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유전될까?
암도 유전될까?
  • 장석원 원장(충민내과 원장, 연세대 의대 임상지도교수, 대한임상통합의학회 회장)
  • 기사입력 2020.08.28 15:53
  • 최종수정 2020.08.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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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인체의 기능은 우리 몸 세포의 기능을 지배하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우리의 피부색깔, 얼굴 생김, 성격, 체격은 부모를 닮는다. 또 우리의 수명이 얼마나 될지, 운동을 잘할지 못할지, 어떤 병에 걸릴 가능성이 많을지 등의 모든 것이 유전인자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암도 유전되는 암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암이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유전성 암이 아닐 경우 유전자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우리가 암에 걸리게 될까?

[우리 유전자는 아직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우리의 유전자는 생명체의 탄생과 더불어 기나긴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외부의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이(mutation)함으로써 생명을 계속 유지해 왔다. 유전자가 변이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인류의 역사는 약 200만 년 정도 된다고 한다. 원래의 유전자는 과거 그 당시의 생활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런 반면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적인 생활 방식은 불과 30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유전자는 이 짧은 기간 동안에 급격히 변한 현대의 생활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의 유전자는 현대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감당할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각종 발암물질, 중금속, 식품첨가물, 매연 등은 우리 유전자 자체에 손상을 주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다행히 우리 몸은 돌연변이가 생기더라도 이를 수리해서 원상으로 복구하는 능력이 있어, 문제 세포가 암세포로 진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만 우리의 유전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잘못된 식습관이나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암의 원인이 된다. 수년에 걸친 긴 세월동안 식생활 및 각종 발암물질 등의 환경인자가 암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들의 유전적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하게 한다.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로는 원폭과 같은 심각한 방사선에 노출 시 발생되는 백혈병이나 폐암 그리고 흡연에 의해 발생위험이 현저히 증가되는 구강암, 식도암, 췌장암, 방광암, 폐암 등이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암은 대부분 후천적]

암은 유전적 영향도 받지만, 환경의 영향도 받는 질병이다. 그래서 유전자 이상에 의한 암은 대부분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대다수의 경우 유전되는 것은 ‘암’이 아니라 ‘암이 생기는 체질’이다.

다음 세대인 자손에게 유전되는 유전성 종양은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데 전체 암 중 5% 정도다. 따라서 모든 암의 약 5% 정도는 유전되지만 나머지 95%는 환경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유전성 종양의 대표적인 예가 유전성 유방암, 유전성 난소암, 그리고 가족성 대장암이다. 그래서 가족력을 보라는 말이 생기는 것이다.

유전성 유방암은 유전자 변이에 의한 것인데, 전체 유방암의 5~10%로 BRCA 1과 BRCA 2 유전자 돌연변이가 주된 원인이다. 이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60~80%에 이른다. 또 발병 시기도 빠르고 양쪽 유방에 암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난소암의 발병 확률도 20~30%로 높아지고 최대 60%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암이 아직 생기지 않았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와 같이 유전되는 암에서는 유전인자가 발암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머니나 자매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는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을 절제해야 할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물론 외국에서는 이미 유전성 유방암의 암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도 있는 경우도 있기야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멀쩡한 유방을 절제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이 수술을 해도 유방암을 완전히 예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암이 생긴 것도 아닌데 유전자 확률만으로 여성의 상징인 유방절제를 선택해야 한다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의하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유방 X선 촬영과 초음파 검사 등을 철저히 하는 게 더 낫다. 아직 생기지 않은 질병을 벌써 걱정하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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