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펫 시리즈 -3- ] 우리 강아지가 똥을 먹어요!
[ 헬스펫 시리즈 -3- ] 우리 강아지가 똥을 먹어요!
  • 이기종 원장
  • 기사입력 2021.05.31 11:53
  • 최종수정 2021.05.3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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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민과 건강전문가의 건전한 만남의 장, 대중건강전문지 헬스컨슈머가 ‘가정의 달’ 5월 부터 반려팻의 건강을 주제로 다양하고 유익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이 분야 권위자로 주목받는 로얄동물메디컬 이기종 원장님과 주범성 내과 과장님이 펼쳐내는 나의 반려동물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이룩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헬스컨슈머] “선생님, 우리 강아지가 똥을 먹는데 괜찮은가요?” 수의사라면 진료실에서 심심치 않게 보호자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로도 한 인터넷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반려견 중 16%가 변을 먹는 행동학적 장애인 식분증 (coprophagia)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과연 강아지는 왜 변을 먹으며, 먹어도 건강에는 이상이 없을까?

 

[왜 변을 먹을까?]

식분증은 보호자에게는 유쾌한 행동이 아닐지라도, 강아지에게는 정상 행동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행동은 어린 강아지에 있어서 놀이 행동의 일부이다. 성견에서는 본능적으로 보금자리를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욕구와 기생충 구제 목적으로 식분 행동을 보인다.

여러 마리의 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개들은 주로 자신의 변보다 다른 개의 변을 선호한다. 어떤 변을 선호하는지에 따라 식분증의 동기가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건강한 강아지의 변을 먹는 행위는 대부분 건강 상 큰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운이 나쁜 경우, 다른 개의 변을 먹고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진통제를 복용 중인 동거견의 변을 먹고, 진통제에 의한 독성 작용으로 신장 손상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또한 갑상선호르몬 보충제를 먹는 동거견의 변을 먹고, 갑상선중독증이 발병한 사례도 있다. 대개 이런 상황은 소형견이 대형견의 변을 먹은 후 발생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식분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대부분 내과적인 질병보다는 행동학적인 이유인 경우가 많다. 어린 강아지는 탐구 혹은 놀이 행동의 일환으로 변을 먹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보호자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 버릇을 고친다고 혼을 내거나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경우, 오히려 강아지의 행동을 강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행동학적 문제인 강박 장애 (compulsive disorder)가 있는 경우 식분증을 보이기도 한다.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제자리를 도는 증상 등 강박 장애의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난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과도하게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변을 먹기도 한다. 췌장 외분비 부전과 같은 내과 질환이 있을 때도 이식증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질병을 앓고 있는 강아지는 대부분 말랐으며,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사료가 변 내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식을 유발하는 질병이 있어도 식분증을 보일 수 있다.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나 당뇨, 특정 약물 (스테로이드 등)을 투여한 경우 다식이 유발될 수 있다. 사람의 치매와 유사한 질병인 개 인지장애증후군 (canine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인 경우에도 변 혹은 다른 물질을 먹을 수 있다.

 

[이것저것 주워 먹는 강아지]
변을 주워 먹는 것은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행동이지만, 대부분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집에서 혹은 산책할 때 변은 물론 이것저것 주워 먹는 개들은 좀 더 위험할 수 있다.

이식증 (pica)은 음식이 아닌 것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갈망하거나 섭식하고자하는 욕구를 보이는 섭식성 행동 장애 (ingestive behavior problem)의 하나이다.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어린 동물들이 탐구 행동에 대한 일부로 다양한 물건을 씹거나 삼키는 것이 가장 흔하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보호자가 의도하지 않게 반려 동물의 이식 행동을 강화했거나 불충분한 영양 상태인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그림  다양한 이식증 환자들이 동물병원에 내원한다. 습관적으로 화분의 자갈을 먹는 강아지의 방사선 사진 (좌상). 실을 갖고 놀다가 삼켜 버린 고양이의 초음파 사진 (우상). 눈썹칼은 삼켜 위 내에서 확인된 강아지의 방사선 사진 (좌하). 보호자의 양말을 삼킨 강아지의 위 내시경 사진 (우하).

 

[어떻게 고칠까?]

식분증과 이식증 모두 잘 교정하기 어려운 행동 중 하나이다. 하지만 잠재적인 건강 위협요소이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를 통해 행동을 최소화 해 주어야 한다.

식분증의 원인이 내과적인 질환 때문이라고 한다면, 내과적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성견의 경우, 내과적인 문제가 없다면 행동학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행동학적인 문제라고 한다면 먼저 주변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변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줄여주어야 하며, 배변하는 경우 보호자가 변을 치우기 전 옆에 와서 앉아 있도록 교육한다. 산책 시 변을 먹는 습관이 있다면 입마개 착용을 고려해야 한다. 식사 시간과 놀이 시간을 늘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퍼즐 장난감 등 다양한 장난감을 이용하여 식사 시간도 늘리고 식사와 놀이를 병행할 수도 있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급여하여 변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

변에서 개가 싫어하는 향이 나게 하도록 하는 보조제를 급여할 수도 있다. 글루탐산모노나트륨 (msodium glutamate)이나 고추류 식물 (capsicum) 성분으로 만들어진 보조제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구하기 어렵다면 시금치나 파인애플, 요거트 등을 급여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식증에 대한 관리도 비슷하다. 문제가 되는 물건으로의 접근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여러 가지 놀이나 산책을 통해 반려 동물의 욕구를 적절히 해소시켜 주어야 하며, 대안적으로 섭식 활동을 할 수 있는 도구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개껌이나 고양이의 캣 그라스 등 구강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이 유용하다. 강박 장애에 기인한 이식증이라면 투약이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