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점자표시 엉망, 시각장애인 오남용 우려
의약품 점자표시 엉망, 시각장애인 오남용 우려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19.12.04 15:00
  • 최종수정 2019.12.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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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 상당수에 점자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오남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반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30개 제품과 수입실적 상위 20개 제품 및 안전상비의약품 13개 제품 중 구입이 가능한 58개 제품을 대상으로 점자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58개 제품 중 16(27.6%) 제품만 점자가 표시되어 있었다고 4일 밝혔다.

 

[몇 안 되는 점자표시, 그나마도 가독성 떨어져]

뿐만 아니라 점자표시가 되어있는 제품들조차도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원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로 기존에 점자표시가 확인되었던 제품들을 포함한 총 32개 의약품에 대해서 점자표시의 가독성을 분석한 결과, 가독성이 높은 의약품은 11개 제품에 그쳤고, 나머지 21개 의약품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규정은 제품명, 업체명, 사용설명서 주요내용 등을 점자표시 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32개 제품 중 제품명과 업체명이 함께 표시된 제품은 4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23개 제품은 제품명만 표시되어 있었다. 5개 제품은 점자의 가독성이 떨어져 제품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점자의 표시 위치 또한 제조사마다 제각각이었다.

소비자원은 제각각인 점자 규격, 표시 항목, 표시 위치 등으로 인해 점자표시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점자표시를 표준화해 시각장애인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점자표시 의무화된 선진국]

반면 해외에서는 의약품의 오남용과 혼동을 막기 위해 점자표시를 의무화하거나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표준화된 점자표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의약품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 점자표시를 의무화했고, 성분 함량이 두 종류 이상으로 판매되는 경우 함량도 점자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자 단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시판 허가권자는 의약품 첨부 문서를 음성이나 점자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점자표시에 대한 의무는 없지만 의약품 포장 관련 산업 협회점자 단체들이 협력해 2009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통용되는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Can-Am Braille)을 제정해 보급한 바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약품 점자표시의 활성화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제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