는 갖가지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간접적으로 접한다. 신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유튜브 등 다양하고 경계도 모호한 미디어는 그렇게 우리의 삶을 세상과 연결한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의식수준도 덩달아 같이 높아지며, 미디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줄어들었지만, 인간의 본능에 새겨진 ‘권위’에 약한 모습은, 여전히 사람들의 눈을 흐리게 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페이스북의 게시글보다는, TV 방송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물론 TV 방송이라 해도 그것이 뉴스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혹은 예능이나 드라마인지에 따라 권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건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도깨비>라든지, <태양의 후예>와 같은 드라마의 성공은 어마어마한 광고효과를 창출했다. 하지만 그 정도야 큰 문제는 없다, 그 안의 노골적인 광고던지, 혹은 간접 광고던지 법적으로 문제는 없고, 우리 역시도 광고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우리에게 ‘객관적이고 진실할 것이다’라고 평가받는 뉴스와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에 있다.

(좌) 5월 6일 당시 SBS모닝와이드 방송화면, (우) 5월 6일 같은 시간대 롯데홈쇼핑의 보스웰리아 상품
(좌) 5월 6일 당시 SBS모닝와이드 방송화면, (우) 5월 6일 같은 시간대 롯데홈쇼핑의 보스웰리아 상품

실제로 5월 6일 08시 15분 즈음부터, <SBS 모닝와이드>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에는 보스웰리아가 좋다’는 내용을 방영 중이었고, 그 시간대 바로 옆 롯데홈쇼핑 채널에서는 보스웰리아 제품을 판매 중이었다.

이런 ‘절묘한 우연’은 판매 업체에 ‘완판’이라는 짭짤한 성과를 들려주었다. 이와 같은 예시는 셀 수도 없이 많아, 굳이 더 언급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다.

기사의 시작에 언급되었듯, 신문과 방송 등의 미디어는 대중에게 광고성 정보를 명확히 구분해줄 의무가 있다. 즉, 이러한 ‘절묘한 우연’은 기업과 미디어 종사자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일 뿐이다. 법과 국민은, 이렇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절묘한 우연’이 의료법까지도 농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광고가 아니니 괜찮다?]

마찬가지로 기사의 앞부분에 언급된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전문인들은 방송상 의료광고에 출연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가장 이상하게 여기는 현상 중 하나인, ‘약에 관해선 하나도 모를 것 같은 가수나 영화배우가 약을 홍보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절묘한 우연’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심지어 어떤 때에는 전문인들이 홈쇼핑에 등장해 특정 제품을 홍보하기까지 한다.

물론 외국인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듯, 애초에 누구보다 의약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의료인의 광고를 규제하는 것은 모순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식의 문제 제기여야지, 이처럼 법의 허점을 찾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는 방식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물론 의료전문인이 방송에서 특정 제품을 언급하거나 홈쇼핑에까지 등장하는 행태는 좋지 못하지만, 법적으로 광고는 아니기에 문제는 없다. 이런 현상은 법을 너무 잘 지키고 있으면서 교활하게 활용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현재 법률규제의 한계다.” (건강소비자연대 의학 전문가 위원 마음편한유외과 김준영 원장)

 

“오늘날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은 ‘정보의 홍수’로 비유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하고 검증된 정보이다. 따라서 공공성과 전문성의 책임을 가진 방송사와 전문의료인들이, 각각의 영역에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비로소 국민의 건강한 생활과 대한민국 언론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건강소비자연대 약학 전문가 위원 정은주 박사)

국민으로서, 또한 소비자로서 미디어에 대한 신뢰 여부를 떠나,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은 필요하다. 또한 이를 묵과하는 정부에 대한 지탄,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기업, 그리고 전문인으로서의 직업윤리가 결여된 일부 몰지각한 자들은 크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향후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으로서 취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