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엔 시원한 맥주 한잔? 정말로?
폭염엔 시원한 맥주 한잔? 정말로?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7.30 13:00
  • 최종수정 2019.07.30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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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증난다고 먹었다가 오히려 탈수증 생긴다

[헬스컨슈머]무더운 여름철, 쉬이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바로 퇴근 후의 시원한 술 한잔이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주류 판매량, 특히 맥주 판매량이 치솟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주류업계에 따르면 여름철인 6~8월에 겨울 등 다른 계절보다 맥주 판매량이 20~30%가량 증가한다. 특히 수년 전부터 시작된 ‘수입맥주 4캔 만원’의 공식은 국내 맥주시장 제 2의 전성기를 열었다. 최근 들어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인해 국내의 반일감정이 치솟아 국내 수입맥주 1위를 달리던 일본산 제품 매출액이 30%나 감소했지만, 독일/프랑스/벨기에 등등의 쟁쟁한 제품들로 인해 일본산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시장 총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냉장고를 열어 살얼음이 낀 시원한 맥주를 꺼내기 전에, 이 글을 먼저 읽어보자. 술로 갈증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주의가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타는 목을 적셔주는 차가운 술이 직접적으로 감각세포를 자극해 마시는 순간에는 더위가 사라진 것 같지만 이는 단지 순간의 느낌”이라며 “오히려 알코올 자체의 열량에 의해 열이 발생해 체온이 올라가고 분해과정에서 수분이 손실돼 갈증을 심화시켜 과음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특히 덥고 습한 여름에는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장마로 인해 일조량까지 줄어들어 기분이 처지거나 울적해지기 쉽다. 이런 경우에 직장에서 스트레스에 직면하는 사회인들은 자연스레 시원한 술 한 잔을 떠올리곤 한다.

전용준 원장은 이에 대해 “매번 불쾌지수가 올라가거나 갈증을 느낄 때마다 술을 찾게 되면, 이 행동양식이 습관화되어 종국에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적당량의 술은 알코올이 뇌와 중추신경계의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해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지만 과도하게 마시면 자극에 대한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많은 양의 술을 찾게 된다”고 경고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여름엔 술이 더 위험하다]

특히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이 부족해진다. 이러한 상태에서 알코올의 이뇨작용까지 더해지면 잦은 소변으로 인해 미네랄, 전해질 등과 함께 몸속 수분이 다량 배출돼 탈수 현상이 더 심해진다. 심각할 경우 탈수증으로 이어져 현기증,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탈진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여름철 음주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중알코올농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 경우 취기가 빨리 오르고 혈액이 더욱 끈적해지기 때문에 혈관이 막히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동맥경화나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며, 따라서 유전적/후천적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특별히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 원장은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혈관이 확장돼 알코올의 체내 흡수가 빨라져 다른 계절보다 더 빠르게 취할 수 있다”며 “특히 더위에 취약한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의 경우 무더위에 술을 마시면 혈압과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겨 증상이 악화되거나 심장마비와 같은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당히 해야 보약]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음주로 인한 탈수증을 막기 위해선 음주 전후 물을 충분히 마셔 몸속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무엇보다 여름철 음주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술보다는 참외, 수박과 같은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을 먹거나 차와 물을 마시는 등 건강한 수분 섭취 방법으로 더위와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타는 목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주류 제품은 수많은 어른들의 지갑을 노리지만, 우리의 지갑 이상으로 위험한 것이 바로 우리 건강이다.

물론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고 퇴근해 살얼음이 낀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켜는 것은 멋진 일이며, 그것이 가져다주는 수치화 할 수 없는 가치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던, ‘적당히 해야 보약’이라는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