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가 더 위험? ‘슈퍼 전파자’란 무엇일까
'인싸'가 더 위험? ‘슈퍼 전파자’란 무엇일까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2.25 12:30
  • 최종수정 2020.02.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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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인 오지마", 어쩌다 이런 적반하장이...

[헬스컨슈머]’입국하는 한국인들을 2주간 격리한다.’ 얼핏 들으면 저 멀리 유럽이나 남태평양 국가의 방침인 듯 하겠지만, 놀랍게도 중국의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증 검역 방침이다.

최근 중국 연변, 산동성, 북경 등지의 지역에서 한국인에 대한 검역/격리 방침이 시행되고 있다. 게다가 <인민일보(人民日报)>나 <환구시보(环球时报)>같은 관영 언론은 신이 나서 '한국에서의 코로나19 역유입을 통제해야 한다'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야말로 적반하장, 어느새 일명 ‘우한폐렴’의 발원지이자 세계 최대 감염국인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 등에서 이러한 평가를 듣게 된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이런 ‘감염국’취급을 받는 곳은 발원지인 중국을 제외하곤 두 곳, 한국과 이탈리아다(경우에 따라 일본도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모두 ‘특정 단계’ 이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그에 따라 다른 국가들이 슬금슬금 거리를 두고 있는 형태다.

코로나19사태 초기만 해도 ‘방역 우수 모델’이라고 평가받던 한국, 그리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잠잠하던 이탈리아에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여졌을까?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31번 환자, 1번 환자로 관리되는 ‘슈퍼 전파자’를 그 이유의 하나로 꼽는다.

'슈퍼 전파자' 출현 이후의 확진자 수 추이, 제작: 강지명
'슈퍼 전파자' 출현 이후의 확진자 수 추이, 제작: 강지명

[슈퍼 전파자란?]

슈퍼 전파자란건 정확히 무엇일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지금처럼 신뢰도가 바닥을 치지 않았을 때인)2003년 사스(SARS,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역시도 중국에서 난리였다)에 대해 보고서를 발간해 '슈퍼 전파자'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다수의 개인에게 질병을 퍼뜨리는 사람 (who have been implicated in spreading the disease to numerous other individuals)'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감염학회의 학회지에는<”Superspreaders in Infectious Disease". International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Stein, Richard A, 2011>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에서는 슈퍼 전파자는 "소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특히 많은 감염 사례에 영향을 미치는 '20대 80의 원칙'이 존재한다”라며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2차 감염을 유발하는 사람들은 '슈퍼 전파자'라고 분류했다. 결국 ‘슈퍼 전파자’란 감염병 창궐 때 특정인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2차 감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긴 용어로 보인다.

 

[슈퍼 전파자가 되는 원인]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슈퍼 전파자'는 신체적 특징이나 생활습관 외에 여러 상황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된 국제감역학회의 논문에서는 2003년 사스의 슈퍼 전파 현상에 대해 아래와 같은 요인들을 제시했다.

▲'다른 병원체와의 동시감염(co-infection with another pathogen)',

▲'면역억제유전자(immune suppression)'

▲'공기 흐름의 변화(changes in airflow dynamics)',

▲'신속하지 못한 입원(delayed hospital admission)'

▲'오진(misdiagnosis)'

▲'병원간 이송(inter-hospital transfers)'

면역력과 동선? '인싸'가 더 위험?

개별적 측면에서 가장 애매한 요소는 개인의 면역력이다. 이게 정말 어려운 것이,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증상을 느끼기 전에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게 되고, 심지어 본인은 별 문제 없지만 남들에게 바이러스만 전파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면역력이 약하면 슈퍼 감염자가 되지 않는다고 하기에도 난감하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바이러스 복제량이 더 많아 타인과의 접촉 많지 않더라도 전파력은 더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침이나 재채기 같은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사람 역시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결국 가장 참고할 만한 요소는 ‘활동 동선과 접촉’ 수준이다. 면역력이 약하던 강하던, 혹은 어떤 다른 측면이 있던 간에 상관없이, 활동범위가 넓고 타인과의 접촉이 빈번할수록 전파 수준이 강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31번 환자와 이탈리아 1번 환자는 엄청나게 활발한 사회 활동을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천지' 소속 31번 환자는 해당 집단의 극도로 집중적인 활동과 사회생활을 병행했다. 그 과정에서 수십 차례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은 덤이다.

이탈리아 1번 환자는 그야말로 '인싸'였다. 감염 이후 증상이 나오기 전 2주 가량의 짧은 기간동안에도 활발한 활동 동선을 보였다. 두 차례의 마라톤 대회(2월 4일, 9일)와 마을 축구 시합(2월 15일), 친구와 가족과의  서너번의 식사(2월 1일, 4일, 15일), 그리고 그리고 직장생활을 거쳤다. 요즘 말로 하면 '인싸(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인기 많은 사람)'이라 더 위험했던 것이다.

여기까지 최근 이슈가 되는 ‘슈퍼 전파자’에 대해 알아보았다. 해당 글이 널리 읽혀 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전파를 예방하는 것에 함께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 많은 국민과 소비자들이 크나큰 불편과 손해를 겪고 있는 코로나19사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