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진료 시즌2] (2)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주특기진료 시즌2] (2)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 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부국장)
  • 기사입력 2022.06.27 10:30
  • 최종수정 2022.06.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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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결혼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체외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이 발달함에 따라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되는 만 35세 이상 고령 임신과 쌍둥이 임신이 늘어나고 있다. 고위험 임신은 임신 초기부터 출산 때까지 보다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산(이른둥이 출산)과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산전 진단과 태아치료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건강에 이상이 발견된 태아도 엄마 뱃속에서 조기에 치료 받으면 완치까지도 가능해졌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태아치료센터를 개소, 산전 정밀초음파를 통해 태아 기형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연간 4500여 건의 정밀초음파를 비롯해 태아션트수술,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쌍태아수혈증후군 레이저치료, 태아수혈, 태아고주파용해술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준의 태아치료를 시행한다.

고위험 임신부에게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원혜성 교수(사진출처)서울아산병원
고위험 임신부에게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원혜성 교수 (사진출처)서울아산병원

풍부한 치료경험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의료진과 유기적으로 협진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태아의 이상소견이 발견되는 즉시 태아가 출생 후 받아야 하는 치료와 경과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심장과, 소아외과, 소아심장외과, 성형외과, 소아비뇨의학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 의료진과 협진한다. 환자와 산전 상담을 조기에 시행해 출생 후 신생아 진료가 더욱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쌍태아 수혈증후군 등 유기적인 협진 시행

쌍태아수혈증후군은 일란성 쌍둥이의 10~15%에서 나타난다. 태반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혈관 때문에 한쪽 태아는 혈액 부족으로 성장이 늦어지고 양수가 적어지는 반면 다른 쪽 태아는 혈액을 너무 많이 받아 양수과다증과 심부전을 보인다. 치료하지 않으면 90% 이상에서 쌍둥이 모두 사망해 쌍둥이 임신의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태아내시경에 달린 레이저를 이용해 양쪽 태아를 연결하고 있는 혈관을 없애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남자 태아에게서 상대적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후부요도 판막증은 방광 입구에 있는 판막이 두꺼워져 요도로 소변이 배출되지 못하는 질환이다. 태아 단계에서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방광 내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해 신장 기능을 망가뜨려 생존까지 위협한다. 치료는 태아의 방광과 양수 사이에 션트(작은 관)를 삽입해 소변이 양수 내로 배출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산모의 피부를 국소 마취해 시행하므로 산모의 부담도 크지 않고 분만 시까지 신장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임신 20주 전후 산전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되는 태아 대동맥판막협착증도 엄마 뱃속에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를 연결하는 문인 대동맥판막이 좁아지고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그동안 태아 단계에서 시행할 수 있는 치료가 마땅히 없었는데, 최근 국내에서 풍선확장술을 통해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넓히는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시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면 심장기능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해 출생 후 추가적인 심장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 태아가 혈액이 부족한 경우에는 몸이 전반적으로 붓고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빈혈이 심하면 태반에 부착된 탯줄 혈관에 바늘을 꽂아 수혈을 하게 된다. 수혈이 잘 시행되면 태아가 정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며 완치도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왼쪽 두번째), 이미영(오른쪽 두 번째) 교수가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태아에게 풍선확장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왼쪽 두번째), 이미영(오른쪽 두 번째) 교수가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태아에게 풍선확장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출처)서울아산병원

■태아수술의 세계적 권위자 원혜성 센터장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소장(산부인과 교수)은 “정기 검진을 꾸준히 받고 이상이 확인된 경우에는 포기하지 않고 태아치료 등 조기에 적절한 조치를 시행한다면 큰 문제없이 건강한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발간한 <여의열전>에 따르면, 원 교수는 태아 정밀진단과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임신부의 배를 열지 않고 태아의 몸에 관을 꽂아 흉수나 복수 등을 빼는 시술(션트 삽입술)의 최고 베테랑이다. 션트뿐 아니라 태아수혈, 쌍생아 간 수혈, 태아내시경 레이저 치료, 고주파 전기소작술 등 고난도의 태아치료 시술에 풍부한 임상경험을 갖고 있다.

태아기형을 예방하고 줄이려면 임신 전에 몸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이나 환경뿐 아니라 비만, 당뇨가 태아의 기형과 큰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다이어트도 큰 문제다. 원 교수는 엽산이 들어간 멀티비타민 섭취를 적극 권했다. 임신 11주에 목둘레를 재는 초음파 검사를 꼭 받고, 20주가 되면 정밀초음파 검사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출산 전에 기형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은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 양수 검사, 융모막 검사 등 크게 4가지다. 특히 임신 20~24주에 시행하는 정밀 초음파 검사는 선천성 심장질환, 다낭성 신장질환 등 진단에 유용하다. 상당수 선천성 기형은 태아 시기에 치료가 가능해졌다. 선천성 횡경막 탈장, 선천성 낭종이형성증, 선천성 요로 폐쇄증, 천미골 기형, 수막 척수류, 복벽기형, 쌍생아 간 수혈 증후군 등이 태아 수술의 주요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