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진료 시즌2] (5) 한림대 성심병원 Ei청능개발센터
[주특기진료 시즌2] (5) 한림대 성심병원 Ei청능개발센터
  • 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부국장)
  • 기사입력 2022.08.15 09:00
  • 최종수정 2022.08.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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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난청은 달팽이관 청각세포 및 청신경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난청은 단순히 청취와 의사소통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방치할 경우 사회적 고립감이나 우울감 등을 유발하고 삶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는 질환이다. 소아에서는 성정발달과 학업을 저해하고, 청장년층에게는 직업상의 문제를 유발하며, 노인에게서는 사회적 고립으로 인지기능 저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기계 문명의 발달에 따라 생활환경의 소음이 증가하면서, 소음으로 인한 청력손실인 소음성 난청이 산업화 사회에서 중요한 장애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작업장의 기계 소음 등으로 인한 난청을 직업성 난청이라고 한다. 돌발성 난청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질환의 하나로, 확실한 원인 없이 수 시간 또는 2~3일 이내에 갑자기 발생한다. 대부분 한쪽 귀에 발생하며, 때로는 이명이나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Ei청능개발센터 이효정 센터장. (사진출처) : 한림대 성심병원

노인성 난청은 연령이 증가하며 발생하는 퇴행성 변화에 의한 청력감소를 의미한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양측에 고주파(고음)영역에 경도 혹은 중등도의 청력 감소가 나타나고,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신생아 난청의 유병률은 신생아 1000명 중 1∼3명꼴로 발생하며, 유전적인 요인과 비 유전적인 요인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독성 난청은 여러 가지 약물과 화학물질에 의하여 내이기능이 저하되어 발생하며, 때로는 평형기능 저하도 동반될 수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1999년 개원 초기부터 현재까지 20년 이상 난청클리닉을 운영하며 난청환자의 진료에 힘썼다. 경도난청부터 고심도난청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난청을 치료할 수 있는 다년간의 경험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 청각재활 의료기기가 필요한 경우 기기 보정과 사후 관리를 위해 박사급 전담인력을 두고 있으며, 미세현미경수술로 청각기관을 재건하는 수술도 시행한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최근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 산하 Ei청능개발센터(센터장 이비인후과 이효정 교수) 개소식을 갖고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청각 기능이 손상된 난청 환자는 대개 보청기나 인공와우이식을 통해 난청 치료를 받는다. 문제는 청각재활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소리를 듣는 데 불편감을 겪는 환자 비율이 35%가 넘고, 의료기기를 착용한 뒤에도 꾸준하게 청능훈련을 받아야 원활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27채널 스피커가 갖춰진 Ei청능개발센터 3차원 디지털 방음실에서 ‘청능재활훈련 프로그램’ 품질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 한림대 성심병원

하지만 난청환자가 수시로 청각재활훈련센터를 방문해 대면 치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고, 기존 청각재활프로그램은 다양성이 부족해 증상과 원인이 제각각인 환자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림대 성심병원 Ei청능개발센터는 재활 사각지대에 놓인 난청 환자의 ‘양이청 기능’ 회복과 ‘청각 질’ 향상을 위해 가상현실(VR),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료에 적용할 뿐만 아니라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Ei청능개발센터는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3차원 공간에서 소리인지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방음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방음실은 3차원 공간에서 소리 인지를 측정할 수 있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스피커 및 소리 방향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난청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다. Ei청능개발센터는 3차원 디지털 방음실을 통해 환자의 청각기능과 청각두뇌기능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최적의 재활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소리 방향 감각을 파악하고 훈련할 수 있는 ‘가상청각훈련실’도 Ei청능개발센터에서만 볼 수 있는 시설이다. 이 공간에서 연구자는 개발된 도구를 직접 시연할 수 있고, 난청환자는 어디서나 이 가상현실 공간에 접속해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Ei청능개발센터 가상청각훈련실에서 VR기기를 활용해 양이청 기능 회복과 청각의 질 향상을 위한 청능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한림대 성심병원

특히 Ei청능개발센터는 가상현실과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난청환자가 집에서 개인의 청각능력에 적합한 훈련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고, 실시간 치료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청능재활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가상현실 공간에서 난청 환자가 청각을 활용한 공간지각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며, 이를 통해 청각 재활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어 온 소리방향성 분별능의 문제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장비만 있으면 접속할 수 있는 가상현실공간에서 청능훈련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난청 환자들이 갖는 공간적·시간적 제약도 거의 받지 않는다.

이효정 Ei청능개발센터장은 “이미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청각평가 및 재활훈련 기술 특허 3건을 출원하는 등 청능재활훈련 프로그램 실용화에 임박했다”면서 “의료벤처기업인 뉴로이어스와 손잡고 신기술 청능 훈련 프로그램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등 Ei청능개발센터는 보다 많은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