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건강기행 -3-] 건강의 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음악
[음악건강기행 -3-] 건강의 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음악
  • 최은혜 음악전문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7.05 11:12
  • 최종수정 2021.07.0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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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 시스템의 악화 및 자율 신경계의 불균형까지 초래해

-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음악의 생리적, 정신적 효과는?

-요한 파헬벨의 ‘캐논’,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등 안정적 효과 있어

 

[헬스컨슈머] 현대인들이 피할 수 없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 무한 경쟁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원래 스트레스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방어기제의 역할을 해 왔다. 인간이 외부의 위험을 인지하면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러한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몸속의 경보 시스템을 작동시켜 인간이 위험에 대처하는데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했다. 

 

-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사람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채 긴장감이 오래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우리 건강의 적이다. 사람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암과 소화장애, 심장질환뿐만이 아니라 면역 시스템의 악화 및 자율 신경계의 불균형까지 겪게 된다. 

스트레스가 교감 신경을 자극하면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며 활성 산소가 증가하게 된다. 이는 몸의 염증과 궤양, 나아가 암의 발생 및 협심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뇌하수체가 자극을 받아 코르티솔 호르몬을 집중적으로 분비하면서 비만과 긴장성 두통, 과민성 대장 증상, 만성피로 증후군이 생긴다.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짜증과 무기력, 우울증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건강한 심신을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운동이나 반신욕, 명상, 상담치료 등을 받기도 하는데, 가장 손쉽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음악 감상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 무척 효과적이다. 

 

@에드바르크 뭉크의 ‘절규(Scream)’
@에드바르크 뭉크의 ‘절규(Scream)’

-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음악의 생리적, 정신적 효과

1. 면역 기능 향상

우리 몸의 점액에서 분비되는 요소 중에 S-IgA(분비형 면역 글로불린)가 있다. 감기나 장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이 S-IgA 수치가 높을수록 면역성이 향상되는데, 이때 장조(major)의 부드럽고 조화로운 화음을 가진 음악을 들으면 큰 도움이 된다.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클래식과 명상 음악을 들었을 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된다고 한다. 아울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인 NK(natural killer)도 증가한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2.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회복 

차분하고 규칙적인 리듬을 갖는 음악은 호흡과 심박수 조절과 신진대사 및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교감 신경은 이를 우리 몸의 비상 상태로 인식하고 흥분해 작은 자극에도 쉽게 지치고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때 신체의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음악을 감상함으로써 우리는 스트레스로 인해 무너진 생리적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3. 긴장을 이완시켜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

따스하고 부드러운 화음과 멜로디를 가진 음악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안감을 해소시키며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이렇듯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로 마음을 이완시키는 음악을 꾸준히 들으면 긍정적인 정서와 일상 속에 감사한 마음이 생겨날 것이다. 또한 음악 자체가 가진 미적인 아름다움이 새로운 감정을 유도하기도 한다.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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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음악의 특징 (Music for Stress Relief)

예측할 수 있는 지속적인 멜로디가 반복되는 음악, 음역의 폭이 넓지 않고 조성의 변화가 거의 없이 안정된 음형을 가진 음악, 단순하고 규칙적인 리듬과 조화로운 협화음을 갖춘 음악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위해 듣는 곡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차분하고 평온한 클래식 음악, 가볍고 경쾌한 재즈, 자연의 소리 등이 도움이 된다. 그중 위에서 언급한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특징을 가진 클래식 음악을 몇 곡 소개한다. 

 

1. 요한 파헬벨의 ‘캐논(Canon)’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음악 중 하나인 '캐논' 은 독일의 바로크 시대 작곡가인 요한 파헬벨(1653~1706)의 <캐논과 지그 D장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다. 그리스어로 규칙, 표준을 의미하는 '캐논' 은 1성부가 주제 선율을 시작하면 다른 성부가 주제 선율을 모방하는 형식을 말한다. 

다양한 악기 구성으로 연주되는 캐논 변주곡의 명연주는 많지만, 그중 한국의 레이어스 클래식 (LAYERS CLASSIC) 피아노 트리오가 연주하는 캐논을 들어보자. 첼로가 동일한 2마디를 28회 반복하는 베이스 성부를 담당하고, 그 위로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돌림노래 형식으로 주제 선율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이렇게 악곡 전체에 걸쳐 어떤 일정한 음형이 같은 성부에서 계속 반복되는 구조를 오스티나토(ostinato)라고 한다. 

5분 30초가량의 <캐논> 연주를 듣다 보면 켜켜이 한 층씩 안정적으로 견고한 건물을 쌓는 모습이 그려진다. 흐름이 도약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기에, 마음속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천천히 해소하기에 좋은 곡이다. 

스트레스가 쌓여 힘든 날, 바로크 시대가 중시한 질서와 균형 안에서 자유로움과 역동성을 추구한 캐논을 들으며 심신의 이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2. 바흐 하프시코드 협주곡 5번, BWV 1056 2악장 ‘라르고’

바흐의 '아리오소(아리아풍의 기악곡)’라고도 불리는 하프시코드 협주곡 5번 2악장의 청아하고도 순수한 선율은 첫 소절부터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해 준다. 바흐가 살았던 바로크 시대는 오늘날의 피아노가 없었기에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쳄발로라고 함)가 대표적인 건반 악기였다. 

