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암세포가 탄생하기까지
하나의 암세포가 탄생하기까지
  • 장석원 원장(충민내과 원장, 연세대 의대 임상지도교수, 대한임상통합의학회 회장)
  • 최종수정 2020.06.29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의 암세포가 생기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게 될까?

[헬스컨슈머]암이란 굉장히 무서운 질병이다. 여느 큰 병들이 그렇듯, 환자 개인의 인생뿐 아니라 가족들의 인생까지도 크게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암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과정]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장기에 따라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는 발암과정에 대한 이해 역시 필요하다.

발암 개시

발암과정은 다단계 과정으로 일어나는데 개시, 촉진, 진행의 3단계로 진행된다. 발암 개시단계란 발암물질이 DNA와 반응하여 유전자 변이를 초래해, 되돌아 갈 수 없는 비가역적 과정이다. 이는 비교적 짧은 순간에 일어나며, 길어야 1~2일 정도다. 암 개시화된 세포는 발암 촉진제에 노출되어야만 암세포로 될 수 있는 잠재력만을 갖고 있는 세포라고 할 수 있다.

발암 촉진

발암 촉진단계는 암 개시화된 세포가 발암 촉진제에 의해 유전자 표현형이 변화되어 전암(前癌, precancer, 암의 초기단계)세포가 발현되는 단계다. 대체로 10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이 단계는 암 개시화된 세포수를 늘려 전암 병변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전암 병변

전암 병변은 정상세포도 아니고 암세포도 아닌 이행단계의 세포로 이형성(dysplasia), 상피내암(carcinoma in situ, CIS) 등으로 불린다. 전암세포가 어느 때는 암으로 진행하고 또 어느 때는 암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낫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원인이 제거되면 암 개시화세포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가역적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세포 자신도 신체의 조건에 따라 암으로 진행할지 또는 개시화세포로 되돌아갈 지 망설이는 불안정한 상태로 이 시기는 제법 길다.

전암세포가 분열과 증식을 되풀이하면서 길고 긴 단계적 변화가 누적되었을 때 비로소 암세포 1개가 탄생된다.

암은 한 개의 암세포가 세포분열을 계속하여 약 10억 개의 세포가 되면 직경이 1cm, 무게 1g 정도의 암 덩어리가 된다. 이때 비로소 임상적으로 암 진단이 가능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암으로 진단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그렇다면 암으로 진단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암세포가 탄생되는 순간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대의학은 이를 극복할 능력이 있다. 암 진단 시점으로부터 역으로 계산하여 암세포 1개가 생긴 시점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배화 시간 계산

암의 크기가 2배로 증가하는데 걸리는 시간, 즉 이배화 기간은 암의 종류에 따라 일정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계산을 하기에도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한 개의 암세포가 분열을 일으켜 2개가 되고, 이것이 다시 분열하여 4, 8, 16개로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여 종괴의 크기가 2배로 증가되어 간다. 한 개의 암세포가 30번 분열하면 그 수가 109 (10억)개이며 직경 1cm, 무게 1g의 암 덩어리가 된다. 이때 비로소 진찰을 통해서나 방사선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또한 거꾸로 세포 하나가 여기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해보면, 암이 언제 시작된 것인지도 알 수 있다.

만일 이배화 기간이 100일인 암이 있다면 진단받기 얼마나 오래전에 1개의 암세포가 탄생한 것일까? 이배화 기간이 100일이라는 말은 1개의 암세포가 분열하여 2배로 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100일이라는 말이다. 암이 진단 가능한 크기인 직경 1cm, 무게 1g의 암이 되려면 한 개의 암세포가 30번 분열해야 한다. 한 번 분열하는데 100일이 걸리므로 100일✕30=3000일이 걸린다. 1년은 365일이므로 약 8년 2개월이 걸린 셈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인 암의 진단

정상세포가 전암세포로 되는데 약 10년, 그 후 암세포 탄생까지 수년이 더 걸린다. 이 암세포가 증식하여 진단 가능한 암의 크기인 1cm가 되기까지 5~10년이 더 소요된다.

따라서 20~30년 전부터 이미 환자의 몸에서 암화과정이 진행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크기로는 거의 대부분에서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암이 더 커지거나 주위 조직을 침범했을 때에야 증상을 일으켜 이때 비로소 병원을 찾게 되고 암으로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나의 암세포가 생겨난 후 운 좋게 크기가 1cm일 때 진단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암세포가 생긴 후 약 10여 년이 걸린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암세포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해서 누구나 암 환자가 될 수 있고 암이라는 질병이 더 이상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