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에 강제로 연차 써라?”…직장인들 ‘분통’
“‘자가격리’에 강제로 연차 써라?”…직장인들 ‘분통’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20.02.26 10:38
  • 최종수정 2020.02.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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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발생 우려해 연차 소진하는 ‘자가격리’ 및 ‘무급휴가’ 지시하는 기업 잇달아…"근로기준법 위반"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국내의 한 중견 화장품 업체 N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 A씨는 25일 회사로부터 다소 황당한 공지를 전달받았다. 직장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발열 등 이상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3~4일 정도 연차를 사용해 자가격리한 뒤 이상이 없을 경우 출근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14일 대구 지역에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B씨도 비슷한 지시를 받았다. 출장 복귀 후 대구 지역의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실이 알려지자 사측에서 여름휴가를 미리 사용해 1주일 간 자가격리를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연차를 사용해 자가격리하라는 한 업체의 내부지침, 독자제공
자가격리에 연차를 사용하라는 한 업체의 내부지침, 독자제공

[“회사 폐쇄조치 될라연차 소진하는 자가격리강요 잇달아]

최근 직장 내 확진자 발생으로 방역조치 등을 위해 사업장이 폐쇄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상당수 기업들이 폐쇄조치로 인한 영업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지역 방문자 및 유증상자에 대해 선제적 자가격리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중 일부 기업들이 자가격리를 위해 개인의 연차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등 부당한 지침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에서 자가격리에 연차사용을 강요했다고 털어놓은 직장인 A씨는 “3~4일 씩이나 연차를 써서 자가격리를 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냐면서 혹시나 연차가 아까워 출근하는 감염자가 있을까봐 겁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출장을 다녀온 뒤 여름휴가를 소진해 자가격리하라는 통보를 받은 직장인 B씨도 출장을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닌데 어이가 없다이런 법이 어디에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휴가 중 해외에 다녀온 근로자들에게 잠복기간인 ‘14동안 연차를 사용해 자가격리할 것을 지시하거나, 무급휴가를 쓰라고 한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원해서 쉬는 것도 아닌데 연차 14개를 쓰는 게 말이 되냐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억지로 출근해 바이러스 퍼지면 누구 책임이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근로기준법, “연차 사용은 근로자의 선택무급휴가도 불법]

현행법상 이 같은 요구는 모두 불법이다. 우선 강제로 연차를 사용해 자가격리 지시를 내리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차의 사용은 철저히 근로자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연차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법 위반이다.

무급휴가를 주는 것도 위법이다. 먼저 확진자와의 접촉 등으로 정부에 의해 격리조치가 내려지는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에서는 제41조의 2(사업주의 협조의무) 1항에 사업주는 근로자가 이 법에 따라 입원 또는 격리되는 경우 그 입원 또는 격리 기간 동안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주가 국가로부터 유급휴가를 위한 비용을 지원받을 때에는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보건복지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격리된 사람에게 유급 휴가비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상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받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회사는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또 감염이나 접촉 등의 사실은 없지만 선제적 차원에서 사측이 자가격리 조치를 내리는 경우에도 무급휴가를 주는 것은 위법이다. ‘선제적 자가격리는 회사의 판단으로 일방적으로 자가격리를 지시하는 경우에 해당되는데, 노무사들은 이 같은 경우가 근로기준법상 휴가가 아니라 휴업에 해당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대구 지역에 출장을 다녀왔다거나,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가격리를 지시하는 경우, 무급휴가를 주는 것은 위법이고 사측이 근로자에게 평균 임금의 70%의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노무사들은 설명한다.

 

[비판 일자 서둘러 해명 내놓는 기업도]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져 비판이 일자, 일부 기업들은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해외 여행 뒤 연차를 소진해 14일간 자가격리를 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계 A기업은 연차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권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또 해외여행 후 증상이 있을 경우 2, 증상이 없는 경우 1주간 출근 금지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한 건강검진기관은 건강검진기관인 만큼 직원들의 건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지시가 아닌 권고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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