느리고 간소한 선율이 주는 담백함과 평온함, 장식음인 트릴(trill) 이 주는 섬세한 청량감이 어우러져 어린아이같이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을 연상시키는 아리오소. 한 번 들은 이상 이 음악이 주는 차분한 매력에 충분히 빠질 정도로, 마음속에 아련하게 빛나는 별처럼 고이 간직하고 싶은 곡이다. 

포르투갈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가 연주한 바흐의 아리오소는 피아노의 맑고 영롱한 음색이 사색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로 이어지기에 마음의 평화와 이완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곡이다.  젊은 시절 모짜르트 스페셜 리스트로서의 전성기를 보낸 그녀가 노년에 '가장 단순하지만 순수한 선율'을 연주하는 영상은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Lisa Batiashvili)가 연주하는 바흐의 '아리오소' 역시 건축물과 자연 풍경의 조화로운 영상미가 뛰어난 연주이다. 평온한 바흐의 선율이 스트레스로 인한 어지럽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  바흐 칸타타 BWV 147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9곡으로 이루어진 바흐의 칸타타 147번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 중 6곡 코랄 합창인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Jesus, Joy of Man's Desiring' 역시 바흐의 칸타타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이다. 1723년 성모 마리아 방문 축일을 위해 작곡된 칸타타 147번은 천상의 축복이라고 불릴 정도로 언제 들어도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끊어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부드럽게 연결되는 셋잇단음표의 반주 위로 4성부로 노래하는 코랄 합창. 숭고하면서도 경건한 음악이 주는 미적 아름다움의 경험은 정서적 안정감으로도 이어진다. 

@ harmonics.co.jp
@ harmonics.co.jp

또한 이 곡은 마이라 헤스(Myra Hess)의 피아노 편곡으로도 자주 연주된다. 듀오 피아니스트 루카스 & 아르투르 유센 형제가 두 대의 피아노로 선보이는 풍성하고 입체감 있는 연주도 추천한다. 

 

4.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Clair de lune)’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은 이탈리아 북부의 베르가모(Bergamo) 지역을 여행한 드뷔시가 1890년부터 5년에 걸쳐 작곡한 피아노곡이다. '폴 베른렌(Paul Verlaine)의 시집 <화려한 향연>에 수록된 시 <달빛>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1곡 전주곡(prelude) 2곡 미뉴에트(Menuet) 3곡 달빛 (Clair de Lune) 4곡 파스피에 (Passepied) 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사랑받는 곡은 3번째 곡 '달빛'이다.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는 글리산도 주법이 자아내는, 반짝이는 달빛이 주는 몽롱함과 달콤함은 고요한 밤의 정적과 잘 어울린다. 스트레스로 심신의 밸런스가 깨어진 날, 드뷔시의 <달빛> 이 주는 우아하면서도 부드럽게 퍼지는 아르페지오(arpeggio, 펼침화음) 물결에 귀를 기울이면 음악의 파동이 내면의 평화로 이어짐을 느낄 수 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17회 우승자이자 지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조성진의 <달빛> 연주는 가슴을 뒤흔들만큼 환상적이다. 

 

5. 아르보 패르트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

에스토니아 출신의 아르보 패르트 (Arvo Part)는 거룩한 미니멀 아트 예술가이자, 바흐의 뒤를 잇는 신바로크 음악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곡인 <거울 속의 거울> 은 영화음악과 명상음악으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3음만으로 진행되는 꾸밈없이 절제된 순수한 음악이 무척 인상적이다. 종소리가 울리면 메아리 같은 잔상이 남는 틴티나불리(Tintinnabuli) 효과를 가진 곡이기도 하다. 

어떤 장식적인 요소나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곡으로도 손색없기에, 한 번만 들어도 그 단순하지만 매혹적인 소리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음악이 가진 마음 치유의 힘을 느껴보고 싶다면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곡이기도 하다. 

피아노가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3도 화음을 베이스로 바이올린의 차분한 멜로디가 포개진다. <거울 속의 거울> 이 가진 단순 명료한 선율과 리듬의 반복은 심신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영화 '그래비티'에서 이음악이 흘러나올 때, 무중력의 우주에 떠 있는 부유감과 잠시 모든 것이 일시정지된 듯한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을 들으면 절대적인 자연 앞에서 겸손함과 초연함, 인생무상도 느껴지기에 현재 마음속의 짐처럼 다가오는 스트레스가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6.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과 뉴에이지 음악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피아니스트 이루마. 그의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발매된 앨범 <The Best - Reminiscent 10th Anniversary 10년의 회상>이 작년까지 16주 연속으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출시된 지 무려 10년이 넘은 앨범의 역주행 인기, 특히 그중 2번 트랙곡인 ‘River Flows in You’를 이루마가 직접 연주하는 유튜브 동영상은 무려 1억 3천 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꿈을 꾸듯이 아름다운 이 곡의 멜로디는 반복적으로 연주되면서 과거의 아름답고도 순수했던 시절과 추억을 되살려준다. ‘River Flows in You’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부드럽게 흐르는 강물 같은 음악이 필요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위에서 소개한 음악의 연주 영상은 제 블로그인 blog.naver.com/pnmozart에 올라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